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의 자본금은 자산관리공사와 각 금융기관이 출자해 충당하고 5월부터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신청을 받아 운영된다. 두 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있고 총 빚이 5000만원 미만인 신용불량자가 배드뱅크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채무자는 원금의 3%를 내면 신용불량자 기록을 없앨 수 있고 나머지 빚은 연 5~6% 금리로 최장 8년 동안 나눠 갚으면 된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배드뱅크 외에 1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137만명 가운데 1000만원 미만 채무자 105만명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는 등의 신용불량자 대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2면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과 관련해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은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추진팀’을 구성했다. 추진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이 맡았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배드뱅크 설립 주간사인 LG투자증권은 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 임원이 참여한 가운데 설립 안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동의 의사를 밝혀 LG투자증권이 제출한 안을 추진팀이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립 안에 따르면 배드뱅크는 각 금융기관 출자금과 외부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주식회사로 5월께에 출범, 7월까지 3개월 동안 채무자의 등록을 받아 채무조정을 실시한다.
배드뱅크는 두 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총 5000만원 이하의 빚을 진 신용불량자에 한해 신규대출하고 이를 회수하는 대부업 형태를 띤다.
채무자는 우선 전체 빚의 3%를 채권 금융기관에 갚으면 대상자로 선정되고 신용불량 기록이 없어진다. 또 나머지 금액은 연 5~6% 금리로 8년 동안 나눠서 배드뱅크에 상환하면 된다. 바로 원금을 삭감 받지 못하지만 일정기간 동안 꾸준하게 갚아 나가면 원금의 일정비율을 감면 받을 수도 있다.
은행,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은 기존 연체 대출금 가운데 8%를 먼저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배드뱅크에 출자키로 했다. 현금으로 받는 8%는 채무자가 처음에 갚은 3%와 배드뱅크가 지불하는 5%로 구성된다.
금융기관이 실제로 배드뱅크에 출자하는 금액은 기존 대출금의 가치평가에 따른 금액으로 대출액의 10% 가량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배드뱅크는 기존에 산업은행이 운용해왔던 특수목적회사(SPC) 보다 진일보한 형태”라며 “신용불량자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배드뱅크 출자의 기준이 되는 부실채권 평가액에 대해 각 금융회사 마다 기준이 달라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소형 금융기관일수록 배드뱅크에 대출자산을 넘기는 순간 경영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배드뱅크가 은행에 지불하는 현금 5%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커 공적자금 조성 등 논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배드뱅크 운용자금으로 5000억원이 필요하고 자산관리공사의 채권발행자금에서 수천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