따라서 내년에 무기가 될 상품출시에 대비, 한창 전략추구에 나서야 할 시즌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한 은행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은행들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방안을 마련해 복합금융상품 준비에 한창이거나 독점적인 금융상품으로 저마다의 해법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승산 없는 시장상황 해답 안 보여
내년 신상품을 준비하는 상품개발자들의 한숨소리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금리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더욱 커지면서 고객들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의 이탈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는 상황, 고금리와 각종 혜택을 동원해서라도 고객을 잡아야 하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며 상품개발자들은 한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가속화 되면서 고객들을 뺏기지 않으려면 금리이든 수수료 혜택이든 고객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며 “아이러니하게도 NIM을 감소시키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즉 NIM을 올리면서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와 관련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기예금이 올 초 4%대에서 현재 최고6%대까지 상승한 시점에서 더 이상 금리 경쟁은 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증권사에 금리로 맞대응한다면 나중에 큰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들이 저마다 특판행사와 이벤트까지 동원해 추가 금리를 지급하는 등 정기예금의 금리를 6%대로 끌어올려 고객잡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수익률 100%대를 경험한 고객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하기 때문이다.
또 증권사들이 자통법을 대비해 고객기반확대에 힘을 쏟으면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등 은행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실제로 하나대투는 CMA의 금리를 12일부터 기간별로 0.1%씩 각각 올림으로써 5.0%의 금리(90일 이상 예치)를 제공해 고객 몰이에 나섰다.
아울러 은행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품개발을 할 수 있는 소재 또한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은 아직까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파생상품을 만드는데 있어서의 제약 등이 있어 고객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오일이나 날씨같은 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을 만들면 고수익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도 있다”며 “은행업의 특성상 리스크에 대한 규제가 강해 현재로서는 이런 종류의 상품 개발은 불가능해 상품을 만드는데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 저마다 다른 해법 모색에 ‘안간힘’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그 동안의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거나 대략적인 방향만 정해 놓은 상태다.
농협은 농협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켜 고객잡기에 나섰다.
농협관계자는 “농협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부가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내년 주식시장의 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상품 또한 철저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윙계좌 상품 출시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시기를 고민 중이라며 수신의 상황이 한없이 나빠질 경우 히든카드로 꺼낼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비쳤다.
농협과 마찬가지로 스윙계좌 상품 출시만을 남겨둔 국민은행은 이와는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다른 은행들의 스윙계좌 판매실적이 예상에 못 미친다고 판단, 상품출시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고객들의 반응이 별로 인 것 같다”며 “판매실적도 몇 백억원의 수준에 그쳐 향후 시장의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한 당분간은 상품을 출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기존의 전략인 팩키지 상품판매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고객에게 수신과 여신 등을 같이 판매할 수 있게 묶음 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고객에 한해서는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 비용은 절감하고 고객에게 혜택을 더 줌으로써 충성고객 만들기에 올인 한다는 계획이다.
힘겨운 상황이지만 역량을 총 동원해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은행들은 새로운 길 모색하기에 나섰다. 지주사의 장점을 활용해 계열사와 연계한 복합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또 독점적인 상품제공 등 돌파구 찾기에 역량을 쏟고 있다.
상품준비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신한은행은 최근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인기 가도를 달리는 ‘금’을 이용한 금융상품 제공을 더욱 확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2004년부터 금융권 최초로 영업점에서 금을 매매하는 등 고객들에게 투자수단으로 금을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 나아가 10월에는 ‘골드뱅킹팀’을 만들어 금에 대한 리서치 및 금값의 추이 조사 등을 진행함으로써 금을 이용한 금융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독점적인 상품제공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주사의 장점을 이용해 계열사와 연계한 다양한 복합금융상품 개발에 매진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올해에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복합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했지만 각종 법 규제로 판매하지 못하는 낭패를 겼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각종 공정거래법을 비롯 각종 규제에 걸려 판매를 하지 못했다”면서 “내년에는 규제가 완화되는 틈새 부분을 찾아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판매가 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은행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계열사인 증권사로 고객을 유도하고 지주사차원에서 수익을 생각하자는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시중은행의 한 상품개발 담당자는 “어차피 자통법의 취지가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전환”이라며 “은행에서 고객을 잡아 둘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계열사의 금융기관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등 지주사 차원에서 생존전략을 찾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