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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창현 “금융권 체력 길러줘야 경제 선순환”

김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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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01 22:02 최종수정 : 2015-03-02 15:50

한국금융연구원 윤창현 원장
개인정보 유출 당시 비이성적 분노, 금융사들 위축 심각
‘고객중심 경영’, 100% 실천은 어렵지만 저마다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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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창현 “금융권 체력 길러줘야 경제 선순환”
“대중의 분노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금융사들이 비정상적일 만큼 위축되고 민감해졌다.”

퇴임을 앞둔 윤창현닫기윤창현기사 모아보기 한국금융연구원장(사진)은 금융사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3년간 정부 금융정책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느 때 보다 많은 고뇌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전략이나 방안 보다는 “금융업에 애정을 갖고 키워 달라”는 당부를 먼저 건넸다. 약 1시간의 인터뷰 동안 윤 원장은 금융권의 낮아진 수익성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도를 겁낼 정도로 위축된 금융사들에 우려를 나타냈다. 감독당국과 금융소비자들에겐 금융사들의 기초체력이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는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져주길 바랐다.

금융연구원이 준정부기관에 가까운 만큼 원장으로서 보폭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대학 강단과는 차이가 클 터. 곧 서울시립대로 복귀를 앞둔 윤 원장은 “이제는 얼마든지 과감하게 발언할 수 있으니 언제든 전화하시라”는 후련함으로 이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금융권 향한 대중의 분노레벨 높아

- 핀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앞서 은행권에 스마트점포 바람이 불기도 했고. 그러나 이를 실현한 기술발전은 이미 되어 있는데 보안이나 고용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

“그렇다. 핀테크 투자 같은 게 점포전략이나 고용안정성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전략이 우리가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면 수습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하니까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사들이 굉장히 고민스러워하고 있는 걸 느낀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는 새로운 방향으로 갈 때, 위기나 사고에 대해 아주 민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개인정보유출 사건처럼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일반 대중의 분노가 상상을 초월한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하지만 당시 유출된 정보가 실제로 어느 정도 손실을 끼쳤는지 살펴보면 잘 모르겠다. 그 이전에도 개인정보는 이미 많이 샜고 카드3사 사건 이후 대규모 불법대출이나 유출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금융사가 잘못한 점은 분명 있지만 너무 과도한 비판을 받으면서 다들 ‘새가슴’이 됐다. 새로운 시도는커녕 실수하지 않는 게 목표가 됐고 실수할 가능성이 생기면 일단 올스톱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일 만큼 극도로 민감하다.”

- 개인정보유출 당시엔 금융시스템 원리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내 돈 빠져나가면 어떡하나’식의 막연한 공포가 있었던 것 같다.

“발생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 대한 막연한 공포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사실 피해자인 건 맞다. 그동안 신뢰해왔던 KCB 박 차장한테 배신당한 거니까. 당시 국민들의 분노는 비이성적이었다. 국회의원들도 이를 뒤에 엎고 분노를 쏟아냈다. 분노레벨만 좀 낮아도 금융기관들이 과감히 나갈 수 있는데 너무 심하게 혼나서 위축되고 뭔가 하기 힘든 상황이다.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 금융권에 애정 가져주길

- 결론적으로 금융사들이 영업하기 정말 어려워졌다.

“금융은 아직 주요 혁신이 부재한 분야인 것 같다. 예금이나 대출, 송금 같은 영업형태가 몇 백년간 이어진 거니까. 예대마진 높은 신흥국으로 글로벌하게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마저 실수가 두려워 주저하고 있다. 전부 국내 내수에 초점을 맞추니 레드오션이고 혁신도 사라졌다. 상황이 어려워도 애정을 가지고 평소에 잘 키워놔야 위기 왔을 때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체력도 평소에 관리해야 어려울 때 잘 버틸 수 있는데 평소에 맨날 때리기만 한다. 잘 키워서 잘 버티게 도와줘야하는 ‘내 새끼’라는 의식이 바탕에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느껴진다. 소비자보호, 실물지원, 약자지원 등 자기 체력 관리 보다는 남을 위해 헌신하는 역할만 주문한다. 현재 금융분야에 위기를 헤쳐 나갈 체력이 확보됐는지 회의가 든다.”

- 유사 시 정부지원 가능성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이 금융사에 높은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정부지원 가능성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평소 자기체력 관리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실물지원이나 보호만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정부가 지원해도 그 전까진 경제 자체가 엄청나게 흔들린다. 저축은행 사태도 잘 넘어간 것 같지만 사실 중간 중간 뱅크런도 일어나고 금융시장 불안감도 증폭됐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한 번은 큰일이 나는 구조라는 걸 서로 인식하고 공유했으면 한다.”

◇ 수수료 경쟁, 장기적으론 ‘독’

- 증권업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수수료 제로 경쟁이었다.

“한 마디로 제 살 깎아먹기였다. 독과점 이론 중에 수량을 전략변수 삼는 ‘꾸르노 모형’과 가격이 변수인 ‘베르뜨랑 모형’이 있다. 베르뜨랑 모형을 보면 수익이 사라질 때까지 가격이 내려가는데 국내 증권사 상황과 잘 맞는 것 같다.

반면 꾸르노 모형에선 가격은 그대로 두고 품질 등으로 경쟁하니까 마진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너무 섣불리 가격 경쟁했다. 그 전에 서비스나 여러 형태의 품질경쟁을 했어야 하는데 섣불리 건드려 수익기반을 잠식했다.

경쟁은 좋지만 어떤 방식이어야 건전성과 수익이 생기고 고객만족도 높일 것인지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스위스 UBS는 자산관리 고정수수료가 1%, 수익의 10%고 헤지펀드는 2%-20%다. 당장은 훌륭한 매니저가 낮은 수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매니저는 사라진다. 고객들을 위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이 아쉽다.”

- 소비자들도 가격 낮은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로베스피에르가 ‘모든 프랑스 어린이는 우유를 싼값에 먹을 권리가 있다’며 우유 가격을 내렸다가 결국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면서 우유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우리나라 금융서비스도 똑같다. 감독당국이나 정책당국도 당장 싼 걸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100% 반영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수수료 다 없애라고 하니 은행들이 적자나는 ATM을 몰래 줄이지 않나. 이게 고객을 위한 것인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이나 수익성을 위한 접근도 필요하다. 이렇게 가다간 결국 소비자가 손해 본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잘 다독거릴 수 있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 고객중심경영은 영원한 숙제

- 그렇게 된다면 가격이 아닌 품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품질경쟁하고 투자도 하면 결국 좋은 서비스로 되돌아온다. 금융이 없어선 안 될 분야라면 잘 키워서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나머진 알아서 경쟁하게 해야지 차별화를 불가능하게 하고 전체 산업이 가라앉을 정도면 안 된다. 금융연구원장을 3년 정도 하면서 보니 우리나라 국민이나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기관에 대한 애정이 없다. 물론 금융기관이 다 잘한 건 아니지만 기본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 고객중심 경영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아직은 사회공헌이나 소비자보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영원한 숙제다. 금융도 돈장사하는 장사꾼인데 고객이 있으니 회사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고객중심, 고객만족 경영인지에 대해 정답은 없다. 고객중심 경영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화두다. 어느 금융기관이나 회사도 100% 실천하고 있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 수익구조가 전반적으로 시원치 않은데 그럼에도 이 화두를 붙잡고 어떻게든 해보려는 노력들은 계속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대담 = 정희윤 기자

정리 = 김효원 기자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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