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단기부동화가 심화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거액 자금이 은행에 흘러들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14일 지난해말 은행수신 잔액이 724조4240억원으로 한 해 동안 40조772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2년 86조943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 및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정책 추진으로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공급이 크게 둔화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신용활동이 활발하면 기업대출이 다시 예금으로 들어오고 이 예금을 가지고 다른 기업에 대출해주는 등 선순환을 하게 되는데 설비투자 부진으로 대출이 줄면서 흐름이 막혔다는 것이다.
정기예금은 한 해 동안 1조7357억원이 증가, 26조5644억원에 달했지만 증가폭은 2002년 3조3274억원에서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 2002년 1조7260억원 증가에 머물렀던 기업자유예금은 지난해에 무려 11조8440억원이 늘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역시 9조8920억원이 늘어 증가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은행 수신 가운데 수시입출이 가능한 요구불 예금과 저축예금, 기업자유예금 비중은 지난 2002년 27.1%에서 28.2%로 올랐다. 그만큼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됐다는 증거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두드러졌다. 특히 5억원을 넘는 거액 저축성예금은 계좌수가 6만6500좌에 168조9880억원에 달했다. 2002년말보다 25조5680억원이 늘었다.
한은은 은행들이 거액자산가 및 법인기업에 대한 고객차별화 영업전략(프라이빗뱅킹 PB)을 꾸준히 추진한데다 일반의 안전자산 선호에 힘입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말 은행 수신 계좌수는 1억7272만좌로 471만좌가 증가했지만 2002년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하지만 1만원 이하 계좌는 769만좌가 늘어 9048만좌에 달했다. 전체 예금계좌의 53.8%에 달한다.
<수신종별 금액 및 비중 추이>
(단위 : 10억원, %)
주 : 1) 동업자거래분 제외, 요구불예금은 타점권을 제외한 실세기준으로 계상
2) ( )는 총수신에 대한 구성비
<5억원 초과 주요 거액계좌 추이>
(단위 : 천좌, 10억원)
주 : 1) 동업자거래분 제외
2) ( )내는 5억원초과 거액계좌가 해당 금융상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