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마리오 드라기의 마지막 분투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9-16 14:30 최종수정 : 2019-09-16 16:4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사진=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ECB 홈페이지

사진=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ECB 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국내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1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통화정책 완화를 발표했다.

오는 10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 시대가 선보이는 대규모 완화책으로 볼 수 있었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더 완화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부양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많다.

아울러 유럽의 예상을 뛰어넘는 완화책에 미국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 임기 만료 앞둔 드라기의 다양한 완화 패키지

ECB는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완화 패키지'라고 할 만한 내용을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임기 종료 직전 종합 선물 세트가 나왔다는 평가도 엿보였다.

ECB는 수신금리 10bp 인하, 2단계 티어링 시스템(Tiering system) 도입,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 양적완화 재개(월 200억유로, open-ended), TLTRO-III 조건 완화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했다.

ECB는 초단기 수신금리(예금금리)를 연 -0.50%로 10bp 인하하고 기준금리(레피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00%, 0.25%로 현 수준을 유지했다.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 완화를 위해 2단계 티어링 시스템도 도입한다. 이전까지는 초과지준에 대해 일률적으로 마이너스 수신금리(-0.4%)를 부과했지만, 10월 30일부터는 초과지준의 일정 한도(필요지준의 6배) 내에서 0% 금리를 적용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더욱 완화적으로 변했다. 인플레이션율이 2%에 가까운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일관되게 유지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현재 또는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기존의 시점 제시(내년 상반기까지)에서 보다 완화된 것이다.

작년 말에 종료했던 양적완화를 재가동한다. 오는 11월 1일부터 월 200억유로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직전까지 지속(open-ended)하기로 했다.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따라 매입한 증권의 만기 도래 시 전액을 재투자하고 매입 증권도 다양화한다. 기존 공공부문 채권만 매입 가능했던 것과 달리 수익률이 수신금리(rate on the deposit facility, -0.5%)를 하회하는 회사채(CB/ABS 등)도 매입할 수 있게 했다.

3차 TLTRO 조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적용 금리를 레피금리+10bp에서 레피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일정 대출 규모를 초과하는 은행에는 예금금리 수준(-0.5%)까지 TLTRO 금리를 낮춰준다. 만기는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이 같은 ECB의 결정에 대해 대부분 기관들은 시장 예상보다 도비시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UBS 같은 곳은 "ECB가 시장 기대를 과도하게 받아줬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는 "회의결과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도비시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향후 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 추가완화보다 재정정책이 중요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 ECB, 통화정책 한계로 향후 재정정책 관심 높아질 듯

ECB가 예상보다 다양한 완화 패키지를 이번에 선보이면서 향후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많다.

사실상 드라기가 임기만료 이전에 쓸 수 있는 정책을 상당부분 소진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추가적인 완화 여지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드라기 총재 역시 앞으로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론했으며, 이번 조치 역시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춰 재정지출 확대를 견인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물론 11월부터 ECB 총재로 부임하는 라가르드 역시 상당히 도비시한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어 QE 규모 확대 등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추후 금리인하 룸 등이 제한적인 가운데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위해서도 티어링 시스템 등이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얼마나 줄여줄지 봐야 한다. 결국 정책의 정석 상 향후엔 재정정책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는 예상이 많은 편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가 일부 회원국 반대를 무릅쓰고 사실상 종합판 통화완화책을 꺼낸 배경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에 있다"면서 "역설적으로 이번 결정은 통화정책만으로는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하며, 통화정책의 조력자 역할을 바탕으로 적극적 재정정책 조합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의 균형예산 원칙 포기에 이어 여타 회원국들까지 재정정책 확대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ECB의 추가 통화정책 완화 여지가 줄어들고 있어 향후 유로존 경기향방과 관련해서는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라가르드 신임 총재가 확대 재정지출에 대한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을 지 여부도 주목된다"고 밝혔다.

■ 관심 커진 재정정책의 한계도..추가적인 '정책 쥐어짜기' 가능성 열려 있어

자료=국제금융센터, 유로존 성장률과 물가 추이와 전망

자료=국제금융센터, 유로존 성장률과 물가 추이와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


하지만 유로존 재정 지출이 유로지역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라는 진단이 많다. 아울러 재정확대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든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 기준 재정수지가 흑자를 기록 중인 유로존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으로 이들 국가는 전체 유로존 GDP의 약 40%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나머지 절반 이상 국가의 재정수지가 적자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에 2017년 경기 호조로 2018년 재정수지가 크게 개선됐고 올해와 내년 재정수지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결국 재정지출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GDP의 3% 이내로 재정적자를 유지해야 하는 유럽연합의 재정규약을 감안할 때 유로지역 전반에 유의미한 확대 재정정책이 실시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유럽중앙은행의 2019년-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1%, 1.2%, 1.4%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2%, 1.0%, 1.5%다. 재정정책이 하향 수정된 이 수치들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놓고는 확신이 부족한 것이다.

ECB의 경기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통화정책 여력 한계와 함께 재정정책도 녹록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ECB의 '정책 쥐어짜기'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통화정책 패키지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경기 및 물가 개선을 강하게 자극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해준다"면서 "ECB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통화완화 정책을 다시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9월 4일 Philip Lane ECB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EU 물가지표 1.8% 중 약 0.5%p가 통화정책에 의존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또 2018년 연간 자산매입 규모가 3,150억 유로였음을 감안하면 내년 2,400억 유로 자산매입을 통해서는 물가 전망치 달성 가능성은 확신하기 어렵다. 결국 내년 추가 완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ECB는 FOMC를 자극할 수 있을까..미-EU 갈등 가능성과 연준 완화폭에 대한 의구심

ECB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경기의 하방 리스크는 다소 제어할 수 있지만, 경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유럽의 적극적 통화정책이 달갑지는 않다. 트럼프는 더욱 연준을 압박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ECB의 결정 후 자신의 트윗을 통해 "유로존이 통화 약세를 유도해 미국의 수출을 저해한다"면서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곧 對EU 관세를 발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유럽 경기 회복엔 브렉시트,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등 정치적 변수 등이 계속해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ECB의 이번 조치로 유로화 약세가 심화될 경우 미국과 EU 간의 무역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김성택 국금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EU에 대한 관세부과 등을 통해 유로화 절하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동차 관세부과(11.15일까지 유예) 논란과 환율 갈등으로 미·EU간 무역갈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금리가 미중 갈등 완화, 독일의 재정정책 기대감 등으로 크게 뛰고 주가지수가 반등한 가운데 향후 FOMC 결과가 금융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됐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S&P500 지수는 7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뛴 상태다.

ECB가 예상을 뛰어넘는 완화적 스탠스를 보인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이 일단 금융시장에 핵심 변수가 됐다는 평가들이 엿보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가 지난주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남은 변수는 연준이 우리시간 19일 새벽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여부"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IB들은 연준이 9월과 12월 한 차례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부담스러운 일은 현재로서 9월 인하 이후 12월 인하 여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2년 국채 금리는 한때 1.5% 이하로 하락했으나 현재 1.8%에 다가섰다. 연방기금 선물값은 9월 0.5%p 인하까지 바라봤었지만 현재 25bp 인하를 보고 있다"면서 "동결 확률이 오히려 20%를 넘어섰으며, 9월 FOMC 전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