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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개선’ 반가운 이유

구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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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7-01-09 00:08 최종수정 : 2017-01-0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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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리포트 개선’ 반가운 이유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왜 매도추천 리포트는 안 보일까?’

증권부 기자가 된 지 1개월 남짓 된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침마다 메일함에 쏟아지는 애널리스트 보고서 중 상장기업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건은 몇 번 봐왔지만, 투자의견이 매도로 제시된 건은 그야말로 진귀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이 미국의 카오디오 분야 선도 기업 하만을 인수했을 때도 매수추천 리포트 일색이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은 리스크를 동반하기 마련이지만 이에 대한 지적을 담은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는 없었다.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삼성 눈치 보기란 지적이 일었지만, 그때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매도의견 리포트 비율은 지난 5년간 전체 리포트의 2.5%에 불과하다. 반면 매수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는 95.1%에 달했다. 사라는 의견은 너무 많고, 팔라는 의견은 너무 적다. 기사용으로 리포트를 들여다보는 기자도 의문을 갖는데, 돈이 걸린 일반 투자자들은 ‘사라’는 의견투성이인 리포트 무덤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았을까. 악재 소식은 꾸준히 있었는데 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일 이러한 증권사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증권사 리서치의 객관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해를 돕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러한 당국의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는 증권사에 전체 보고서 중 매도 보고서 비율을 공시하게 했고, 지난해에는 애널리스트와 상장사 간 분쟁을 해결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신설했다.

하지만 성과 없는 시도에 그쳤다. 지난해 1~8월 집계된 매도 보고서 비율은 2.5%에 그친 반면, 매수 보고서는 83.6%에 이르러 공시 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갈등조정위원회에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번 당국의 시도는 여느 때와 달리 각오가 새롭다.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름을 지닌 ‘불합리한 리서치관행 신고센터(가칭)’는 갈등 당사자 신청 없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으로 이뤄진 4자 간 협의체 직권으로 조정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제 증권사와 상장사와의 갈등 사례가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선 방안 중 하나인 괴리율 수치화는 리포트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란 의견도 들린다. 목표주가 자체가 얼마나 시장 상황과 기업 이슈를 정확하게 반영하는지를 평가하지 않는 이상 괴리율 명시 정도는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괴리율의 구체적인 산식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근거 없이 목표주가를 높게 책정하는 일은 더는 불가능하다. 증권사 내 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를 10% 이상 변동하고자 할 때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심의위원회가 당국의 감독 하에 증권사 내에서 어느 정도의 강제력을 지니게 될지는 지켜봐야 안다. 별도의 준법 감시 역할을 하는 만큼 비용의 문제도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다. 심의위원회는 우선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설치한 후 하반기쯤 운영상황을 점검해 단계적으로 중소형 증권사로 확대될 계획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증권회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그는 “5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서치보고서는 0.1%에 불과하고 상당수의 증권사가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를 영업부서 실적과 연동시키고 있다”면서 “애널리스트 독립성 강화 방안을 업계와 공동으로 마련하면서 건전하고 성숙한 금융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끊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다짐과 시도가 무색하지 않도록 이제는 투자자들이 시행 안이 실현되는 바를 적극적으로 지켜볼 때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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