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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II가 성공하려면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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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5-01 21:31

이준근 딜모아 글로벌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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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II는 금융기관의 모든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여 관리하겠다는 획기적인 제도이다.

위험 중에서 신용위험(credit risk)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용위험관리를 선진화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사회의 신용문화수준을 선진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젤II는 단순한 금융권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사회적인 중요 정책과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바젤II 추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2003년 까지만 해도 과연 우리나라가 바젤II체제로 이행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거의 모두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의 대부분이 선진국에 비하여 재무구조가 취약한 데 글로벌기준으로 평가한다면 필연적으로 리스크량이 증가되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대폭 늘려야 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젤II가 도입되면 중소기업금융이 크게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했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주장이었다. 한동안 금융계는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들로 인하여 출발부터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당국에 의한 자본금영향평가결과(QIS)와 중소기업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KDI의 용역연구 결과발표에 따라 이런 주장들은 전혀 사실무근으로 판명되었다.

이처럼 근거 없는 주장들이 그동안 어떻게 가능했을 가? 그것은 학계는 말할 것도 없고 당국이나 금융기관이 필요 자본금을 직접 산출해 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바젤II 요건에 부합하지 않고 전혀 변별력이 없는 부적정한 신용리스크 평가모형에 의하여 자본금을 산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오늘 이 시점에서 바젤II의 원활한 추진을 방해하고 있는 걸림돌은 없는가?

첫째, 신용평가모형이 왜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의 당위성에 대한 확신이 아직도 없다. 모형이 너무 정확하면 불필요한 자본금 부담만 늘어나고 오히려 영업할 대상이 축소되어 영업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에(실상은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다) 모형은 당국으로부터 IRB은행 승인을 통과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만 되면 좋겠다는 것이 은행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바젤II에서는 평가모형이 정확하면 정확할수록 자본금규모는 축소된다. 정상등급에서는 원칙적으로 부도가 발생하지 않고 하위등급에서만 부도가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명한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바젤II 요건에 맞는 신용위험평가모형을 개발했다면 당연히 자본금은 지금보다 축소되게 되어있다. 현재 수준의 자기자본비율 8%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모형이라면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정확한 모형개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예를 들면, 모형이 정확하여 자본금수준을 5%대로 낮추게 되면 3%포인트만큼 자본여유가 생긴다. 자본금이 3조원이라면 1조1,250억원의 여유자금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종전과 같은 변별력이 취약한 random 모형을 그대로 사용하는 은행과 변별력이 있는 모형을 새로 개발한 은행 간에는 경쟁력에서 확연히 판가름 날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도 그만큼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바젤I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모형개발에는 무관심 한 것 같다.

어떤 은행의 경우 바젤II로 가려면 당연히 어느 정도 자본금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받아드리면서 (실제로 자본금이 증가하는 것은 모형이 부정확한 random 모형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임에도) 종전 수준의 구태의연한 모형으로 IRB 은행이 되겠다고 하지만 바젤II는 그렇게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절대 아니다.

둘째, 지난 3월말 감독당국은 신 BIS협약의 주요 쟁점사항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그 중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은행의 신용리스크 통제구조’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바젤이 요구하는 신용리스크 통제구조는 너무나도 간단명료하다. 즉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부서 간에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발생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리스크통제부서(모형개발 및 검증 등 책임)와 신용등급부여부서와 영업부는 서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어야 한다.

또한 리스크시스템구축-신용등급부여-여신실행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견제상태에서 규정대로 수행되는지 여부를 제3자적 입장에서 점검(review)하는 장치(예컨대, Internal Audit)를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만약 영업본부 내 지원부서인 신용등급부여부서(심사부에 해당)가 모형을 개발하는 일이 있다면 심각한 이해상충이 발생하며 신용기획부의 관여로 리스크통제부서인 리스크관리본부가 규제자본 또는 경제자본을 통제할 수 없다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은행의 경우 부서 간 기득권 내지 책임회피 차원에서 분장업무에 혼선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시급히 정리되어야 한다.

셋째, 바젤II는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와 지속적인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통제구조상 경영진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경영진의 결단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끝으로, 감독당국은 추진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조속히 모형검증기준 제시 등 Pillar II supervisory process 추진에 필요한 후속조치들을 취하여 적극적으로 금융기관을 유도해 나갈 것이 요청되고 있다. 현재 각행은 제각기 바젤 요건에 미달되는 모형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개발 중에 있는데 사전에 명확한 감독기준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IRB적격은행 승인 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크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평가모형이 정확하면 자본금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이 리스크종사자들 사이에서조차 불식되지 않고, 바젤II 하의 규제자본 및 RBS 체제의 책임이 있는 리스크통제부서가 막연한 영업논리(정확한 등급을 적용하면 거래할 업체가 없어 영업은 위축되고 은행은 문을 닫아야 된다)에 끌려 다녀 제 구실을 다 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앞서 지적한 현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바젤II 추진의 앞날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 대처하는 일은 전적으로 경영진의 몫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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