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설비투자 의욕을 감소시켜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장기채권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과 아울러 초단기로 이뤄지고 있는 중소기업대출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됐다.
1일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기관 수신자금과 여신자금 가운데 단기자금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등 자금의 단기화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총수신 중 초단기 유동성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 평균 19.4%에 머물다가 2002년 이후 24%대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또 지난해 11월말 현재 금융기관의 6개월 이하 단기수신은 383조원에 달하고 총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여신 역시 총대출금 가운데 장기 시설자금의 대출 비중이 외환이기 이전에 15% 가량에서 지난해 2분기 말에는 9.9%로 크게 하락했다.
한은은 이같은 자금 단기화의 원인으로 기업들의 장기자금 수요 부족과 금융기관의 공급 감소가 함께 이뤄진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자산 안정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단기자금 공급에 열중한 것이 중요 원인으로 꼽혔다.
수신의 경우 2000년부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이 미래 단기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 장기예금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단기 결제성 수시입출식 예금 비중을 늘리면서 단기화가 급속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즉 예금자에 비해 정보우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미래 단기금리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해 장기예금에 대한 수요를 줄였다는 주장이다.
또 2002년 이후 가계부문의 신용위험이 커짐에 따라 가계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단기 수익성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한 것도 자금 단기화를 부추겼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투자 목적의 단기 자금이 금융권으로 대거 몰리고 신용위험이 높은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에 대한 금융기관의 기피 움직임이 상호 상승작용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강종구 과장은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은행권이 단기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자산안정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면서 자금의 단기화가 급속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강과장은 “자금 단기화로 투자, 소비 등 실물활동에 수반되는 금융거래가 아닌 투기적 목적의 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금융부동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장기 설비자금 공급이 줄면서 자칫 성장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장기 국공채 및 통안증권의 발행, 주택채권 담보부 증권(MBS) 시장 활성화 등 직접금융시장을 살리고 지수연동 예금상품의 다양화 및 장기 저축성 예금에 대한 세금공제 등을 통해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에 장기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여신거래 약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소기업 대출을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종구 과장은 “장기대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은행의 거래 관계가 밀접해야 한다”며 “여신거래 약정에서 ‘신규투자시 재무건전성 유지’ 등 특별약정을 체결해서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희 기자 gh01@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