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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점입가경 초대형 IB 육성 방안

고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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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7-11 00:43 최종수정 : 2017-04-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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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점입가경 초대형 IB 육성 방안
[한국금융신문 고영훈 기자] “법률이 입법화되면 우리 증권사도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수준의 증권사로 탄생할 수 있다.”

2006년 당시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태 전 자본시장연구원장의 말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에 관한 의지를 반영한 발언이 이미 10년 전에 나왔으니 초대형 IB 육성에 관한 플랜도 제법 연차가 되는 모양새다.

IB 육성에 관한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재정경제부의 자본시장통합법을 들 수 있다. 2009년 2월 시행된 이 법안을 기점으로 자본시장은 물론 금융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영역 칸막이 해제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기존 금융상품은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 체제로 전환하며, 자연스럽게 규모의 경제에 더 중점을 두게 됐다. 정부가 추진해 왔던 초대형 IB 육성 방안의 세부 사항이 이달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에 대해 자기자본 기준이 얼마가 적정 기준인 것인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준은 3조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의 6개사다.

하지만 대형 IB 육성 방안의 자본 기준이 현재 금융투자사업자 기준인 3조가 아닌 5조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사업자에 대한 성적표 자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정확한 효과에 대한 통계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추진 시점에 대해 물음표가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증권사 간 경쟁이나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이 방안을 먼저 도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여부다. 국내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3조원에 리미트를 둬 업계 전반을 플레이그라운드화 하자는 논리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일단 5조원의 근거가 모호하다. 해외에서 주식투자가 됐든 파생상품이든지 자본이득을 가져오라는 것인데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중요 취지다. 특정회사를 염두에 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금융당국의 의도는 덩치를 키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라는 것인데 금액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기에는 비교대상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일본의 노무라증권 28조원, 다이와증권이 14조원, 중국 중신증권 18조원 등 아시아 IB의 자지자본은 10조원을 큰 폭으로 뛰어넘고 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런 노무라증권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성공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황영기닫기황영기기사 모아보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초대형 IB 기준이 5조원이 되면 3조원대에 진입하려는 증권사들의 희망을 꺾는 것”이라며 3조원 유지에 대해 동의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91조원이다. 10조원 이상의 IB들이 즐비한 글로벌 시장에서 3조원과 5조원의 차이는 국내에서의 관심과는 달리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국내 증권업 가치분석은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을 반영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지, 균형이냐 성장이냐를 상정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균형과 성장 혹은 더 다양한 접근이 국내 증권사의 미래 비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업계 사업의 다각화로 인해 시장집중도 완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쟁에 대한 압박은 줄지 않았다. 그만큼 규모에 따른 증권사 간 업무 커리큘럼의 차별화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다시 그동안의 증권사 구조변화에 대한 지배력 방향에 대해 고려해 볼 만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업계 수익성 지속 하락에 대한 해결이 전제 조건인지 글로벌 마켓에 대한 도전이 이 문제에 대한 선결 답안인지에 대해서는 순환 구조 논리가 반영된 명확한 답을 도출해 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예상됐던 바이지만 필자가 만나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들은 자본 기준을 높이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면서도 대형사들의 글로벌 진출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모습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대형사들도 역시 할 말은 많다. 자본 요건이 돼야 글로벌 딜에 참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된 자본 기준만으론 글로벌 IB를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10년 전에 나온 물음표에 아직 명확한 느낌표는 제시되지 못했다. 세월은 벌써 2016년 하반기를 지나고 있는데 국내증권업계에 글로벌 IB에 근접한 회사는 아직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변수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기에 해묵은 성장주의와 분배주의의 이분법으로는 답을 내기 요원하다.

한국형 골드만삭스의 출현.

‘한국’이라는 워딩과 ‘외국 대형사’와의 조합이 주는 묘한 기대감과 이질감에 업계와 금융당국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IB 육성 안에 대한 논의들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흐르고 있다. 점입가경의 본래 긍정적 의미인 아름다운 경치가 될지 수사적인 부정적 의미가 될지는 좀 더 관전을 해봐야겠지만 말이다.



고영훈 기자 gy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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