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말 보다 무려 3조원 가까이 규모가 증가했다.
건전성 분류에서 감시대상에 해당하는 ‘요주의’ 여신 역시 새롭게 1조3000억원이 늘어 총 12조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시장을 뒤 흔들었던 LG카드의 경우는 대부분의 유가증권이 여신에서 제외돼 실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 여신은 9조460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2년 말 6조6866억원보다 2조7735억원 증가한 규모다.
국민, 조흥은행 등이 대규모 적자 결산을 통해 부실채권을 상각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부실채권 증가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은행권의 지원을 받은 LG카드의 경우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대부분의 유가증권이 이들 여신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은행권의 드러나지 않은 부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에서 LG카드 지원으로 인한 부실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가증권 가운데 기업어음(CP) 등 일부만 여신으로 분류된 만큼 대부분의 채권단 지원액은 숨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LG카드에 대한 여신지원과 협조융자 등 일정을 감안할 때 지난해 요주의로 분류됐던 현황이 올해 1분기나 2분기에 부실 수치로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확실하게 부실화된 채권만 문제가 아니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이 더욱 은행 건전성을 압박할 전망이다.
지난 2002년 10조5376억원이던 ‘요주의’ 여신은 지난해 1조2973억원이 늘어난 11조8349억원에 달했다.
그만큼 은행권의 위험관리가 강화된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부실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서비스업과 개인사업자의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2년 만기의 가계 대출이 대거 상환압력에 몰릴 것으로 보여 부실채권 증가 추이는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역시 “부실채권 가운데 가계와 신용카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변동이 없다”며 “기업 여신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정이하 여신 규모는 가장 대출 볼륨이 큰 국민은행이 5조534억원을 기록했고 우리은행이 1조3712억원, 조흥은행이 1조270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또 신한은행이 9418억원, 하나은행이 8235억원에 달했다.
한편 외화대출금의 경우 SK글로벌 사태로 인한 충격으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SK글로벌로 인해 은행권은 6월 이후 상각을 많이 했다”며 “여신 규모가 컸던 하나와 한미은행 등은 타격이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12월 결산을 대비해 상각을 하기 때문에 연말 부실채권은 대부분 줄어들지만 지난해의 경우 SK글로벌의 여파와 경기침체로 인해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했다.
<원화 대출금 건전성 추이>
(단위 : 억원)
(자료 : 각 은행)
<외화 대출금 건전성 추이>
(단위 : 억원)
(자료 : 각 은행)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