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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이임사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2-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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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농협금융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과 값진 추억을 간직한 채 정든 농협금융을 떠나야 합니다.

지난 2013년 6월 11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취임한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이제 제게 또 다른 召命(소명)이 주어져 여러분께 석별의 아쉬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농협의 일원이 되어 함께 했던 지난 1년 8개월 동안 저는 여러분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과 배려를 받았습니다.

존경하는 최원병 회장님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저를 신뢰해 주셨습니다. 제게 농협금융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주시고 흔들리지 않는 방패막이가 되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회장님을 통해 농협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허 권 노조위원장님 그리고 노조 간부님들도 제겐 든든한 동반자였습니다. 서로가 진정성을 가지면 풀지 못할 일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고비고비마다 깨달았습니다. 허 위원장님, 고맙습니다.

중앙회 이사조합장님들, 임직원님 모든 분들은 낯선 이방인을 오래된 농협 식구처럼 따뜻하고 정겹게 살펴주셨습니다. 모든 분들이 한 식구 같은 후원자였습니다. 감사 말씀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농협금융 임직원님, 그리고 전국의 구석구석 영업 현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하고 계신 농협금융인 여러분을 항상 기억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전국의 영업 현장을 다닐 때마다 여러분들께서 잡아주신 손은 제게 기쁨이었습니다. 때로는 나태해지려는 제게 매서운 채찍질이었습니다. 때로는 더 열심히 해야지 굳게 다짐하게 하는 격려였습니다.

부족한 제가 농협에 혹여 작은 보탬을 드린 게 있다면, 그것은 모두 농협금융 가족 여러분의 몫이었습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농협이라는 큰 우산 아래 있던 농협금융이 은행이 되고 보험회사가 되어 치열히 경쟁해야 하는 금융시장에 자리잡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심지어 금융회사라고는 농협 밖에 없는 곳에서조차 농협금융인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했습니다. 계열사 모두가 하나 되는 길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힘을 모았습니다.

건전해지기 위하여 쌓였던 부실채권을 정리하였습니다. 부족한 부문을 인수하여 다른 금융그룹보다 우월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대표투자상품을 만들고 자산운용 체계도 혁신하였습니다.

농협금융은 힘차게 뛰기 시작했고, 이제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로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우리 모두가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의 땀과 눈물의 결과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열정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이 멉니다. 넘어야 할 산은 높고 건너야 할 강은 무척 깊습니다. 그 힘든 여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온전히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게 됨을 너무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농협금융인이 되어 가장 즐거웠던 일은 전국의 영업 현장을 다니면서 직원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농협금융의 비전을 전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논의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새해 들어서자마자 3월부터 다시 전국을 일주할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이를 행할 수 없는 아쉬움에 제가 드리고자 했던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

먼저, 농협금융이 수익력 있는 금융회사로 탈바꿈되어야 합니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수익력 있는 금융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농업ㆍ농촌을 위한 수익센터가 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경영 관리와 영업 활동이 ‘수익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판단되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비용 또한 그 절대 규모 보다는 수익을 내는 비용인지 여부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특히, 수익을 내려면 건전해져야 합니다. 건전성은 금융회사의 최우선의 덕목이자 수익을 지키는 파수꾼인 것입니다.

시너지를 일으키는 일은 농협금융 경쟁력의 원천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농업경제사업, 상호금융 등 남들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시너지의 원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된 힘은 60년 가까이 농협을 지탱해 온 깊은 뿌리였습니다. 무엇을 협력해야 할까,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농협금융을 지탱해 줄 전문가를 길러 내야 합니다. 부족한 경쟁력을 채우기 위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언젠가 주말에 모 금융회사의 연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놀랄 만큼 많은 직원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농협금융도 뒤져서는 안되겠다고 굳게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못다한 일 중에 가장 아쉬운 일입니다. 여러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농협금융 가족 여러분,

제가 간직했던 농협금융의 꿈을 가슴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 내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제가 농협금융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고해성사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 부담을 여러분께 남겨드림이 가슴 아프고 후회가 됩니다. 서울로 다시 가는 귀향객이 자꾸 고향 마을을 뒤돌아 보게 되는 것은 더 잘했어야 한다는 자책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제 꿈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농민과 농촌을 위해 일한다는 굳은 사명감이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아무리 험한 오지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불굴의 DNA가 있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일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머지않아 농협금융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선도하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구석구석을 뒷받침하는 금융 인프라로서 굳건히 자리잡을 것을 확신합니다.

여러분, 저는 이제 농협이라는 따뜻한 둥지를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힘들고 지치면 여러분이 주셨던 온기와 배려를 되새기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농협인”으로서 일했던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러분께도 제가 농협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서운함에 가슴이 무척 답답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으로 여러분을 떠나는 아쉬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길을 다하여 먼 날,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그 눈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목숨 다하여 먼 날,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그 생각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곁에 없어도 / 조병화)

농협 가족 모든 분과 가정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농협 가족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15.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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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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