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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리포트 못 내는 애널들의 속사정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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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7-03 00:39 최종수정 : 2017-07-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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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리포트 못 내는 애널들의 속사정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매도리포트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게 우리 발목을 잡는다.”

왜 매도리포트 안 쓰냐는 질문을 애널리스트에게 던지면 가장 빈번하게 돌아오는 답변이다. 아니, 유선상으로 답변보다 먼저 돌아오는 것은 짧은 한숨이다. 기자로부터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아서일까. ‘너는 현실을 모른다’는 핀잔을 담은 것일까. 아마 후자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이 매도리포트 작성 어려움을 주장하면서 덴 근거를 압축하면, ‘매도리포트를 모두가 싫어하기 때문’, ‘소송에 휘말릴 때 고스란히 피해를 보기 때문’이 두 가지다.

국내 증권사가 발행하는 리포트 중 투자의견이 ‘매도’로 적시된 리포트가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개선 좀 해보자고 처음 칼을 빼 든 것이 2015년이다. 그때 ‘매도리포트 비율 공시제’를 시행했다. 전체 리포트 중 매도리포트를 발간한 비율을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하라는 명령이었다. 시행 후 효과가 제법 있었다. 2014년 0.13%였던 것이 2015년 0.25%로 늘어났다.

약발이 떨어진 걸까. 지난해 공시된 매도리포트 비율은 0.17%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올해 시작과 동시에 진웅섭 위원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는 괴리율(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차) 공시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본래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 리포트에는 실제주가와 목표주가가 현란하게 그려진 그래프가 있다. 다만 약간 구석에 그려져 있다. 매도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외에 관심 없는 투자자라면 ‘괴리율’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래프엔 수치가 적혀있지 않다. 올 9월부터는 괴리율을 수치로 나타내게 하자는 거다. 애널리스트가 괴리율을 좁히려고 뻥튀기된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매도리포트도 늘어날 것이란 생각이 전제돼 있다.

이런 유인책이 실효성이 있을까. 애널리스트의 입을 빌려 말하면, 매도리포트는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일단 기업들이 싫어한다. 모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홀드(HOLD)만 써도 기업에서 전화오고 난리가 난다. 예를 들어서 시총 3000억에서 1조 이하짜리 기업 투자의견을 매도로 쓰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회사 부도날 수도 있다. 시장에서 매도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면, ‘고평가됐으니 팔아라’ 이 의미를 ‘회사가 뭔가 이상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말했다.

또 투자자들이 싫어한다. 기관투자자들도 싫어하고 개인투자자들도 싫어한다. 모 중소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한테서 나 때문에 주가 빠졌다고 반협박 전화를 많이 받았다. 우리 애들 이름이랑 집주소를 들먹이더라. 이상한 물건이 든 택배가 오기도 했다. 매도리포트를 쓰면 나만 손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증권사도 싫어한다. 아마 당국은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보는 듯하다. 증권사가 법인영업 실적을 높여야 하는 등 기업과 이해상충 관계에 있다 보니 매도리포트가 안 나온다는 지적일 것이다. 실제로 한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목표주가를 찔금찔끔 잡는 것보단 높게 잡는 게 회사 실적에 도움이 된다. 기업이 좋아하니까. 시장에서도 목표주가를 이렇게 잡고 설득을 잘 하는 애널리스트를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로 생각하는 문화도 있다. 리서치센터는 국책 연구소가 아니다. 사기업에 딸려있다는 걸 이해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 본인이 싫어한다. 이건 위에 세 주체가 애널리스트를 ‘피곤하게 만들어’ 싫어하는 것도 있지만, 소송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대형증권사의 경우 매도리포트를 작성해서 애널리스트가 소송에 휘말리면 대형 로펌과 계약돼 있어 애널리스트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해준다. 반면 중소형사는 “내버려둔다. 소송을 알아서 해결하라고 놔둬버리는 거다. 그러면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제도 개선은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모두가 매도리포트를 환영하는 분위기로 바꾸는 것은 물론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애널리스트의 불이익을 줄이고, 기업들의 불이익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원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매도리포트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사회적인 합의,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구조상으로 작성한 사람만 힘들어지니까.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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