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전체 펀드 판매액 가운데 MMF 비중은 대개 60% 수준이며 심한 곳은 80%에 육박한다.
“치열한 영업경쟁 속에 펀드 판매는 늘려야겠고 ELS나 적립식펀드 등의 증권형을 늘리는 게 만만치 않게 되자 손쉽게 규모를 늘릴 수 있는 MMF에 매달리게 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MMF비중 80%, ‘심하네’ =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조흥은행 등 5개 주요 은행의 총 펀드판매액 중 MMF비중 평균치는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게는 최고 80% 수준에 육박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총 3조9345억원 어치의 펀드를 팔았지만 이중 78.6%에 해당하는 3조921억이 MMF로 5개 은행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MMF 비중이 44.7%였던데 반해 무려 33.9%포인트나 늘었다.
시중은행 중 최고의 펀드판매액을 기록한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14조379억원의 펀드를 팔았으며 이중 63.4%(8조8978억원)가 MMF였다. 지난해 상반기 55.8%보다 7.6%포인트가 늘었다.
최근 펀드 판매 5조원을 돌파한 하나은행도 57.3%에 해당하는 3조664억원은 MMF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펀드판매액 중 MMF가 차지하는 비중은 42.7%에 그쳤던 곳이다.
이같은 추세와 달리 5개 은행 중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MMF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총 펀드판매액중 MMF 비중이 64.4% 였으나 올 상반기엔 56.9%로 7.5%포인트 줄었다.
조흥은행도 지난해 MMF 비중이 73.5%에 달했으나 올 상반기엔 43.5%로 무려 30% 포인트나 줄었다.
◇“상품판매능력 반증” = MMF 비중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시장 상황에 영향을 입은 바도 있다.
마땅한 투자처가 실종되는 사이 시중 현금 유동성이 넘쳐 나는 바람에 이리 저리 쏠려 다녔던 자금들이 은행권 MMF로 몰려들 유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신한 조흥은행 등은 총 펀드판매액을 각각 1.7배, 2.2배 늘렸으면서도 MMF 비중은 줄였다.
조흥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MMF 비중이 70%대에까지 달했지만 사실상 MMF를 늘리면 모양새는 좋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은행 손익에는 효과가 없다”며 “지난해 이후 손익위주로 전략을 짜 ELS나 적립식펀드 판매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펀드 판매 담당자들은 MMF가 실상 수수료 수익에 도움이 안되는데다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간 계수 비교나 외형적 평가가 관행처럼 되다보니 쉽게 늘릴 수 있는 MMF의 비중이 커지게 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수수료 측면에서 보면 주식형펀드의 경우 보통 1.5∼2%에 달하지만 MMF는 0.3∼0.5%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A은행 한 관계자는 “MMF의 비중이 큰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적립식 등의 상품을 판매할 능력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실적은 내야겠는데 적립식 등의 펀드판매는 만만치 않아 결국 MMF를 늘리게 된다는 것.
또 다른 B은행 관계자는 “MMF고객을 해당 은행의 잠재고객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도 충고한다.
즉 유동성 자금을 갖고 잠시 머물러 있는 차원이며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좋은 운용처가 있으면 언제든지 빠져나갈 고객이어서 잠재고객으로도 수수료 수익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또 “가용자산의 50% 이상을 한 자산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는 정상적이지 않다”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만큼의 다양한 상품은 넘쳐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은행들이 Fee(수수료)비지니스 차원에서 펀드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취지를 살려 향후 질적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주요 은행 MMF 비중>
(단위 : 억원, %)
(자료 : 각 은행)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