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운용정보가 증권사 일임형 랩마스터에게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현행법상 고객인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 등은 자신의 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운용시스템, 운용시뮬레이션 등의 운용정보를 증권사를 통해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투신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제125조 장부·서류의 열람 규정에 의한 것으로 ‘정당한 사유’란 정보를 제공받은 자인 증권사가 그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려되는 경우 등이다.
즉 그 정보를 판매사인 증권사가 거래에 이용하는 것이 우려되는 경우 투신사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증권사 랩마스터들이 투신사의 운용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해 영업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투신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투신사 한 관계자는 “현행법은 각 증권사의 지점에서 고객이 운용정보를 요구할 때 투신사는 증권사를 통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투신사 자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운용정보가 증권사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자인 고객에게 제공될 정보가 증권사 랩마스터에게 흘러들어갈 경우 투신사의 노하우가 랩마스터들의 운용스타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즉 지난해 삼성, 대우, LG증권 등이 또 올초 굿모닝신한, 동양종금, 우리증권 등이 일임형랩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가열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후발 증권사 랩마스터들이 운용실적이 뛰어난 투신사 운용정보를 자신의 랩운용에 적잖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투신사 관계자는 “결국 증권사 랩마스터는 어떠한 비용의 지불없이 투신사 지적재산권이자 영업권인 운용과 관련된 정보를 너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운용과 판매가 분리돼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투신사와 증권사는 경쟁관계”라며 “내 패를 상대방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고객인 바이어가 만약 반도체 설계도를 보자고 요구한다면 과연 삼성전자가 지적재산인 설계도를 보여주겠냐”며 “투신사와 증권사도 삼성전자와 바이어의 관계”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증권사 한 관계자는 “랩마스터, 머니매니저 등 증권사의 랩 운용담당자들도 투신사 펀드매니저들같은 전문가”라며 “증권사가 비록 투신사의 운용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는 있지만 이를 자신의 운용스타일에 이용하는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투신협회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증권사와 투신사의 정보불균형의 문제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임을 감안해 재경부와 협의해 관련법령 및 시행규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성모 기자 hs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