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환경하 ‘新 금융질서 대응의 해’
보험산업의 많은 기회와 위협으로 작용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사스 공포, 국제유가 폭등, 그리고 부동산 가격 급등, 저금리 지속, 신용불량, 소비위축 등 2003년 한 해 동안 경제뉴스면을 장식했던 악재들이 2004년 들어서면서부터 상당부분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미 장기간의 저투자에 따른 성장력의 둔화로 우리 경제에 대한 잠재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2004년 우리경제는 다소간의 전반적인 경기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제한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 한 해를 회고해 보면 보험산업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6년만의 보험업법 전면 개정으로 그간 보험업계에서 쟁점이 되어왔던 사안의 제도정비가 이루어졌고, 방카슈랑스 시행은 은행의 적극적 판매노력 등에 힘입어 예상을 훨씬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주면서 보험산업에 많은 기회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2004년 보험환경 전망
2004년도 국내 보험산업은 신 금융질서의 틀에 대응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시장 대외개방, 금융겸업화, 가격자유화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보험시장 구조가 급속하게 재편되어갈 것입니다.
특히 방카슈랑스로 대표되는 금융겸업화의 진전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그룹 형성이 본격화됨에 따라 업종을 넘어선 금융그룹간 경쟁구도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대형화,인수합병,업종간 전략적 제휴가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4년 보험환경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첫째, IMF 이후 보험산업에 가장 익숙한 용어로 등장한 이른바 “저성장의 구조화”입니다.
보험 수요의 성장 여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장기간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2004년도에도 보험 수요는 크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며, 본격적인 저성장 단계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저성장 환경하에서의 보험회사 경영이 주요한 과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둘째, 금융산업 변화에 따른 “보험시장 재편 가능성”이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금융겸업화, 방카슈랑스 도입 등으로 대형화,인수합병,업종별 전략적 제휴가 본격화될 것이며, 은행 중심의 대형금융그룹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울러 외국계 금융기관의 공격적인 국내진출 및 투자확대로 외국사의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대됨과 동시에 각종 규제도 빠른 속도로 완화되어 국내 보험시장을 둘러싼 경쟁구도는 대형금융그룹(또는 기존대형사)과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은행자회사)이 지배하는 것을 주된 경향으로 하면서 이와 동시에 독립적인 틈새시장(예 : 온라인 전문보험회사)이 공존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2004년 보험환경변화의 중심에는 “방카슈랑스로 인한 시장확대”의 가능성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 보험회사의 전통채널을 통한 판매액의 절대규모가 줄지 않았음을 볼 때 방카슈랑스로 인한 보험시장 규모의 기존수요 대체 측면보다는 신규수요창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로 인해 보험회사는 단기적으로 매출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저축성보험의 과다판매는 시장환경 악화시 해약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및 지급여력 등 재무적 리스크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넷째, 방카슈랑스의 정착은 보험회사의 전통적인 판매채널을 재편시키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고, 직판 형태의 온라인시장이 대두될 것입니다. 즉, 방카슈랑스 채널에 대한 경쟁채널로서 TM, CM 등 직판채널(direct marketing channel)이 활성화 됨으로써, 보험회사 전통적 채널의 역할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직판시장은 대중적이고 가격민감도 특성이 높은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판시장의 확대는 TM대리점에 대한 과다 지원 문제 등 보험회사간 과열경쟁으로 이어져 사업비 절감을 통한 보험판매의 저변확대라는 직판채널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초과사업비가 발생하여 회사의 손익을 압박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할 것입니다.
■ 보험수요 측면
2003년 도입된 방카슈랑스는 시행 초기에 다소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산업 전체적으로는 보험시장의 수요기반을 확충시켜 갈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인구의 고령화에 따라 연금, 건강보험, 장기간병보험 등의 신규 보험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국내 보험산업은 생명보험의 경우 최근 생명보험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종신보험이 현재 보험계약자가 650만명을 넘어서는 등 성숙도가 심화되고 있어 향후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한 시장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손해보험의 경우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자동차보험 및 장기손해보험 등과 같은 개인보험에 대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과거와 같은 급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이들 종목의 성장 둔화를 보완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데, 연금, 건강보험 및 장기간병보험 분야에서의 수요전망이 밝다고 봅니다.
이러한 가능성은 특히 최근 들어 인구사회적인 요인과 사회보장제도의 불충분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구 고령화의 진전과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금융상품에 대한 니즈가 종전의 사후중심에서 최근 수명연장을 위한 생존보장 중심으로 구매패턴이 전환되고 있어 수요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안정된 경제적 기반을 보조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보완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CI보험과 민영건강보험, 장기간병보험 등과 같은 질병 및 건강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손해보험회사에서도 CI보험을 도입하는 등 질병보험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운전자보험 및 상해보험과 함께 장기손해보험에 대한 신규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며, 아울러 지난해 보험업법의 개정으로 생명보험회사도 실손보상형 단체건강보험의 판매가 가능해져 2004년에는 실손보상형 단체의료보험에 대한 활발한 상품개발 및 판매가 예상됩니다.
개인연금보험의 경우 지난해 시행된 이후 급성장하고 있는 방카슈랑스의 효과로 저축성보험과 함께 일시납 위주로 판매되는 등 급성장했습니다.
올해에도 방카슈랑스는 인지도 상승과 손해보험회사 및 증권사의 참여 확대가 예상되므로 개인연금보험 가입은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올해에는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어 변액보험 및 금리연동형 등 금융형 상품의 시장 수요가 클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가격자유화와 IT기술의 급진전으로 TM 등 직접판매채널을 이용한 금융상품의 구입이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직접판매상품에 대한 개발 및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손·생보 통합형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니즈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합형 보험은 하나의 보험상품으로 개인의 모든 위험보장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신개념의 선진형 상품이며, 향후 종합보험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미래형 상품으로 성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보험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로 예상되는 부분은 퇴직연금분야입니다. 퇴직연금제도 시행에 대한 국회 심의가 미루어짐으로써 도입시기가 다소 유동적이나 도입될 경우 단체보험시장에 대한 영향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원은 2003년 퇴직연금의 예상시장 규모가 2005년에 45조원, 2010년에는 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퇴직연금은 향후 금융회사 및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타 금융권과 선점화를 위한 경쟁심화가 예상되므로 기회가 위기로 작용될 수 있는 점에 대해 간과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정리 = 김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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