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 이미 20년 전 일본의 상황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생산성 제고,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경고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놓은 것이라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한다.
KDI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우리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노동시장 효율성 크게 저하
이날 세미나에서 조동철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성장률 하락은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고령화와 명목성장률 둔화 추세는 일본과 20년 시차를 두고 유사한 모습”이라 분석했다.
생산성의 경우 최근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은 20년 전 일본의 주력 수출품목들인데 우리가 일본을 추격해왔듯 현재 중국이 우리를 추격하는 모습이라고 조 박사는 진단했다.
또한 그는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 효율성도 크게 떨어져 정규직 고용은 해당 산업 수요변동에 거의 영향받지 않는 반면 비정규직이 고용조정의 무담을 모두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효율성도 일본과 유사점을 보였다. 조 박사는 일본이 1990년대 초 버블붕괴 이후 금융지원을 통해 좀비기업을 양산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금융지원 기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가상승률에 있어서도 한국은행 목표 범위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정책대응의 실기를 초래한 일본과 닮았다”고 조 박사는 말했다. 일본 재정건전성 악화의 주요 요인은 디플레이션과 감세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고령화와 선진기술과의 격차 축소로 모방에 의한 생산성 증가에 한계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나라 자산가격에 큰 거품이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급격한 버블붕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답습을 피하기 위해선 “고령화, 중국의 추격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 구축이 필수”라며 고강도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조 박사는 △연공서열보다 생산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와 결합된 정년연장 △정규직 과보호 축소를 통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및 효율성 제고 △부실기업 인식 및 감독 강화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 촉진 △규제개혁 통한 각종 진입장벽 완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가계부채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 각종 비과세와 감면 정책 축소로 재정건전성 유지 등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 필요성도 덧붙였다.
◇노동생산성 증가 꾀해야
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 김주훈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합리한 하청 구조를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을 추구하는 개혁에서 대기업 내 노조에 대한 유연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 내 고용주와 노동자간 일종의 결탁이 이뤄지면서 고임금과 정규직 과잉보호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비용은 외주 하청을 통한 중소기업이 부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일본은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가계 실질소비가 줄지 않고 점진적으로 증가했다”며 일본경제가 생각보다는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변화에 따른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소비가 급속히 하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원장은 “국내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보면 노동력은 증가하고 있다”며 “자유로운 자본의 흐름과 늘어나는 노동력을 감안할 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노동생산성 증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한국경제가 일본, 중국과 분업관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어떤 정책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극복해가면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을지가 초점인 것 같다”며 “경쟁력의 토대는 역시 구조개혁인데 4대개혁을 중심으로 잃어버린 20년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