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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은행을 헐값에 파나?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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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7-27 00:31 최종수정 : 2015-07-27 12:17

‘과점주주체제’ 안착 가능성 낮아
정부주도 1위 은행 씁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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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은행을 헐값에 파나?
다섯 번째 우리은행 매각방안이 발표됐다. 한 곳에 경영권 지분을 몰아 파는데 번번이 실패하면서 여러 주주에 조금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 도입이 이번 방안의 골자다. 결국 최후의 수단이 발동된 것이다.

한때 국내 1위를 제패했던 우리은행은 이제 사려는 사람이 없어 정부가 좋은 투자자를 ‘모셔’와야 한다고 몸을 낮출 정도가 됐다.

2010년 10월 우리금융 1차 매각 공고 당시엔 11곳이나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KB금융, 하나금융과 한때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던 산은금융(현 산업은행) 등 웬만한 주요 금융지주들도 눈독을 들였던 매물이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21일 5차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경영권 지분 매각 방식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과점주주 방식을 공론화 하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투자수요가 발굴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한때 국내 1위, 화려했던 그 시절

우리은행에도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가 Tier1 기준으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우리은행은 2008년 65위로 자체 최고기록을 세웠고, 2011년엔 세계 71위로 부동의 국내랭킹 1위였던 KB금융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을 매각하면서 올해는 세계 91위, 국내 5위로 하락했다.

우리은행을 이렇게 성장시킨 것은 최대주주인 정부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부터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주도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대규모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당시 상업·한일은행 합병추진위원회 실무진에 정부인사가 배치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 1호 금융지주회사도 정부 주도로 우리은행이 됐다.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2차 금융개혁 방안과 관련해 “은행을 지주회사로 묶어 세계 100대 은행을 만들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2000년 10월 금융지주회사법을 제정한 정부는 부실은행 판정을 내린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과 우리종금의 전신인 하나로종금을 묶어 2001년 4월 2일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지분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소유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공적자금은 한빛은행(7조 9058억원), 평화은행(8316억원), 경남은행(3528억원), 광주은행(4418억원), 우리종금(3조 2343억원) 등 5개 금융사에 총 12조 7663억원이 투입됐다.

2004년 12월 당시 증권업계 1위였던 LG투자증권 합병으로 우리금융은 몸집을 더욱 키웠다. 합병 당시 우리증권 노조에선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에 대한 정부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정부주도 금융정책의 총아였다. 관제합병 및 인수를 통해 정부 스스로 국내 1위 은행을 키웠다. 그러나 그만큼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최근 이광구 행장을 포함해 CEO 선임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 기업가치 외면한 공적자금 회수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추진했다. 2002년 6월 우리금융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국내공모로 정부지분 7.1%를 매각해 3672억원, 이후 2004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의 블록세일을 통해 26.7%의 지분을 매각하며 3조 2675억원을 회수했다.

2010년 10월 우리금융 첫 번째 매각 공고가 났다. 11곳이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유력했던 우리금융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이 입찰 참여를 포기하면서 민영화 첫 시도가 무산됐다. 우리금융을 통째로 넘기는 일괄매각 방식으로 세 번 실패한 정부는 2013년 지방은행·증권·우리은행으로 분리매각을 추진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에 직(職)을” 걸었고 지난해 10월 경남·광주은행을 BNK금융과 JB금융에 넘겨 1조 7272억원을 회수했다. 12월엔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지분 5.94%가 매각됐다.

현재 예보 소유 지분율은 51.04%로 지분매각과 배당금 등을 포함해 공적자금 12조 7663억원의 63.5%인 8조 1118억원을 회수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 우리은행 매각방침에 입각한 정부가 최대한 비싸면서도 최대한 빨리 팔겠다는 딜레마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우리은행은 비은행 자회사 매각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기업가치 하락으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07년 7월 13일, 종가 기준 최고치인 2만 525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현재 8000원대 후반에서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서울시립대 교수는 “매물 자체의 매력도도 떨어지고 은행업이 규제가 심해 수익을 크게 낼 수도 없는데다 지금은 은행업 수익성이 워낙 나쁘다”며 “어차피 늦었고 지금까지 잘 버텼는데 조급해하지 말고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좀 더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리은행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해 기업가치를 먼저 올리고 시간이 지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좋은 매수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과점주주 체제 성공할까?

세 번의 일괄매각과 한 번의 분리매각에 실패한 정부는 이제 다섯 번째 시도에서 차포 다 떼인 우리은행을 과점주주에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공자위가 장고 끝에 내놓은 과점주주 매각방안의 성공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은 “외국의 큰 은행들의 소유구조는 전부 과점주주 체제”라면서도 “이들은 오랜 시간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투자자들이 과점주주를 형성해 은행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저희가 투자자들을 잘 모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은행 지배구조가 과점주주를 형성했던 사례라면 한미은행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한미은행은 정부가 선진금융 도입을 위해 합작은행을 세우기로 하면서 대우그룹과 삼성그룹 등 한국 주요 기업들과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합작해 1983년 설립했다.

한미은행 설립 당시 BOA 지분이 49%로 최대주주였으나 이후 BOA가 지분을 20% 수준까지 줄이면서 대기업들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당시에도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소유한도가 4%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합작은행인 한미은행은 예외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1999년엔 BOA, 삼성, 대우 세 곳의 지분이 각각 16.8%로 동일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미은행은 JP모건-칼라일컨소시엄과 씨티그룹에 두 차례 매각되면서 현재의 씨티은행이 됐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경제학에서 비슷한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갖는 것이 과점시장인데 지배구조에서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진다는 이야기나 과점지배체제가 오래 지속됐다는 사례는 없는 것 같다”며 “시장에서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 내에서 경쟁이 이뤄진다면 불협화음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도 “과점주주들이 자기 입장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참여시키려 하거나 사외이사들 간에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과점주주 모델의 성공여부는 결국 주주그룹이 어떻게 형성되느냐”라고 말했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점주주 방식 민영화가 가능하긴 하지만 향후 실제 지배구조나 경영에 있어선 어떻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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