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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은 왜 반복되는가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7-02-22 11:09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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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은 왜 반복되는가
[한국금융신문] 돌고 도는 게 역사라고 하더니 우리 경제에도 반갑지 않은 어둠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한국 경제 위기설 얘기다. 올해도 다시 고개를 든다. 이달 들어 금융시장에서 돌기 시작한 ‘4월 위기설’ 등 경제 불안감이 계속 번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리스 국가 부채 상환 만기에 맞춘 ‘7월 위기설’에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 10년 주기의 ‘2017년 위기설’까지 나돈다.

지금 금융시장 일각에선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이 4월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매년 4월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외환·수출입시장마저 크게 흔들릴 거란 위기설이 파다하다. 이처럼 시장이 수군거리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4월 위기설에 동의하기 어렵다”거나 “상상 못할 위기는 없을 것이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 전문가들 역시 ‘4월 위기설’에 시큰둥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원 한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언제 위기 아닌 때가 있었느냐”며 “위기설은 늘 설(說)로 끝났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위기설이 실현되려면 달러의 향방이 관건인데, 사실 그건 트럼프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트럼프는 약달러를 원하지만 그의 정책대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강달러가 불가피하다. ‘트럼프와 달러의 딜레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나마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에 따른 위기설이 그럴듯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위기설은 불안심리를 파고든다고 한다. 위기설이 확산된다는 건 경제주체들이 그만큼 불안해한다는 증거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해될 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단순히 위기설로 끝날지 아닐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냥 근거 없는 소문으로 여기고 넘길 수 있으나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EU와 중국, 일본 등을 겨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전방위적인데다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 한진해운의 파산 후유증, 사드(THAAD),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두루 엮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새롭진 않지만 각각의 파급력을 예단할 수 없기에 투자자는 불안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현실이 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상습화된 위기설의 배후에 단기차익을 노린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위기설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시작된다는 점이 그 이유다. 위기설을 유포해 주식, 부동산, 통화 등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그 틈에 이익을 보려는 투기세력이 있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뒤부터 위기설이 나오면 근거에 설득력이 얼마나 있는지 살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실 ‘위기설의 일상화’는 한국 경제의 숙명이다. 무역의존도가 100%에 달할 만큼 소규모 개방형 경제 구조라 외풍에 늘 취약하다. 지정학적 요인도 한술 보탠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열강 사이에 끼인 지정학적 여건과 분단국가라는 점 때문에 대외적 운신 폭이 좁다”고 했다. 위기설이 삭삭 기승을 부리니 조어들도 유행을 탄다. ‘10년 주기설’ ‘4월 위기설’이니 하는 말이 그런 유다.

'이미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는 속설이 있다. 이 속설처럼 위기설이 그저 기우에 그치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마침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의 대책 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지금 고통을 동반하는 수술을 시작하지 않으면 괴담처럼 양산되고 있는 위기설이 정말 현실화될 수 있다. 우린 이미 1997년 IMF 외환위기란 쓰라린 경험도 했지 않은가. 지난 수십 년간 대외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번번이 우리를 괴롭혔던 위기설에서 이젠 자유로워 질 때도 됐다. 오히려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안팎으로 터진 내우외환을 잘 견뎌내고 우리 경제가 한 단계 점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도 탄핵정국과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민생을 외면한다면 촛불이 국회로 달려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각자 위험관리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 역시 당장 먹기 좋은 곶감만 빼먹던 호시절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위기 후 재도약을 위한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그 한복판에 단말마의 고통이 따르는 노동개혁이 있다. ‘재깍재깍’ 가계부채에 대한 근본적 대수술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 또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경제 주체들이 위기설을 독이 아닌 약으로 활용하면 어떠한 재앙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위기가 반복되면서 우리 경제 시스템이 축적한 내공을 잘 활용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국민의식을 바탕으로 2017년 위기설을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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