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내우외환에 휩싸인 한국경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6-12-02 17:35

김의석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내우외환에 휩싸인 한국경제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춘추시대 중엽, 초나라와 진나라가 대립(對立)한 시기가 있었다. 당시 진나라에는 극씨, 낙서, 범문자 등의 대부들이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낙서는 초나라와 충돌하기 전에 정나라를 치기 위해 동원령(動員令)을 내렸지만 막상 진나라와 초나라의 두 군대가 충돌하게 되자 초나라와 싸울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범문자는 이에 반대하며 “오직 성인만이 내부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 [唯聖人 能外內無患(유성인 능외내무환)],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내부에서 근심이 생긴다[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자비성인 외영필유내우)]. 그러니 초나라와 정나라와 같은 밖에서 오는 재난은 일단 내버려 두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내부(內部)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外部)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으로,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事態)를 이르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정이 꼭 그렇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해 그 어느 때보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무엇 하나 안정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건국 이래 최대 정치 스캔들이 아닌가 싶다. 국가의 기틀을 완전히 망가지고,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라는 말이 참으로 무색해졌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처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지 누구도 평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휘청대는 경제, 심화되는 계층 간의 갈등, 북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 등 난마처럼 얽힌 과제들이 우리를 압박한다.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너무 안 좋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는 불확실성에다 '최순실 게이트'로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국회 증언대에 서야 하는 까닭에 대기업들은 잔뜩 웅크린 채 내년 사업계획(事業計劃)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고 재정지출(財政支出)을 늘려 봤지만 올해 성장률 역시 2%대에 머무를 것이 확실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연말 대목을 앞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6%로 낮췄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성장 전망치는 상향 조정한 가운데 유독 한국만 낮춘 것이다. OECD가 한국 성장률 전망만 낮춘 것은 정치 불안, 김영란법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지출 증가세 둔화 때문이라고 한다. 비교적 낙관적인 OECD마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정부의 3%대 성장률 고수는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조만간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도 2%대로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제시한다면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나라 사정이 이러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의 대외 통상·외교 전선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상무장관으로 윌버 로스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성향 자체가 워낙 강성이라 미국의 보호무역(保護貿易) 주의 기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교역에 냉기류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RMS)에서 기준금리 인상까지 결정하면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으로 시작된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은 우리나라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들은 한국을 연준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취약한 국가 2위에 올려놓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최근의 한류 금지론이 노골화되면서 대(對)중국 수출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이외에 북핵 문제, 브렉시트 등 대외 악재들까지 포함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에게 ‘경제쓰나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히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 국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 등 정국 수습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더욱 가열될 예정이어서 경제위기 대응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 때맞춰 이른바 ‘경제위기 10년 주기설’도 빠르게 퍼진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내년에 또 다른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면서다.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도 경제정책 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정책 총괄부처이자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부총리 교체 문제와 맞물려 정책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내정자가 지난달 2일 지명된 뒤 떠나갈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와 어정쩡한 관계 때문에 경제부처 실무자들은 눈치만 본 채 일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어수선한 정국에 묻혀 경제부총리 청문 절차는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은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유일호 부총리는 물러날 사람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느냐며 내내 손을 놓고 있다가 최근 정책 추진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그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떠나기로 예고된 부총리의 얼마나 힘이 실릴 수 있을지 자명하다. 무엇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경제위기 대응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실기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벌써부터 시장에서 우리경제를 확실하게 운전대를 잡고 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야3당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차기 경제부총리로 수용하던지, 아니면 이름값 하나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을 대안으로 내세워 경제위기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위기 대응책으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카드를 빼든 것은 경제리더십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좋은 사례다. 고환율주의자 강만수를 시장주의자 윤증현으로 바꾸면서 정부와 시장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은 해소됐고, 이는 위기극복을 위한 체력증진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야권은 자신과 색깔이 다른 이헌재 전 부총리를 경제 수장에 앉혀 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이 경제쇼크로 전이(轉移)되는 것을 막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혜를 교훈삼아 경제부총리 만큼은 최순실 정국에서 떼어 내 제 일을 하도록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정치가 안정화될 때 빠르게 정상화를 기할 수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