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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몸집 커진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지속성'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1-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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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중국 우한 폐렴 사태가 이어지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가 받을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들도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과거에 비해 중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진 만큼 그 여파를 과소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상황을 볼 때 이번 우한폐렴이 1분기는 더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면서 "하지만 중국 경제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국내 성장률의 타격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발표에서 우한 폐렴 사망자수가 106명을 기록해 100명을 넘더니 오늘은 사망자수가 132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 수는 6천명에 육박한 것으로 발표됐다.

중국 당국의 발표가 축소됐다는 의심도 많지만, 공식 발표를 봐도 수치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과거 사스 사망자수가 774명, 확진자수가 8천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환자의 증가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GDP 성장률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2%p 둔화된 바 있다. 당시는 사스의 영향이 작용하던 때다.

■ 덩치 커진 중국의 폐렴에 세계경제 긴장

중국 전염병이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규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에 따라 중국발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들도 꽤 나온다.

당장 우한발 전염병이 1분기 중국의 성장률을 얼마나 갉아먹을지를 놓고 의견도 엇갈리지만, 주변국들도 중국의 덩치가 커진 만큼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엔 4.3%로 5%가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8년엔 15.9% 정도로 4배 가량 커졌다.

중국의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4%에서 26% 정도로 급증했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서 13.6% 정도로 2배 가량 커졌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발현된 사스 사례 당시 중국 GDP의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였으나 현재는 16.75%로 급등한 상태"라며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 역시 2003년 대비 높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하고 장기금리에도 하방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제조업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세계 여행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인의 힘에서 보듯이 중국의 소비여력 축소 등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은 중국정부가 춘절 연휴를 연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상하이와 첨단기술 산업 집적지 쑤저우에 기업 휴업을 지속하기로 통보한 상태다. 공장 가동을 멈추는 기간이 늘어날수록 세계 공급망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구원 연구원은 "중국 전자 및 통신장비 수출이 전 세계 수출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엔 12.3%에 불과했지만 2018년엔 31.6%까지 확대됐다"면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내 중국 위상 제고는 중국 제조업이 자칫 흔들릴 경우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이 1차 합의를 통해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을 한껏 키웠지만, 전염병 이슈가 부각되면서 재차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박 연구원은 "2003년 중국 GDP에서 최종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9년 이 비중은 70%까지 상승했다"면서 "중국 내 소비 비중 혹은 소비 여력 확대는 해외관광 및 명품 소비 등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중국인 출국자 수는 2003년 사스 당시에 비해 약 8배나 급증한 상황에서 중국이 몸살을 앓으면 다른 나라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다만 과거 글로벌 전염병이 경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때 1분기, 혹은 많아야 2분기 정도 성장률이 둔화된 뒤 이후엔 급하게 재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경험적 측면에 무게를 둔다면 이런 구도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지만, 일각에선 한층 커진 중국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주변국들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전염병 안정시기 놓고도 의견차 적지 않아

결국 우한 폐렴의 지속성과 강도가 관건이다. 일부의 기대처럼 다음 달 정도에 안정이 된다면 글로벌 경기가 안정세를 찾을 수 있지만, 장기화된다면 전세계의 성장률에 악영향이 갈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중국 성장률, 더 나아가 세계 각국의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논박이 오가지만, 전염병의 지속기간이 얼마나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은 우한 폐렴을 예방·통제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 중국의 통제 능력을 신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우한 폐렴 감염이 일주일~열흘 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호흡기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 당국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의견이 강한 편이다.

량줘웨이 홍콩대학 의학원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우한폐렴 사태가 6월이나 7월까지 가야 소강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4~5월 충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대도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량 교수는 특히 교통 허브인 대도시 충칭의 경우 4월말에서 5월초 감염자가 15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 실제 확진 환자수는 중국 정부가 밝힌 수치보다 16배 가량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 우한 역병..언제 진정될지에 따라 성장률 영향 다를 수 있어

결국 역병의 지속성과 강도가 계속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 여부가 중요하다.

이번 역병의 지속성을 가정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추정하기도 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03년 사스 효과로 중국성장률은 0.9%p, 한국성장률은 0.3%p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2월을 피크로 4-5월 내 진정된다면 경제적 피해는 상반기에 집중되고 하반기 이후 경기 회복세는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국과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약 0.4%p, 0.15%p 내외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03년 SARS의 경제적 영향은 중국 성장률을 0.9%p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으나 현재 중국경제 경제규모가 더 커졌고 성장률이 이미 6% 내외로 낮아져 성장률 하락 효과는 이전보다 낮을 것으로 봤다. 당시 한국의 성장률엔 사스가 0.3%p 하락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오 연구원은 또 "유행기가 7-8월까지 지속될 경우 중국과 한국의 연간 성장률에 약 -0.6%p, -0.2%p 내외의 영향이 예상된다"면서 "두 나라 모두 경기 회복세는 지연되고 중국은 정책을 동원해 성장률 5.5% 방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하반기에도 나타나 하반기 이후의 경기 회복세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경우 한국도 경기 회복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나 통화완화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과거 전염병 사태 당시 성장률 둔화엔 다른 요인들도 많이 작용했으며, 전염병 사태를 과장해서 해석할 필요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즉 전염병 사태가 악화될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진정되면 빠른 반등 역시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 겪었듯이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은 단기 마찰적 외생 충격"이라며 "초기에는 확산 공포로 인해 위험자산 기피심리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지만, 진정조짐이 보이면 억압수요의 발현 기대를 통해 위험자산이 V 자형 반등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우한 폐렴도 같은 수준을 밟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의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기회복 기대를 선반영해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여지가 높다"고 진단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몸집 커진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지속성'


■ 금리 인하? 메르스 '속편'에 대한 기대감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는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한 가지 이유가 됐다.

당시 금통위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심리악화를 금리 인하의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면서 추가적인 통화완화를 한 바 있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빠르게 악화시키거나 중국 경기를 둔화시켜 국내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 '신저점' 기준금리 실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다만 이번 역병이 얼마나 오랜기간 이어지는지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아직 1월이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갈지 봐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채권시장이 말 그대로 기대감 정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3월까지 진정이 안 된다면 금리 인하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 증권사 딜러는 "우한폐렴으로 금리인하가 빨라질 수 있다"면서 "폐렴의 심각성보다는 장기화 쪽이 경기에 더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염병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한은도 큰 비난을 받지 않고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우한 폐렴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은 올라가는 쪽"이라며 "적어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염병 이슈가 계속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데다 연일 중국에서 사망자가 늘어나다 보니 경기 우려감이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연초 정부가 보여준 부동산 제어에 대한 의지, 우한 폐렴 영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태가 금리인하를 자극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금리 인하를 크게 자극할 것이란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이번 사태로 금리인하 기대감가 커졌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사우스모닝포스트는 28일 우한폐렴을 치료할 백신이 개발됐다고 보도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 매체는 다만 임상시험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려면 적어도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희소식이 현재의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는 별 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진단이다.

한 현직 의사는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백신은 병이 걸리기 전 면역을 키워주는 물질이고 이미 병에 걸린 사람에겐 의미가 없다"면서 "임상도 아직 하지 않았다면 지금 사태의 진정과는 관련 없는 소식"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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