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19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조흥은행 매각을 승인했다.
18일부터 시작된 파업을 주도했던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용득 금융산업노조 위원장, 허흥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이 밤늦게까지 대책을 논의한 이후 얻어낸 결론은 ‘전산시스템 가동중단’이었다. 이는 22일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산망 다운’이라는 초강경 대응은 윤태수 조흥은행 전 노조위원장(당시 금융노조 문화홍보국장)이 밀어부쳐 관철시켰다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게다가 조흥은행 파업 외에 두 번의 금융노조 파업에 윤태수 국장은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2000년 첫 총파업 때는 금노의 대변인을 맡았을 정도다.
이런 전력을 가진 윤태수 전 위원장이 허흥진 위원장의 후임을 뽑는 선거에 단독출마했으니 신한금융지주가 이번 조흥은행 노조 위원장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검증하듯 윤위원장 후보의 발언은 강경했다.
“지난해 6월22일 파업을 끝내면서 체결했던 노사정합의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약속을 어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생각입니다.”
윤 후보가 약속파기로 규정하는 것은 노사정 합의서 내용중 ‘독립경영 보장’과 ‘2년이 지난후 통합여부 논의’이다.
최근의 임원급 인사교류와 공동상품개발 등이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전제로 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합의서에는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항목으로 ‘듀얼 뱅크’로 남아 있는 것이 당연한데 신한지주가 실제로는 ‘원뱅크’와 조기통합 등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또 합의 당시 통합추진위원회는 ‘통합문제’가 아닌 ‘통합 여부’를 논의할 기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통추위에 신한과 조흥은행이 동수로 참여하고 제3자가 위원장을 맡는다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합의 시너지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실질적인 기구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화학적 통합은 경영진의 얘기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며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제 3자를 통해 6개월 이상 장기간에 걸쳐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너지 효과에 대한 검증과 아울러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문제, 씨티은행 진출, 삼성출신의 우리은행 진출 등 금융환경 변화를 면밀하게 따져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노동조합의 당위적인 주장뿐만 아니라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정당성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지난 99년 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을 역임했고 금융노조에서 교육문화국장을 거쳐 현재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