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 여신 규모를 줄이고 또 줄이면서도 이미 9월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100% 안팎으로 쌓은 은행이 대부분이다.
◇ 부실채권 부담 터널의 끝자락 =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 전체 대손충당금적립률(이하 고정이하여신 대비)은 지난해 상반기말 72.58%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난 6월말 89.51%로 솟더니 9월말엔 90.5%로 90%대로 올라섰다.
하나은행이 111.0%로 가장 높았고 한미가 씨티와 통합전 상황에서 101.1%로 뒤를 이었으며 조흥과 신한은 103.4%와 95.3%로 평균치보다 월등히 높은 모습으로 올라섰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들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률은 앞으로 더욱 좋아지면 좋아지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그동안 평균치를 깎아 내렸던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의 선전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지난 10일 “부실자산 규모가 최근 1조1000억원 안팎으로 줄었고 내년 중으로 7600억원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한정태 연구위원은 국민은행이 ABS를 5300억원 발행하고 후순위채권도 7000억원 발행하는 것에 대해 “고정이하 여신 3% 이하로 낮추기와 충당금적립률을 100%로 높이는 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익창출력 강화 앞서 ‘내부수리’한 효과도 본격화 = LG투자증권 조병문부장은 “그동안의 자산클린화 노력 덕분에 대손상각비 적립률이 2003년 3분기에 피크 아웃했다”며 “선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며 은행산업은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빅3 자리를 다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를 보더라도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1분기 정점을 찍고 9월말엔 시중은행 평균 2.94%로 낮아졌다.〈그래프 참조〉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밝힌 ‘2005년 금융권역별 전망’에서 부실채권 증가폭은 현 수준보다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대신에 은행들은 이자부문 수익이 올해와 비슷한 가운데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증대 등으로 비이자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대손상각 부담에서 한 시름 돌리고 부실채권이 줄자 충당금을 더 쌓을 여력을 비축했으니 더 큰 폭의 이익의 발판으로 삼게 된다는 풀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장들이 비용절감 또는 근검 정신을 부르짖은 것은 판매관리비 증가율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수익폭에 적잖이 도움된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금융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자산클린화 작업의 효과를 얼마나 잘 살리고 겸업화 파괴력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에 은행권 판도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해가 멀다하고 이뤄지는 각 은행별 조직개편은 신수익 분야인 동시에 겸업화 역량 극대화와 관련 있는 부서들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분석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