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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포커스] “리스산업 도입취지 무색하다”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04-08-29 16:47

부실 발생시 경영부담 때문에 거액물건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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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때 침체의 늪에 빠졌던 국내 리스산업이 최근 2년 연속 흑자결산을 이어가는 등 다시 성장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면에서는 리스산업 도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할부금융업무를 겸업하는 리스 전업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고유 업무인 고가의 시설대여 업무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이 한국보다 중국에 시설투자를 확대하면서 리스에 대한 수요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고 급기야 리스산업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위기(危機)란 낱말을 풀이하면 ‘위험’과 ‘기회’인 것처럼, 리스산업은 위험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들 이다.. 〈편집자〉



리스업종이 오토리스 성장세에 힘입어 다시 활황세다.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의료기기 등 전체 리스 실행액은 3조184억원으로 1999년 1조397억원에 비해 190% 가량 성장했다.

특히 오토리스의 경우 실행액 기준으로 지난 1999년 276억원에서 지난해 1조844억원으로 3,830%증가 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구가했으며 건설기계는 123억원에서 1797억원으로, 선박은 424억원에서 1584억원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의료기기 리스 실행액도 837억원에서 243% 증가한 288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컴퓨터 리스는 3029억원에서 5476억원으로 외형확대를 이어갔다.



■ 리스산업 다시 활황세 타나

이 같은 외형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리스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비록 2기 (FY2002, FY2003) 연속으로 순익을 기록했고, 금융리스에 비해 운용리스 비중이 신규 실행액을 중심으로 확대되어 가는 등 긍정적인 부문도 없지 않지만 오토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표 참조〉

예컨대 지난 2000년의 경우 전체 실행액 대비 5.6%에 불과했던 오토리스 비중은 2004년 1분기 현재 43.6%로 급등한 반면, 일반 산업기계의 비중은 13.4%에서 4.8%로 급감했다. 리스산업의 영업구조가 점차 연성화 돼 가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리스업은 신기술 도입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장비나 구매여력을 뛰어넘는 고가의 장비를 대여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의 진입을 촉진하고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오토리스 위주의 중심 이동은 자영업자나 고소득 개인사업자들 그리고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일부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리스산업의 주요 고객이 개인 및 자영업자들로 변화할 조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 리스시장 편중현상만 가중

이러한 현상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리스산업과 비교할 경우 그 차이는 더욱 뚜렸하다. 미국의 경우 수송용 기기의 리스 비중이 약 4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오토리스 비중은 불과 2% 내외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10년 이상 장기불황으로 인해 전체적인 리스실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물건별 분포를 살펴보면 컴퓨터나 통신 등 정보통신 관련 기기의 비중은 10%를 밑돌고 있는 반면 산업용 기기나 서비스 관련기기 등의 비중이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리스산업은 왜 오토리스의 비중을 늘여가고 있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오토리스 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리스사들은 외환위기 이후의 부실처리에 집중하느라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였으며 또한 그간 지속된 설비투자 부진도 리스산업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이러한 과정에서 리스사들은 고가의 신기술 장비를 구입할만한 여력을 상실했다. 리스업계 또한 거액리스 취급에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부 리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리스사들이 연간 2000~3000억원 내외의 리스실적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리스물건 취급하기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리스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산업구조가 정보통신 산업으로 재편돼 철강, 조선, 정유 중심의 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데다 경기마저 침체돼 대형 리스물건 취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리스사들이 거액물건 취급을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리스시장 왜곡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오토리스 선호 등 소액리스 취급에만 열중

수입차 등 일부 리스영업서 과다 출혈경쟁도



■ 판매마진 좋은 수입차에만 집중

특히 오토리스 가운데서도 판매마진이 높은 수입차 리스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자동차리스 신규 취급액은 7861억원으로 이 가운데 수입차는 45%에 이르는 3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입차 리스는 지난해 66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바 있다.

업체별로는 현대캐피탈이 월간 200~300억원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 대우캐피탈, CNH캐피탈, 쌍용캐피탈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더우기 GM, 스미쇼오토리스 등 외국계 자동차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진출을 선언한 상태라 시장규모가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수입차 리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소득자들의 소비패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들은 최신 사양의 차량을 선호하는 탓에 차량 교체주기가 3년을 넘지 않으며 짧은 경우 1년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신차를 구매하고 중고차로 되파는 것 보다 리스를 이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 손비처리가 가능해 절세효과가 크다는 점도 수입차 리스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5000만원인 개인사업자는 연간 891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오토리스를 이용해 연간 1000만원의 리스료를 지불했다면 납부세액이 594만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297만원의 절세효과가 생긴 것이다.

과세표준 1억원인 법인사업자는 16.5%의 세율을 적용, 165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1000만원의 리스료를 지출했다면 1000만원을 제외한 9000만원에 대한 세금 1485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특히 수입차를 법인명의로 구매했을 경우 영업차량으로 분류가 어려워 감가상각비 등을 손비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렌트카의 경우 3년간 임대하면 보험경력이 상실되는데 반해 오토리스는 계속 유지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이외 등록, 정비, 사고처리,소모품 교환에 드는 비용과 절차를 리스사가 대행해 주는 편리성도 수입차 리스가 선호되는 이유다.



■ 취급사간 덤핑 경쟁도

수익구조가 좋은 수입차 오토리스시장에 집중하면서 취급 여전사간 덤핑경쟁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는 “국내차의 경우 자동차계열의 여전사들이 독점하다 보니 연간 6000~7000억 수입차 오토리스 시장을 놓고 신규 진입사와 기존 취급사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지나친 고객유치 경쟁이 제살 깍아먹기식 저가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이 같은 덤핑경쟁은 워크아웃을 통해 채무를 재조정 받은 부실 캐피탈사와 은행계열 캐피탈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그 동안 정상적으로 오토리스 영업을 전개한 여전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오토리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소형 리스사 관계자는 “부실 여전사 가운데 채권단의 채무구조조정을 받은 일부 캐피탈사들이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자금을 앞세워 정상적인 오토리스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부 은행계열 여전사도 대주주로부터 저금리의 특별자금을 지원 받아 오토리스시장을 강화하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들 여전사들의 덤핑영업으로 수입차 오토리스 운용금리가 3%정도 하락했다. 이처럼 일부 여전사의 덤핑영업으로 운용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본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여전사의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틈새시장 공략 통한 생존모색

국내 리스산업이 오토리스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해서 신규산업 발굴과 지원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국내의 제반 여건이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것 같다. 경기침체로 인한 설비투자 수요부진은 차치하더라도, 1999~2000년의 코스닥 위기와 벤처불황을 겪으면서 신규 산업의 추진역량이 현저히 약화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리스산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리스크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일정한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보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에 대한 리스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자금조달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자기자본의 10배 이내에서 충당하기 위해 사채발행만 허용되고 있으나, 고가의 설비에 투자할 만한 자금력을 가지지 못한 현재의 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일정 리스물건에 투자하기 위한 투자조합 형태의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선박투자회사 혹인 자산운용업법상의 실물펀드와 마찬가지로 리스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조합을 허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리스사들 스스로 새로운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리스사의 경우 SOHO시장을 목표로 한 소량 다품종의 리스상품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관계자의 설명이다.

                                         <물건별 리스 실적>
                                                                                   (단위 : 억원, %)
(자료: 여신금융협회)



                                   <리스산업 재무현황>
                                                                               (단위 : 억원)
(자료 : 여신금융협회)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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