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고, 철저하게 현지 리서치
은행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중장기 해외진출 전략들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기반 다변화를 위해 은행들이 내놓은 중장기 해외진출 전략들을 분석한 결과 중국과 미국 등 진출지역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각 지역별 경쟁우위 전략의 경우에도 이머징 마켓 중심의 진출, 네트워크 수 확충 등 정작 차별화된 부문은 보이지 않고 있다.
◆ 심각한 ‘쏠림’현상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0년까지 중국의 4개 지점을 53개까지 늘리고 미주지역의 우리아메리카은행 역시 지점 수를 3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즉 중국과 미국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미주지역 공략을 위해 캐나다 현지 법인 설립을 현재 진행 중이며, 12월에 중국 북경지점을 개설, 내년 초에는 중국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중국을 가장 매력적인 금융시장으로 판단 중국 3성(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에 총력을 쏟고 있다.
국민은행은 중장기 해외진출전략 중의 일안으로 중국진출을 목표로 하고 소수지분을 획득,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머징 마켓이라는 동남아시아와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국가연합 등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으로 시중은행들의 해외진출 지역은 거의 같다.
각 은행의 해외진출 비전을 살펴봐도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모든 은행이 벨트나 네트워크를 구축, 글로벌 플레이어 혹은 리딩뱅크로 나간다는 전략으로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 틈새시장을 찾아라
물론 시중은행의 해외진출지역에 대한 쏠림이 수익성이 좋은 시장이라는 판단하의 진출이라면 모든 은행들이 다 같이 중국이나 미국에 진출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객기반과 업무형태에 대한 고민과 함께 틈새시장을 찾지 못하고 진출하는 경우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규모나 네트워크의 수에서 밀리는 국내금융기관들이 같은 나라에 똑같은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은 승산이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글로벌 전략의 하나로 한국기업들과 교포들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영업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전략이 될 수 는 없다”고 지적했다.
진출지역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특정 고객군을 상대로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는 은행들이 없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그러나 은행들이 지점, 현지법인, 사무소 설립 등은 물론 인수합병, 선진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진출 등 다양한 진출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아울러 같은 나라일지라도 특정지역에 초점을 두고 인프라를 집중하는 움직임이 보여 더욱 환영할 만하다.
하나은행의 경우가 그 일례가 된다. 하나은행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동북아로 이동, 중국의 동북3성의 발전을 예상하고 동북3성에서 주요한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넓은 중국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는 없는 일, 집중공략지역을 잡은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북 3성은 아직 세계적인 은행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데다 북한과 인접해 있어 통일 이후 시기에도 대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 소매금융을 위한 네트워크 확보를 위해 중국의 해당지역에 특화된 영업을 하는 지역은행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 역시 “철저한 시장 분석을 통해 개별 시장에 맞는 수익모델을 개발할 것”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해 신한은행의 해외진출 방향을 읽게한다.
◆ 발상의 전환…선택과 집중
성공적인 해외 진출과 관련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눈을 크게 뜨고 시장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다른 금융기관이 진출하지 않는 지역을 ‘선택’하고 그 지역에서의 틈새시장인 고객군이나 산업을 찾아 ‘집중’하라는 설명이다. 또 은행이 해외에 나가 ‘은행업무 전부’를 혹은 ‘일반은행업무만’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조금만 독창성을 발휘한다면 일반은행도 얼마든지 산업의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동남아 같은 경우는 의류업이나 외식업 같은 한 산업분야의 소매금융분야에 진출하고 집중 공략하는 등 그 분야의 전문은행이 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은행들이 고객기반과 업무형태의 특수화 없이는 해외진출의 미래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선택한 지역에서 소외되어 있는 고객군만을 대상으로 대출을 집중적으로 해주는 등의 특수화된 영업 전략만 펼친다면 현지의 고객들을 뺏어 오는 것이 쉽다는 이야기다. 또 틈새시장에서 전문화된 은행으로써 평판을 쌓으면 그것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더 크게 성장해 해외진출의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 나아가 은행이 시중은행업무만을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어느 고객층을 대상으로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후에 IB를 신설해 해외의 중소기업과 소외된 사업 등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등 특화된 IB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를 들어 ‘IT특화IB’나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오특화IB’같은 형태의 진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진행방안과 관련 서 연구위원은 특정한 고객군이나 산업의 한 분야를 선정했다면, 현지의 리서치센터에 용역을 주는 형식으로 현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전략을 짜고 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덩치가 큰 사업일 경우는 국내은행들끼리 신디케이션을 통해 협조를 한다면 외국은행이 가져갈 것을 뺏어올 수도 있다”며 “관행이나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요시중은행 해외진출 계획(2007.11~) >
< 해외진출 비전 >
< 은행 해외진출현황 (07. 9 현재) >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