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까지만 해도 산은과 산은을 바로 뒤 이은 외국계 은행이 점유율을 주도했다면 올해 상반기엔 조흥 우리 국민 외환 등 4개은행이나 10위권 안에 은행들이 국내외 경쟁 구도를 격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로선 외국계 금융기관들만 주선해 주는 외화자금을 끌어 쓸 때보다 금리 ‘바가지’를 쓰지 않아 좋다.
국내 은행들로서도 기업 고객 공략과 국제금융 및 IB분야와의 시너지 효과 가속화에 이롭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제금융 관련 유력 집계 기관인 Basis Point가 지난 7월 21일 밝힌 바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계 기업에 대한 외화자금(론·FRN) 주선 시장 규모는 모두 53억6574만4783달러였다.
이 기관은 실적 파악이 어려운 단독 자금 주선 집계를 빼는 대신 차관단을 통한 자금주선 실적을 집계해 랭킹을 매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13건에 걸쳐 약 8억1501만 달러를 주선해 15.69%의 점유율로 두각을 드러냈다.〈표2 참조〉
비록 다른 국내 은행들은 2위 자리를 DBS뱅크(점유율 8.74%)에 내 줬지만 조흥은행이 3억6911만달러로 3위에 올랐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주선액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4,5위를 달렸다.
이들 3개 은행 시장 점유율은 6.40~6.88%에 이른다. 모처럼 10위권인 8위에 오른 외환은행의 4.63%를 합하면 국내 은행의 비중이 크게 치솟는다.
상반기 블룸버그 집계에선 우리은행이 국내외 모든 은행을 제치고 신디케이트론 주선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은행들의 외화자금 주선 실적이 크게 상승한 것은 잠식할 여지가 아직 큰데다 열심히 뛰면 은행이나 국내 기업 모두 득을 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국 금융기관끼리 차관단을 만드는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 금리를 적정 수준 보다 많이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국내 은행들의 참여가 늘면 기업들의 부담이 경감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 시장에서 전통적 강자였다. 국제금융 무대에서의 입지를 살려 시장을 끌어왔다.
시중은행들은 시중은행들대로 국제 및 투자 금융 강화 전략에 따라 의욕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조흥은행 한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국제금융 점유율을 늘리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신한은행과 통합 이후에도 거액 규모 시장을 선도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주된 수요자이고 이들은 얼마든지 외국 투자은행들에게서 자금을 끌어쓸 수 있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국내 은행들마다 놓쳐선 안된다는 인식 아래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어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02년 이후 Basis Point 집계를 근거로 살피면 국내은행들의 외화자금 주선 시장 지배력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산은은 시중은행들이 이 분야에서 무기력할 때 줄곧 1위를 고수하며 수성해 왔다.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의욕을 불태웠다. 2002년 17위권에서 2003년 점유율 3.64 %로 8위를, 지난해엔 5.40%의 점유율로 3위로 급상승했다가 올해 역시 규모를 늘렸다.
우리은행과 조흥은행은 지난해 이후 국제금융 및 IB분야 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익원 다각화를 서두른 결과 주선규모와 순위 모두 급상승했다.
더욱이 이 분야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내은행들의 이같은 분발은 더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표1 참조〉
올해는 특히 2002년 약 116억7794만 달러였던 시장 규모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에 이미 약 53억7544만 달러를 이룬 가운데 하반기 들어 굵직한 딜이 있었고 또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 한국계 기업 외화자금(론·FRN) 주선실적 순위 추이>
자료: Basis Point
주선액: 달러 기준, 만 단위 이하 반올림
기타 국내은행 ( )안은 순위
<한국계 기업 외화자금 주선 시장규모>
(단위 : 만달러)
Basis Point 집계 기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