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CEO 인물 포커스] “경영은 도전과 가치창조다”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4-10-20 21:23

열정과 실력 하나로 월가 입성한 첫 토종 한국인
85년이후 최고경영자로만 20년째 현직에 재직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비자인터내셔날 코리아 대표이사 김영종(金榮鍾)사장〈사진〉은 ‘도전과 열정’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지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 도중 간간이 이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곤 하였다.

김 사장은 “열정과 재미가 나를 움직인다. 보수와 직책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도 내 월급이 얼만지 잘 모른다. 재미있는 일을 맡다 열정껏 일하면 돈과 명예는 따라 오는 것 아닌가”

그리고 보니 그는 귀찮고 따분한 질문을 아주 재미있게 그리고 무척 열정적으로 받아넘기고 있었다.

그의 이런 열정 때문에 대표이사 직함을 20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김 사장은 “일을 대과(大過)없이 해냈다”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설령 대과가 있더라도 기어이 ‘잘’ 해내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유리창 닦는 사람이 유리창 깨는 법”이라는 비유를 곧잘 사용 한다. 유리창을 안 닦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유리창을 깨뜨리는 일도 없지만 결코 프로는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김 사장 “자신이 수없이 유리창을 깨먹은 경험을 갖고있고 그 경험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20여년전 체이스 맨해튼 투자금융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던 시절 세계적 규모의 공사였던 홍콩하버터널 건설에서 혼났던 기억은 아직도 그의 머리에 남아있다.

“아시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성공시켜 보려는 욕심에 너무 집착했다가 큰 손실을 냈다. 그후 중국과 뉴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가지 일을 붙들면 끝장을 보는 성격 때문에 나무만 보고 숲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게 자신의 흠이라고 고백했다.

■ 일을 즐겨라



그런 `몰두파’ 성격은 일상생활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밤에 책을 보다가 재미있다 싶으면 새벽까지 다 읽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다가 조찬일정이나 중요한 회의에 늦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물론 성공스토리는 더 많다.

지난 1998년 비자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 직후 당시 국내 카드시장 점유율 1위인 마스터카드를 1년 만에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은 그의 대표적 성과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는 IMF체제라는 특수상황과 틈새시장을 겨냥한 상품개발로 잇따른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코리아 웰컴스 비자’라는 관광촉진 프로그램을 만들어 1억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거뒀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환율변화를 이용한 이 상품은 외국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외화획득에 효자노릇도 했었다.



■ 라틴재즈 마니악



김영종사장은 퓨전재즈든, 요란한 콘서트든 가리지 않고 재즈음악회는 대부분 다 다닌다. 퇴근 후 늦은 저녁에 종종 캐주얼한 차림으로 재즈바를 찾는다.

‘젊은 사람 기분이 들고 자유스런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보다 더 젊은 시절엔 아방가르드한 의류를 즐겼고 비틀스를 불렀다. 친구집에 기타를 숨겨두고 대학축제를 다니며 기타 넷, 드럼 하나의 5인조 변형밴드를 만들어 자유롭게 노래했다.

지금은 축제대신 홍대앞 클럽을 찾고, 변형밴드 대신 아들의 아마추어밴드에 박수를 보낸다.

후기에 낭만주의로 돌아간 초기 초현실주의 화가샤갈을 좋아하고, ‘산’을 그린 선굵은 화가 박고석의 ‘울산바위’를 좋아한다. 캔버스 위아래를 새롭게 정의하고, 새 공간을 만들어내는 화가들이다. 라틴재즈의 비트와 ‘Sur(超越)’, 동양화 같은 서양화에서는’숨쉬는 역동성’이 공통분모다.

특히 비트가 강한 큐반 재즈를 즐겨 듣는 김 사장은 몇 년 전 집을 수리할 때, 천정과 벽면을 방음 처리한 오디오룸을 만들었다.

요즘도 주 1회는 흠뻑 음악에 젖어 스트레스를 녹여 없앤다. 지금 그 오디오룸을 지키는 기기는 데논 옵티컬 엠프리파이어에 콤팩트디스크는 매킨토시, 스피커는 제이앤비 제품이다. 오디오 마니악들에게 오디오 기기는 벗이다. 마니악들은 벗을 구할 때 자신의 섬세한 ‘귀’와 ‘취향’에 따라 까다로운 선택을 한다.

김 사장 역시1970년대부터 정보를 찾아 발품을 팔며 발 맞는 벗을 찾아 구애했다. 세번째 기기를 가졌을 때 에피소드 하나.

73년 체이스 맨해튼은행에 근무하던 총각 김영종은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미국인 회사 동료로부터 오디오 기기를 인수했다.

퇴근 후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 받은 기기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신장위동 집까지 왔을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경찰로부터 수갑이 채워지고 끌려가서 맞은 적도 있었다.

‘밀수’로 오해받은 것이다.

지금의 기기가 열다섯 번째인데, 수천장의 소장 앨범은 차치하고라도 그 동안 오디오 기기에만 쏟은 돈은 얼마나 될까? 머뭇거리던 김 사장은 16만달러 정도라고 추산했다. 물론 취향으로 얻은 가치는 그 액수 이상 가치롭다.

김 사장은 홍콩 뉴욕 런던 등지에서 십수년간 일하며 중산층의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 것을 큰 자산으로 꼽았다. “일본을 포함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후진국들이 어떻게 경제적 난항 상태를 극복하고 경제개발을 했는지 잘 압니다. 후진국 개발 경영에 관한 지식을 책으로 정리해 기여하고 싶다.”

김 사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지다. 큐반재즈에 녹아있는 힘찬 자유정신은, 치밀함과 강력한 추진력이 동시에 발휘되는 김씨의 업무스타일과 잘 연관돼 있다.

■ 철저한 현지화 전략



김 사장에게는 권위주의란 찾아 볼 수 없다. 권위주의는 프로정신을 해 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아랫사람들에게도 늘 “직장은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있게 살려면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자코리아를 맡으면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도 개인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를 전문화하고 조직내 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었다.

“비자 코리아가 큰 조직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마케팅, 시스템관리 등 이것저것 다 해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경쟁사보다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내 비밀을 없애고 경영내용도 공개주의로 전환했다. 별 것도 아닌 일을 괜히 감춰봐야 헛소문만 만들어 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직원들의 연봉도 철저하게 개인능력에 달려있다. 매년 9월말이면 업무목표와 실적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하는 사람이 다시 평가받는 이른바 `360도 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지사의 지사장으로서 본사가 가진 역량과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본사 직원이 한국을 방문할 때는 “3일이상 한국에 묵지 않으려면 오지 말라”고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한국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자 하는 성의와 노력이 없다면 그에 맞는 지원도 없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또한 본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직원이 고위급이 아니더라도 김 사장은 꼭 직원과 면담해 방문한 목적과 그것이 성취되었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직원들에게도 담당직원에게 본사에서 올 경우 최대한 회원사와 접촉을 함으로써 한국의 실정과 현실을 정말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비자를 한국실정에 맞도록 로컬라이즈(Localize)하기 위해 본사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데서 나온 것으로 그의 배짱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 경영철학



김 사장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갈수 있는 비결로서 정보력과 합리적 사고를 꼽는다.

그의 평소 일과는 조간신문 5개를 필독하고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해 세계각지에서 들어오는 뉴스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카드에 관계된 기사는 물론 한국경제나 세계경제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습관은 체이스 맨해튼은행을 거쳐 푸르덴셜생명보험 한국지점장, 동아증권 사장을 거치는 동안 계속되면서 몸에 굳어져온 것이다.

그가 말하는 합리적 사고는 `개방성’에 있다.

25년의 경력이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이뤄진 이유도 있지만 외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급격한 세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 갈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외국문화에 대한 수용을 사대주의로 몰아 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식 사고방식이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식 도 보편타당하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외국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언어에 익숙해 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일본이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영어를 못한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은퇴한 후에도 자신이 금융부문에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통해 쌓아온 지식을 국내의 후학이나 개도국에 전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강단에 서거나 베트남이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서 경제개발 자문을 해보는 게 개인적인 희망이다.

자신이 “월급쟁이치곤 세금을 엄청나게 많이 내는 사람”이라는 김 사장은 “성실하고 지혜로운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성공한 것 아니냐”며 크게 웃었다.



▲ “마음만 먹는다고 세상 모든 일이 솔솔 풀리는 것 아니다. 불가능에 도 전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의 지론이자 경영원칙이다.

김영종 사장은 지금도 30분간의 브리핑을 위해 10시간 정도를 준비한다. 철저한 준비만이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약력

쪾 서울생(45년생)

쪾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1972년)

쪾 체이스 맨해튼은행 본점 및 서울지점 근무(1983)

쪾 체이스맨해튼 투자금융주식회사 홍콩지점 사장(1985년)

쪾 한국프루덴셜 생명보험 대표(1989년)

쪾 동아증권 사장(1996년)

쪾 비자코리아 대표이사(1998년~현재)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