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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LF 폭탄 키운 그릇된 성과주의

한아란 기자

aran@

기사입력 : 2019-09-02 00:00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가장 안전한 상품입니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가 고객에게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소개하면서 전한 말이다. 독일은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중은행 주도로 판매된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는 잔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안전하지 않은 상품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를 통해 판매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규모는 총 8224억원에 달한다(7월 7일 기준, 금융감독원).

특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DLF의 절반 가까이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우리은행이 개인에 판매한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잔액은 934억원이었다. 같은달 16일 기준 하나은행이 개인에 판매한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 DLF 잔액은 3438억원이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된 DLF 상품 잔액은 2020억원으로 확인됐다. 전체 금액(4422억원)의 45.7%에 해당한다.

심지어 두 은행에서 DLF 상품을 사들인 고객 5명 중 1명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생결합증권(DLS)은 금리나 환율, 원자재, 신용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원금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DLF는 DLS를 자산으로 편입한 펀드다.

통상 은행에서는 이들 파생상품을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따라 원금이 100%까지 날아갈 수 있어 초고위험 상품과 다름없다. 상품에 대한 안내가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파생결합상품 대규모 손실 사태는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해외금리 연계형 DLF가 대거 판매되면서 발생했다.

영국·미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락하자 이들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연계한 상품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상품은 전체 판매 잔액 중 85.8%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은 판매 잔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현재 금리 수준이 만기(9월~11월)까지 유지될 경우 이들 상품의 예상 손실금액은 4558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과 분쟁조정 신청은 현재 60건 이상이다. 투자자들은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상품판매 창구에서 100% 원금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PB가 “독일이 망하지 않는 이상 손실이 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늘리려고 판매수수료 수입에 혈안이 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DLF로 고객이 최대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5%인 반면 손실률은 100%에 달하는데, 은행은 고객 손실과 상관없이 1%의 수수료수익을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어서다.

은행이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평가할 때 DLF 같은 상품판매 실적에 가중치를 두는 방식 등으로 압박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고객수익보다는 은행이익을 더 크게 보는 성과평가 지표가 직원들을 무리한 영업에 내몬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은행의 탐욕이 낳은 결과”라고 정리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고객은 은행 직원의 설명을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의 탐욕으로부터 비롯된 비정상적인 판매 관행이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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