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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갖춘 증권사’ 육성 가능한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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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12-21 20:47

손복조 사장 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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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산업의 화두는 단연 우리나라 증권회사를 소위 말하는 선진국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회사로 어떻게 빨리 육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퇴직연금제도, 신탁업 겸영, 주식 워런트 증권 시장 및 유동성공급자 제도 시행 등 신규 업무 영역이 확충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 입법을 목표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증권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변화들은 증권산업에 있어서 사업영역의 확장과 수익원 다변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 추진은 정부가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과거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자본시장 발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회사가 당장이라도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으나, 이는 시기상조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 부문에서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교역 규모도 세계 10위권에 이르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세계적인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실정으로, 특히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산업과 증권회사의 경쟁력은 금융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최근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을 앞두고 증권산업의 여러가지 이슈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논의의 방향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지거나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국내 증권업계의 현실은 무시한 채 선진국의 사례만을 잣대로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왜 우리나라의 증권회사는 위탁매매업에만 치중하고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와 같은 선진국 증권회사들처럼 고수익사업인 IB나 Sales & Trading 업무를 등한시하느냐는 비판을 들 수 있다. 물론, 국내 증권사와 세계적 금융기관의 수익구조를 비교하면서 위탁매매업의 비중을 낮추고 자산관리나 IB업무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일견 타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람직하다는 것과 당장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IB 업무 중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다고 하는 M&A 업무를 그 예로 살펴보자. 증권회사가 고수익이 가능한 대규모 M&A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맨파워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M&A 시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대규모 딜은 이미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증권회사들이 독점한 지 오래다. 이는 맨파워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력과 네트워크의 수준이 글로벌 Player들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원 미만으로 메릴린치의 32조원, 골드만삭스의 25조원과 비교하면 1/10도 안되는 실정이다. 자산총액 규모로 비교하면 6조원과 600조원으로 그 차이는 무려 100배에 이른다. 가까운 일본 노무라증권의 경우도 자기자본이 7조원, 자산총액이 140조원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글로벌 Player 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을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회사’를 육성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분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위시한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들을 계기로 우리나라 증권회사들에게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회사’의 탄생은 장밋빛 기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세계적인 금융회사와의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올바른 인식과 전략을 갖고서도 결과를 맺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과의 당위성만을 내세우거나 구체적인 전략도 없이 너무 조바심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이제부터라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확대된 업무영역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능력과 무엇보다도 초과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기자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비용효율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우리 실정에 맞게 꾸준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실효를 거두고 그 결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산업과 증권회사를 육성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검토와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증권회사의 수익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증권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에 대한 과감한 규제 철폐, IB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증권사의 위험부담 능력이나 자본력 등을 고려해서 차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과당경쟁을 막고 선도증권사를 육성하는 방안, 그리고 국내 대형 M&A딜에 의무적으로 증권사를 포함시키는 방안 등은 진지하게 검토해 볼 만한 정책이라 하겠다. 이러한 정책들은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자본시장통합법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산업과 증권회사의 육성을 위한 공론은 이제 총론적인 부문에 멈추지 말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회사’를 육성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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