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의 관심이 IB와 PB로 쏠리고 있다. 행내 모집 공고 지원자 수의 증가는 물론 모든 행원들에게 오픈된 IB와 PB 관련 교육의 참석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 IB와 PB업무가 향후 은행의 핵심 업종이라는 인식 확산과 함께 자기만의 전문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상반기 IB사업부의 인원을 대폭 확충하기 위해 10명의 인원을 모집했다. 그 결과 60명의 인원이 몰려 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전에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고를 내도 지원자체가 없어 아예 지원을 권유하러 다닌 적도 있었다” 며 “불과 1년 만에 IB에 대한 관한 관심이 놀라운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B사업부에서 일하는 것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며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IB 공모에서 20명 모집에 80명이 지원해 4:1의 경쟁률을 보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지원하는 사람들도 이미 IB업무에 필요한 지원 역량을 다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실력을 갖춘 4명 중에 한 명을 뽑는 것인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PB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신입행원들이 희망하는 부서를 살펴보면 다른 타부서의 지원이 1명일 경우 IB는 5명, PB가 3명”이라며 “IB다음으로 PB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PB관계자 역시 “일반 행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PB 강의를 하러 가면 신입행원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PB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묻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전에는 질문은 커녕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은행에 따라서는 인원을 더 줄이는 경우도 있어 경쟁률은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PB를 170명에서 40명으로 줄여 PB를 고급화 한다는 전략”이라며 “이렇게 되면 PB영역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률은 10:1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미래핵심영역 비전에 `솔깃`
IB와 PB에 행원들의 관심이 온통 쏠리는 이유는 뭘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의 기업금융은 IB, 개인금융은 PB가 이끌 것”이라며 “은행원들도 이와 인식을 같이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즉 IB와 PB가 각 은행의 핵심 영역이 되므로 비전이 있는 곳에 은행원들이 몰린다는 것. 이는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의 변화, 안정자산추구에서 투자상품추구로 바뀌고 있는 금융 트렌드 속에서 은행들은 수익성이 좋은 IB와 PB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은행원들은 그 선두에 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IB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IB사업부의 수익성은 실제로 엄청나다”며 “실제로 지역본부 2개, 다시 말해 70여 개 이상 영업점의 수익을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행원들 사이에서는 제일 잘 나가는 부서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IB와 PB는 자기만의 전문영역을 확보할 수 있고 아울러 개인의 네임밸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와 PB는 향후 자신의 네임밸류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전문영역이고 은행을 그만두거나 퇴직해서도 자신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기사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특히 PB는 은행에 소속되어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하는 만큼 자기사업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 우수 인력 뽑기에 ‘행복한 고민’
이에 따라 은행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뽑는 인원은 제한적인데 지원자의 수는 매번 늘어나고 지원자들의 수준도 점점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요즘 지원자들은 이미 학부 때부터 IB와 관계있는 금융공학을 접했다”면서 “놀랄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어 인원을 선발하는데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통해 인력 선발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추천이나 단순한 지원만으로도 선발을 했다면 지금은 지원 자격부터 제한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은행 IB의 경우 서류심사는 기본, 면접도 담당부행장, IB관련 부서장, 인사담당자까지 3차에 걸친 면접을 거쳐야 한다. 지원 자격 요건은 여신·외환·국제금융 등 기업금융에서 1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하므로 신입행원은 지원조차 못한다. 또 지원자들은 가산 점수를 받기 위해서 공인회계사, 대출심사역, 국제금융역 등 IB관련 자격증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PB 역시 마찬가지다. ‘PB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전문 PB가 되기 위해서는 CFP자격증 취득을 비롯 부동산, 세무, 재무 전반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인성까지도 주요 선발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한은행 PB 관련자는 “PB는 은행을 대표해 거액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며 “생활이나 성격 면에서도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은행의 이미지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신한은행은 더 나아가 예비 PB 선발제를 도입해, PB인력의 고급화를 추구한다. 우선 1년에 1~2회 PB 행내 모집을 실시한다. 이는 본인의 신청 혹은 추천에 의해 지원이 이루어지고, 종합평가 및 자기개발노력 등 서류전형과 임원, 담당부서장, 인사부 면접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합격을 해도 바로 PB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예비 PB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식 PB로 발령받기 위해서는 입문연수 및 예비 PB아카데미 등의 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하고 수요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와 관련 한 예비 PB는 “일을 하면서 PB준비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힘든 만큼 나중에 PB가 됐을 때 자부심이 더욱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