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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국가 위해선 권력 잃을 각오하라”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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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5-25 21:50

‘아젠다2010’으로 메르켈에 패배 경험 회상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독일 개혁 성공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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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국가 위해선 권력 잃을 각오하라”
“권력을 잃더라도 필요한 일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가다.”

‘아젠다2010’으로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건강한 여성’으로 회복시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개혁 추진 당시를 회상하며 한국 정치인들에게 묵직한 교훈을 안겼다. 슈뢰더 전 총리는 실제 개혁에 대한 반발로 총선에 실패했다. 경험에서 우러난 그의 조언은 국내 권력가들을 향한 따끔한 일침으로 느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1일 오후 3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슈뢰더 전 독일총리를 초청해 ‘독일 어젠다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그는 이날 재선 실패도 감수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용기를 주문하는 한편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인구변화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필수적이며 이들과의 통합문제가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 노동시장 유연성 이끌어낸 개혁

슈뢰더 전 총리는 “정치 리더십이란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며 “국가를 위해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이자 국민들이 민주주의 정치해서 기대하는 것”이라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포괄적 구조개혁 프로그램 아젠다2010 발표 후 노조는 물론 당 내부의 거센 반발에도 뚝심 있게 추진해 지금의 독일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로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다.

아젠다2010 발표 당시 독일은 저출산 고령화로 사회 인구변화에 직면했고 인구의 11.6%인 400만명이 실업수당을 받는 등 경쟁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젠다2010의 키워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폴크스바겐 인사담당이사 페터 하르츠(Peter Hartz)가 위원장인 하르츠위원회가 발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안이 골자다.

임시직은 물론 단축근로와 단시간근로가 확대되고 파트타임 고용도 늘렸다. 해고보호법을 개혁하는 한편 중소기업은 신규채용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고령인구 취업활동도 지원했다. 또한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인상하고 실업수당과 사회보장제도 급여를 하나로 통합해 재정문제와 효율성을 높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까지 독일의 사회복지제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체제였다”며 “국가가 지원하는 한편 수혜자들에게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요구하면서 베풀어준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개인이 노력해 자립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복지라는 의미다.

◇ “개혁에 대한 절박함 중요해”

슈뢰더 전 총리는 “국가나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할 때 추상적 차원에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지만 구체적 방안에서 자신이 손해를 본다면 개혁에 대한 저항이 크게 높아진다”며 아젠다2010 추진 당시 대형 시위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시위가 발생하면 정치인들은 보통 두려움이 생겨 개혁에서 한 발짝 물러나지만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필요한 일을 관철할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권력을 잃을지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혁에 대한 절박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당시 저희는 지금의 고통스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개혁과 그 개혁의 긍정적인 성과가 나기까지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선 결단이 필요하다”며 “아젠다2010은 굉장한 시간이 걸려 효과가 나타났고 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의지가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실 저는 아젠다2010으로 권력을 상실했지만 현재 메르켈 정권은 제 개혁의 수혜자”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이익을 위한 위험부담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면 개혁은 정체되고 이는 곧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는 것이다.

◇ 이주민과 사회통합 큰 이슈

슈뢰더 전 총리는 아젠다2010과 하르츠 개혁 외에도 독일의 강점인 중소기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독일엔 굉장히 유능한 중소기업이 많고 이들은 변화된 시장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독일에 고용된 전문 인력의 70%가 중소기업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독일의 직업교육제도 덕분에 청년실업률도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독특한 근로조건 협상 시스템도 소개했다. 독일에선 자유선거로 구성된 노조가 경영에 참여해 경영진과 모든 고용인에 대한 근로조건을 협상한다. 임금정책에 사측뿐 아니라 노조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한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은 저출산 고령화로 상당히 많은 수의 외국인이 유입되어야 현재의 경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이미 외국인 인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과 독일사회 통합 문제도 굉장히 큰 이슈”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참석해 축사를 전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각각 연금개혁과 통합정치를 강조하며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사면초가에 놓인 한국 경제의 체질 강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동개혁과 공무원연금개혁은 우리 아들딸,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독일 성공의 이유를 통합의 정치에서 찾고 싶다”며 “정치가 달라져야 경제가 달라지며 통합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 한국경제연구원이 21일 오후 3시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특별 대담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재선 실패도 감수하고 국가를 위해서 일하라”고 주문했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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