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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은행합병 성공모델 찾기 ④ 원뱅크 만능?] 미즈호, 원뱅크 전환 고육책 오히려 毒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9-14 20:54 최종수정 : 2014-09-15 16:55

주요은행 전체순익 3할 육박에서 2할조차 붕괴
전산사고 신뢰추락에 통합고육책 순익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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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은행합병 성공모델 찾기 ④ 원뱅크 만능?] 미즈호, 원뱅크 전환 고육책 오히려 毒
2005년 10월. 옛 도쿄미쓰비시(三菱)파이낸셜그룹과 UFJ지주사 합병으로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이 등장하기 전까지 총자산 기준 일본 1위 기본자본 기준 일본 2위를 달렸던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의 추락세가 새삼 주목 받게 됐다. 무엇보다 미즈호 금융그룹 은행부문이 투뱅크 체제에서 원뱅크로 전환한 것을 놓고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타산지석 삼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당위성을 뒷받침 시키려 했던 해외 사례가 미즈호 금융그룹인데 실상은 조금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은행만 따로 놓고 볼 때 2006년 1월 도쿄미쓰비시은행과 UFJ은행이 통합하기 전까지 미즈호 그룹 은행들은 쓰미토모미쓰이은행과 함께 일본 금융시장에서 쌍벽을 이뤘던 일본판 은행 빅뱅의 총아였다.

◇ 일본 1위에서 미끄럼 글로벌 톱25도 위태

주력 자회사였던 은행들을 버팀목 삼아 선두로 치고 나갈 만한 저력을 갖췄던 미즈호 그룹인데 2014년 순위(2013년 실적기준)는 어느덧 완연한 일본 3위다. 세계랭킹은 2004년 8위에서 10년 만에 21위로 곤두박질 쳤다.

반면에 2004년 미쓰비스 도쿄 그룹이던 시절 세계 7위였던 미쓰비시 UFJ 그룹은 세계 10위로 글로벌 톱10 끝자락을 끈질기게 부여 잡고 있고 간혹 미즈호 그룹을 앞서던 스미토모 미쓰이 그룹은 20위 권 사수 작전을 치열하게 수행하고 있다.

미즈호 그룹은 지난해 스미토모미쓰이 그룹 뒤를 바짝 쫓던 입장에서 네 계단 멀어지며 20위권 밖으로멀어졌고 이같은 추락이 이어진다면 월간 ‘뱅커’지가 1000대 은행 순위에서 집중 조명해 왔던 25대 은행 대열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해야 할지 모른다.

◇ 의사결정·과잉중복 극복한다던 원뱅크 전환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세밀하게 살필 여유는 부족했지만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이던 이른바 ‘투 뱅크’ 체제에서 ‘원 뱅크’ 체제로 통합한 것이 역효과를 봤던 것만큼은 틀림 없어 보인다.

김정태 회장이 외환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돌연 선언하면서 모범사례로 꼽기 이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원뱅크 전환 사례를 의미 있는 혁신으로 꼽은 바 있다. 미즈호 그룹은 지난 2011년 7월 미즈호은행과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간 통합을 위해 5개 TF팀 가동에 나서는 등 차근 차근 통합작업을 서둘렀다.

미즈호 은행이 개인고객부문 은행업무를 주로 맡고 기업금융을 코퍼레이트은행이 맡던 체제가 △의사결정 지연 △고비용 구조 등 경영 비효율성이 크다는 이유가 당시 표방됐던 통합 당위론을 감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 주요은행 실적회복 속 나홀로 침몰

그런데 웬걸. 지방은행을 뺀 일본 주요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통합 미즈호은행 출범 이후 실적은 나빠지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일본 주요은행들은 당기순이익이 우상향 큰 폭 증가세를 띤다. 2011년 주춤하긴 했지만 2010년 1조 8504억엔, 2012년엔 2조엔을 돌파하고 지난해엔 2조 3219억엔으로 2조 5000억엔 대를 넘보는 모양새다.

반면 미즈호 은행부문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집중점이 다른 두 은행 체제였던 때보다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통합 전인 2012년 대비 통합 원년 2013년은 순이익 규모가 400억 가까이 줄어들었다. 주요은행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보면 미즈호 은행만의 하향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9년 약 3163억엔의 순익으로 주요은행 순익의 27.3%를 차지해 3할에 조금 못 미치던 명가였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엇비슷한 순익을 내는 사이 이 그룹 은행부문 비중은 22%대 안팎으로 고정되나 싶더니 지난해 20% 선마저 무너진 19.2%로 주저 앉았다.

◇ 2년 걸친 통합 브랜드파워 갈 길 멀어

물론 전문가들은 통합 첫해 실적이 통합 전보다 나빠지는 것은 일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나라 큰 은행끼리 통합한 경우에도 왕왕 나타났던 현상이니까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일단 미즈호 은행은 올 1분기 순익이 1115억엔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 내 경기회복에 힘입어 주요은행 순익 규모가 2조 5000억엔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미즈호은행 위상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실 미즈호 그룹의 원뱅크 체제전환은 2011년 3월 전산장애 때문에 신뢰가 추락하던 시점에서 내놓은 고육책 성격이 내포돼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올해 통합체제에 익숙해지고 한 때 최강 사업라인이었던 저력을 살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을 끄는 사실은 미즈호 그룹 경영진은 통합 준비에 2년 동안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다. 화학적 결합까지 가능한 수준을 상정했을 것은 따져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내년 이후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을 복구해 미즈호 금융그룹이 실적 반등에 성공해서 원뱅크 통합 노선이 올바른 것임을 입증한다면 김정태 회장의 미즈호 그룹 벤치마킹 관심은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시동을 걸고 김한조 행장이 앞장서서 시도하는 통합은 사뭇 다르다. 2년에 걸쳐 일본 특유의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꼼꼼하게 추진한 통합임에도 ‘나홀로’ 실적 후퇴를 경험한 미즈호 그룹인데 비전 캠프를 열어 통합대세론 교육만 거듭하면서 가능한 한 연내 조기통합을 향해 올인하는 하나금융그룹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일본 대형은행 합병사는 전산사고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1위를 달리는 미쓰비시 UFJ 은행도 대규모 전산사고로 인한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과연 원뱅크가 지고지선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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