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모든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동원증권 사내 게시판에는 멀리 지점에서부터 “힘내자”는 등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직원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2000년 들어 악재만 발생했던 동원증권이 마지막 액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아는지 29일 오전 폭락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원증권의 주가는 전날보다 20원이 오히려 올라 강보합세를 보였다. 외인도 사자에 나서며 1만1120주를 순매수했다.
동원증권 김용규 사장은 복구가 마감되고 장이 끝날 무렵인 지난 29일 오후 3시경 사내 특별방송을 갖고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하려는 직원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새벽 4시경 나는 직원들이 졸음을 이겨가며 뒤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하늘을 탓하겠는가. 꼬박 밤을 새고 복구가 마감될 무렵 엎드려 졸고 있는 직원을 보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내일은 불확실하고 두렵지만 자신있게 나가자. 이제는 ‘너‘와 ‘나’가 아니라 ‘우리’다. 공동체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먼 훗날 오늘 사건을 추억의 한잔으로 갈음하자”며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미미한 업무 처리와 고객의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의지를 모아 다시 한번 힘을 내자”고 발표했다. 김 사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동원증권은 업계에서 증권맨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잘 나가던 회사였다. 김정태닫기




그러던 중 올해 들어 불가항력의 사건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KTB의 동원증권 주식매집 사건과 관련 M&A설에 휘말리며 신뢰도에 손상이 가기 시작했고, 전환 증권사들이 속속 설립되며 법인약정이 급감했다. 동원BNP투신이 운용하던 수익증권의 수익률이 급락, 反동원 사이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배수관 파열로 인한 전산사고도 ‘희귀 사고’에 속한다. 배수관과 배수관의 이음새가 서로 이탈하며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인데, 이음새는 평소 석면으로 감싸놓아 점검을 하더라도 허술한 부분을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누수현상이 몇차례 감지됐지만 그때마다 하자보수업체에 용역을 의뢰, 파이프관을 교체했었다. 모든 증권사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이번 전산사고는 동원증권이 울고싶을 때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주식용어로 말하면 바닥을 확인한 것이다.
동원증권 관계자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하필이면 물이 새도 전산실에 샐 것이 무엇이냐”고 탄식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번 기회가 직원들이 똘똘 뭉치고 재도약해보자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선 기자 bsmoo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