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61)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2월18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을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황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며 “‘혁신이 일어나면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바뀐다’ ‘KT가 선두에 서 달라’ 등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황 회장이 독대를 마치고 일어나려 하자 박 전 대통령은 그에게 봉투 2개를 건네면서 검토해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독대 후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은 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설명하면서 비서실장에게 검토 지시를 내렸다.
황 회장은 나중에 직원의 보고를 받고 내용물이 더블루K의 연구용역 제안서와 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계획서’였음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황 회장은 “(독대 다음날)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서 대통령과 이야기한 내용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며 “안 전 수석이 대통령이 건넨 봉투에 대해 잘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KT 실무진은 영재센터가 스키단 규모에 비해 운영경비를 너무 높게 잡았고, 더블루K가 용역대금을 과다하게 요구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황 회장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미 내부 결론이 났음에도 바로 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토가 끝나고 2개월 뒤에서야 더블루K의 용역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안 전 수석에게 알렸다.
영재센터의 KT스키단 창단계획서에 대해선 아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처럼 안 전 수석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오아름 기자 ajtwls070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