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6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60원 오른 1,17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상승이다.
이날 달러/원은 미중 무역합의 내용에 대한 우려로 지난 주말 사이 달러/위안이 급등하면서 오름세로 출발했다.
달러/원은 한때 1,177원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주말 달러/위안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성사에도 미국이 기존 대중국 관세 25%를 유지한 데 따른 시장 실망감에 7.02위안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달러/위안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자 개장 초 달러/원 상승 무드도 한풀 꺾였다.
달러/위안은 서울환시 마감 무렵 6.9974위안을 나타내 지난 13일 무역합의 소식이 전해졌던 당시 레벨까지 근접했다.
이에 달러/원 환율이 장중 하락 반전을 꾀하기도 했으나,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하락 모멘텀을 장 막판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 달러/위안 6위안대로 복귀…롱 마인드 후퇴
이날 달러/원이 장중 상승폭을 축소한 것은 달러/위안 하락과 함께 이어진 역외의 롱포지션 처분 때문이다.
역외는 개장 초 달러/위안 상승과 미중 무역합의 실망감에 롱포지션을 쌓으며 달러/원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달러/위안이 하락하자 이들은 롱포지션을 빠르게 거둬들였다.
여기에 수출업체 네고 물량까지 등장하면서 서울환시 수급은 수요 우위에서 오후 들어선 공급 우위로 빠르게 전환됐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이 기존 관세를 유지한다는 소식에 미중 무역합의 기대가 약화된 건 사실이나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달러/위안이 아시아 시장에서 아래쪽으로 반응한 것 같다"면서 "오늘 달러/원이 내림세로 돌아서지 못한 것은 급락에 따른 반작용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17일 전망…무역합의 훈풍 아닌 삭풍될까
오는 17일 서울환시 달러/원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밤사이 글로벌 자산시장 반응에 순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기존 관세를 유지한 채 중국과 무역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중국마저 미국 농산물 구매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진다면 유럽과 뉴욕 금융시장은 리스크오프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이 무역합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시장이 이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낸다면 무역합의 재료는 오히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말 폭탄에 가까운 도발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도 달러/원 상승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