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최초’ 타이틀 선점이다. 외환은행이 국내 최초 원-위안화 현찰 직거래 실시로 포문을 열자 곧바로 우리은행이 원-위안 선물환 직거래 국내 최초 체결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은행들의 위안화 시장 주도권 경쟁은 지난 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연내 개설에 합의하며 더욱 본격화됐다. 기존엔 은행들이 위안화 거래를 하려면 원화로 미국 달러화를 사고 이를 다시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로 교환해야 했다. 과정이 복잡할수록 당연히 수수료 부담도 높아지고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도 커진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대한 은행권의 기대가 높은 이유다.
◇ 선·현물환 동시 직거래 우리은행 반격
우리은행은 지난 28일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과 ‘원-위안 선물환 직거래’를 체결했다. 1개월 뒤 바클레이즈 은행으로부터 원화 약 51억원에 3100만위안을 사는 조건이다. 선물환율은 위안당 165.70원이 적용됐다. 위안화를 살 때 원화로 직접 거래하는 선물환 계약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선물환 거래는 미래시점에 특정통화를 사거나 팔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원-달러 선물환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번 원-위안 선물환 직거래를 통해 향후에는 달러를 경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위안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을 기대하며 중국계 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들도 원화에 관심을 갖고 우리은행과 거래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중국 공상은행과 약 6200만위안(미화 약 1000만달러) 규모의 원-위안 현물환 직거래도 체결했다.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관계자는 “한·중 교역규모 및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향후 원-위안 선물환 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수입대금 원화 현찰결제 선수친 외환은행
이에 앞서 외환은행은 지난 25일 중국은행(Bank of China)으로부터 수입한 620만위안 현찰에 대한 결제대금을 우리나라 원화 10억원으로 지급했다. 외환은행 측은 이번 거래가 원-위안화 현찰 직거래로는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번 외환은행의 위안화 현찰 직거래로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결제통화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의 위안화 거래활성화 및 원화의 국제화, 장기적으로 여행객들의 환전수수료 절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직거래 실적 신한·국민도 이미 남겨
또한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신한은행이 중국 공상은행 서울지점과 현물환거래 방식으로 원-위안화 직거래를 했다. 신한은행은 51억3500만원을 공상은행에 주고 3100만위안을 받았으며 위안당 165.65원의 환율을 적용했다.
신한은행과 공상은행의 이번 거래는 본격적인 시장 개설 전 테스트 차원에서 공상은행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중 양국의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합의 이후 최초로 성사된 거래인 셈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의 원-위안화 직거래 체결을 두고 양측 모두 국내 최초를 내건 ‘최초’ 타이틀 경쟁으로 해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초 직거래라고 특별히 내세운 적 없다”며 최초 경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계좌 간에 거래가 진행되는 선물환이나 현물환 방식과 달리 실제 현찰이 오간 거래로는 외환은행이 최초라는 것”이라며 “외환은행은 국내 유일한 어음교환협정은행(clearing bank)이기 때문에 타 은행 보다 현찰 직거래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도 지난 23일 신한은행에 이어 공상은행 서울지점과 약 70억원으로 4300만위안을 매수하는 원-위안화 직거래를 체결하며 직거래 시장 활성화에 시동을 걸었다.
동북아시아 총괄본부로 격상된 한국SC은행은 SC그룹의 위안화 비즈니스 성공경험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SC그룹 피터 샌즈 회장은 지난 2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 외환은행이 지난 25일 국내 최초로 원-위안화 현찰 직거래에 성공하면서 정부 차원의 공식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김효원 기자 hyowon12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