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보수 차등화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기존의 펀드들과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데다 투자자들을 멀티클래스펀드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교육도 미흡한 상태여서 앞으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10월 8일 업계에서는 최초로 멀티클래스펀드인 ‘칸서스하베스트펀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납입 금액에 따라 클래스A, 클래스B, 클래스C 등 총 3개 클래스로 구분되는 이 상품은 5억원 미만인 소액 개인투자자가는 클래스A로 분류되고 5억원 이상이면 클래스B, 클래스C는 납입금액 30억원 이상의 투자자로 정통부나 노동부 기금처럼 기관이 직접 운용사와 판매사를 선정해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다.
위 3개 클래스는 다시 클래스A1부터 클래스A4, 클래스B1부터 클래스B4, 클래스C1부터 클래스C4까지 세분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며 투자 후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이 지날 때마다 각각의 클래스단계가 수수료율이 낮은 다음 단계로 자동 전환토록 설계돼 있다. 특히 이 상품은 투자기간별 수수료 차별화로 ‘배타적 우선 판매권’도 받은 상태다.
칸서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수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장기성과 부분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9곳의 판매사에서 판매키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더욱 적극적인 확대 노력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 획일화된 보수체계 속에서 멀티클래스펀드의 성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멀티클래스펀드내의 클래스별 운용보수의 차등화에 대해 금감원이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판매보수에 대한 차별화만 가능하기 때문.
특히 판매보수만으로는 보수를 차별화 하는데 한계가 있고 클래스별 펀드자산 규모에 따른 운용실적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보수 차등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감독당국의 허가가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생각됐다”며 “당장은 큰 어려움이 없을지 모르지만 운용사의 직판이 허용되면 차등화된 운용보수 없이 어떻게 펀드를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금은 도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논의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며 “금감원에서도 이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각에서는 멀티클래스펀드가 현재 업계의 지나치게 낮은 펀드보수 저가정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멀티클래스펀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이 시장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의 보수체계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에 칸서스에서 출시된 멀티클래스펀드의 경우 각 클래스의 보수율이 1.0∼1.6% 정도로 보통 일반 주식형펀드의 보수율인 2.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MMF의 경우 개인 최소 3000억원, 법인 5000억원의 설정액이 있는 만큼 멀티클래스펀드의 필요성이 가장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의 당일환매체제상에서는 각 클래스별 금리에 따른 괴리율로 기관들이 대량환매 할 경우 개인투자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일단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상품출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멀티클래스펀드 도입논의 때부터 가장 적극적인 준비를 진행해오던 삼성투신은 상품출시에 대한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운용과 대투운용도 일단 종류형 펀드 출시는 적극 고려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클래스펀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보수체계의 다원화가 시급하다”며 “여기에 투자자의 니즈와 투자패턴, 자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 유지할 수 있는 고객관리 능력도 함께 키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멀티클래스펀드가 펀드시장의 장기화와 대형화를 이끌 가장 좋은 방법임에는 분명하나 국내에서는 이제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업계의 변화를 살핀 후 차근히 검토해 수익성 있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