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주사 설립이나 다양한 인수합병 시나리오 등 구조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아예 필수관문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경영평가등급은 감독수단으로서 등급이 나쁘면 은행 경영활동이 제약받기도 했지만 최근 외환은행, LG카드 등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이 높고 지주사 설립 등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민감한 사안이 됐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인수채비에 나서기 앞서 기존 3등급에서 2등급으로의 등급 상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이면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30%까지 가능하지만 3등급이면 15%까지로 제한받는다. 물론 4등급 이하일 경우 아예 출자할 수 없다.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이 74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자금력 확보가 외환은행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만큼 출자한도가 큰 곳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국민 주택 통합 1기 때 건전성이 훼손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감독당국으로서는 국민은행은 물론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원매자가 있더라도 은행 합병에 따른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통제가 잘 돼 있고 경영이 안정돼 있는 은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이외에도 오는 12월1일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은 지난 5월 종합검사 결과 기존 3등급에 머무를 뻔 해 자칫하면 지주사 출범에 차질을 빚을 뻔 한 상황이 예상되기도 했었다.
한때 김승유 회장 내정자를 비롯한 은행 임직원들의 만연한 자사주 단기매매차익과 내부통제의 허술함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까지도 예견됐다. 그러나 다행히 2등급을 받되, 내부통제와 관련된 MOU를 맺어 이행상황 점검을 받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10일 검사가 끝나고 내년 1~2월 쯤 검사결과가 발표되는 한국씨티은행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쯤 지주사 설립 가능성이 있는 한국씨티은행은 씨티은행에 매각된 이후 옛 한미은행 시절 3등급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2등급으로 상향되느냐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씨티그룹 차원에서 볼 때 옛 한미은행 시절과 달라지지 않은 등급이라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쨌든 씨티은행이 향후 지주사 설립이든 LG카드 인수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경영평가등급은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수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은행 한 관계자도 “금감원의 경영평가등급을 단순히 감독정책의 하나로만 볼 수 없게 됐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한 요소로서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