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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정론 Ⅱ - 구속영장의 역학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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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2-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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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정론 Ⅱ - 구속영장의 역학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합니다. 그러나……”

1980년 당시 ‘국민학교’ 학생이었으니 세상 물정을 알면 얼마나 알았으랴만 드라마 시작과 함께 나왔던 것으로 기억나는 이 나레이션을 들을 때마다 감명 받았던 기억이 난다.

MBC에서 방송했던 드라마 이름이 ‘홍변호사’였던 사실은 대한변협신문에서 찾아냈다. 신문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 첫 법정드라마라고 한다. 배우 박근형 씨가 젊은 인권변호사 역을 맡아 힘없고 돈마저 없는 약자를 도와 영웅적으로 승소를 끌어내는 경우가 많았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성인이 된 다음 법은 정말 평등한가 돌아보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현실성 떨어지는 드라마였었지 하는 생각을 품곤 했다. 물론 더불어 그런 맛에 약자를 편들고 인권의 소중함을 되살리는 이야기니까 다시 봐도 좋을 드라마 아닐까하는 추억으로 삼기도 했다.

그렇다면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지 26일 만에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 직면한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는 어떻게 봐야할까.

이른바 금력 면에서 남 부러워할 이유가 없는 삼성그룹 황태자라지만 국내 정세는 그의 편이 아니다. 비록 그가 능력 있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특검이 주도하는 정국에서 약자 신세라고 분류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촛불집회 민심을 바탕으로 권위와 힘이 한껏 커진 특검을 상대로 조사를 받았다는 점, 특검이 공식 브리핑 등을 통해 발표하면 대개가 기정사실에 가까운 공신력을 확보하기 쉽다는 점에서 약자라는 이야기다.

특검과 기업인 이재용과의 역관계는 이렇게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반면에 특검은 유독 박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청와대가 쳐 놓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 장벽에 반복해서 부딪히고 있는 성난 파도와 같다. 대등하다고도 보기 어려운 역관계, 대통령을 제압하기엔 힘이 달리게 되자 특검이 선택한 것은 우회로였고 다시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정조준하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압수수색도 막아서는 사이 이 부회장이 특검의 집중포화를 견뎌야 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시점을 조금 달리 해서 보자. 특검은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집념을 불태우려니 삼성이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목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 보강수사에 집중하는 사이 다른 대기업집단 총수나 임원들은 고초를 덜 수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특검이 이러는 사이 삼성을 옹호하는 여론이 생성됐다. 사회 여론은 이 부회장과 삼성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정서가 강한데 경제계에선 “특검이 왜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불구속 기소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의 바탕에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사람인데다 법원의 판결로 가름을 해서 그에 따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논리가 전제돼 있다.

일리가 있고 충분히 제기할만 하지 않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을 알아차린 뒤 분노가 범란하다 보니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과 주장을 펴는 것은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가 있으니 얼마든지 보장해 줄 일이다. 또한 동시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집단 경영인을 인신 구속하려 한다면 충분하고 합당한 요건이 구성돼 있는지 따져 보는 책임이 있다.

다시 돌아보자. 2016년 4분기 이후 우리 사회는 무죄추정의 원칙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곳이 됐다.

국정농단을 일삼고 대기업 출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려 했던 일이 발각된 이후 이들 잘못을 주도했던 주범들 대신에 삼성이 가장 큰 타깃이 된 연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 제대로 된 조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대통령을 겨냥하려던 칼이 삼성 먼저 처단하려 하게되면서 그리 된 것 아닌가?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특검이 말로 전하거나 자료로 배포한 내용들은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갈래 중에 ‘선전(propaganda)’이라 불리는 영역이 있다. 특검이 ‘우리가 수사해 보니 이런 혐의가 드러났다’고 알리는 것이 지금처럼 큰 효과를 내는 것을 두고 ‘정보원 효과’라고 풀이한다. 선전활동을 펴는 주체의 신뢰도가 높으면 그 효과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대다수 미디어는 특검이 발휘하는 정보원 효과의 촉매역할에 지금까지 매우 충실했다. 합리성과 형평성을 내세운 반론이 다뤄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런 양상은 우리 사회에 정론이 바로 서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뜻한다고 본다.

지금도 특검의 모든 활동과 시도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여전히 우세한 것은 틀림 없지만 지나친 면이 있다는 반론이 뚜렷하게 돋아난 것이 사실이다.

탄핵 정국이 결국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불투명하다. 법원이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들의 법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예단하기도 어렵다.

탄홱정국에 이르게 한 나라를 뒤흔든 일에 삼성이 주범은 아니었다. 실정법 위반 혐의를 특검이 확인했으면 이제 법정에서 진위를 가려내고 법이 정한대로 벌을 내릴 것과 아닌 것을 가려내어야 한다. 그게 법치에 들어맞는 것 아닌가.

동양 고전 역경(易經)을 영어로는 'THE BOOK OF CHANGE'라고 한다. 變이 누적되어 化하는 상황을 다루는 64괘 가운데 첫 번째 건괘 여섯 번째 효에 대한 문언전의 설명에 이런 대목이 있다. 항룡유회 여시해극(亢龍有悔 輿時偕極). 지나치게 높이 올라간 용이 후회하게 되는데 여시해극, 때와 더불어 극한상황으로 간다는 말이다. 극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 한 발 물러설 줄 알아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끝가지 가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진리는 국정농단 주범에게만 들려줄 말은 아니라 모두가 한 번쯤 새겨 보아햐 할 내용이 아닐까 한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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