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기자수첩] ‘검은 소 누런 소’ 아낀 마음씨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4-07-30 20:57 최종수정 : 2014-07-30 23:43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기자수첩] ‘검은 소 누런 소’ 아낀 마음씨
○…조선 초기 나라의 기틀을 잡는데 기여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황희 정승은 유독 남다른 위상을 지닌다. 정승으로만 27년 그 중에서 영의정만 18년 동안 도 맡았다. 그냥 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다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 너른 시야와 식견으로 원칙에 충실하면서 공명정대한 태도로 조정 안에서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조정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의견조정을 잘 했다는 것은 양자 또는 다자간 견해 차이를 결국엔 좁힐 수 있도록 잘 이끌었거나 명백히 바람직한 쪽이 있다면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이 알아 듣기 쉽도록 설득에 능했다는 말과 같다는 평가가 있다.

그 황희 정승 젊었을 적 일화 가운데 ‘검은 소 누런 소‘이야기는 유명하다. 들판을 지나다 쉬던 중 논 갈던 노인에게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잘 하느냐 물었더니 노인장이 황희에게 다가와 귀엣말로 누런 놈이 시키는 대로 일도 잘하는데 검은 놈이 꾀가 많아 다루기가 힘들다고 설명해 준다. 그게 무슨 큰 비밀이라고 귀엣말을 하느냐는 물음에 모르는 말씀 마시라고,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기를 욕하고 흉을 보면 기분을 상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는 이야기. 현직금융인이 냈던 책 ‘시인이 쓰는 경제이야기’를 펴면 이 이야기와 함께 ‘흑묘 백묘론’이 있지만 둘 중 하나라도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머물지 말고 둘 다 힘을 합해서 쥐를 잡아 주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반문을 던지는 대목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하물며 농사 짓는 작물들에게도 좋은 말로 귀하게 대하는 농법을 행했는데 비록 말을 못할지언정 생각이 있고 감정을 지닌 짐승에게 배려하는 마음씨야 오죽 각별했을까. 그런데 요즘 세태는 고학력자일수록 수입이 많을수록 사회적 귀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비난 받아 마땅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가 뉴스로 전해지는 상황이다. 극단적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내 목표와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법과 규정의 이름으로 다른 이해관계자야 어떻게 받아들이든 밀어붙이려 소송까지 불사하는 서양 풍습이 굉장히 잘 정착돼 가는 양상이다. 대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라며, 또는 조직 전체로 봐서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오는 길이 최선의 길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상대적 약자의 의견엔 아랑곳하지 않고 법과 규정, 주식회사 논리와 절차의 합법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설명과 설득을 대체해 버리는 행태가 횡행하는 일이 자주 목격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일이 대한민국 금융중심지 한 곳에서 빚어질지 모른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 대립과 충돌이 멈추려면 주도권을 쥔 쪽에서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 최고 결정권자가 아니라 대리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주식회사로서 공식 결정을 일사분란하게 다 마쳐 놓은 다음 이번 결정대로 하지 않으면 다 망한다고, 이미 포위되어 있으니 이제 그만 투항하라고 비행물체 또는 방송차량을 타고 선무방송만 있을 뿐이다. 물론 선무방송은 독립적 경영권을 행사해야 마땅한 자회사 경영진에게 떠 맡겼다. 전임 경영진이 바랬던 소박한 기대, 조금만 설득하는 시간을 두면서 차근차근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처참히 무너진 상황에서 살벌하게 미끄러운 로비를 걸어 강당에, 회의실에 부점장들이 소집당하고 있다는 탄식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렇다고 ‘통합의 리더십‘에 딱 좋은 본보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비싼 돈 들여 해외 대학 MBA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사례연구를 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싱크탱크를 보유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국내 수많은 제조업 계열 또는 금융계 싱크탱크마다 조직관리 인사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한 경영, 해외 M&A 성공사례 연구는 다 돼 있다. 받아들이는 것, 창의적으로 적용하려는 것, 정말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묻고 또 묻는 것, 이런 일이 결코 쉬울 리 없지만 최고결정권자라면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초인적 인내심과 각고의 준비를 거쳐 통쾌한 역전에 이를 수 있음을 국산 영화 ‘명량’은 잘 그려냈다는 평가가 들린다. ‘상유 12척’ 장계를 올리며 포기하지 않았던 다 망해가던 조선 수군의 리더에게 배우지 못하면, 다른 사례에서 배우려 하지 않으면서 닥쳐올 위기가 지금 위기보다 더 크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논리는 매우 공허해야 하는데 그걸 관철시킬 수 있는 명령하달권이 있어 현실적 권력이 된다. 누런 소와 검은 소 둘을 각기 다른 논 밭에 보낼 때도 있을 테고 둘 다 끌어야 할 만큼 박토인 곳을 개간해야 할 일도 있을 텐데 소 하나는 쓰지 않아도 좋다고 결심한 것 아닌가 하는 강경한 주인장을 연상케 한다. 이 논픽션의 결말 정말 지금 관객들이 생각하는 그런 결말 밖에 없는 것일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