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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기억에 남는 말을 하기 위한 기술 한 가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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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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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내 말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각인되면 좋다. 특히 대중에게 기억되는 말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직업군도 있다. 정치인, 연예인, 뉴스앵커, 작가 등이다.

그들은 자신의 말이 대중에게 회자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단어나 표현을 선택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들인다. 가끔은 마음먹고 회심의 한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그 한마디를 가급적 더 많은 언론이 받아주고, 그 한마디가 SNS에서 더 광범위하게 공유되기를 바라며 말이다. 이유는 뻔하다. 사람들이 기억할수록, 사람들에게 각인될수록 자신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각인되는 말하기를 원하는 사람들

요즘 세상은 말 잘하는 사람이 돈도 잘 버는 상황이다.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유튜버들이 그렇다. 화려한 입담과 소재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대중에게 관심 받는 유튜버의 한 달 수입은 억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어마어마하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유난스럽게 말 많은 것을 지양하며 ‘세치 혀’라고 경멸하는 표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단어는 오히려 머쓱하다. 말 잘하는 것이 개인의 자산이 되었고 기억되는 말을 하는 사람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특히나 정치권에서는 사회가 혼란할수록 말의 표현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경향이 보인다. 수백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수십명의 관료들 사이에서 대중에게 기억되는 말하기를 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노력한다.

대중에게 기억되는 말하기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비법이 있을까. 우리가 빈번하게 접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니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자극적인 표현을 던지는 것이다. 굳이 막말의 단계로 넘어가지 않더라도 대상에게 마음의 생채기를 낼 수 있을만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일개 의사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가 어떤 주장을 펼치려 했는지 보다는 그가 그런 표현을 했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기억되었다.

또 어떤 관료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비판하면 친일파다”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객관적 타당성이 이성적으로 평가되기보다는 누가 과연 친일파인가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확실하게 기억됐다.

그런데 이 정도는 양호하다. 다음의 발언을 보자. 한 의원은 젊은 공무원을 향해 “나쁜 머리를 쓰며 위인인척 위장했다.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쏘아댔다. 또 다른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먹는다”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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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의 자극적인 발언이라면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발언의 당사자는 물론 대중에게 영영 잊혀지지 않을 발언이 되었다. 일단 기억되는 말하기를 했다는 점에서 성공이었을지 모른다. 존재감이 부각됐으니 쾌재라도 불러야 할까. 그러나 유쾌한 기억일지 불쾌한 기억일지를 따지고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위 공인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대중에게 기억되고자 혹은 존재감을 각인시키고자 일부러 자극적인 말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이런 얄팍한 언어의 기술을 선호한다고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유혹의 개연성은 충분하다. 일단 결과론적인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큰 고민이나 성찰이 필요 없고 일단 기분대로 감정대로 내지르면 되기 때문에 방법론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목적론적 측면에서는 대상을 불쾌하게 만들고 그에 반응하도록 하면 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잴 것 없이 간단명료하다. 게다가 자극적일수록 언론에 회자되며 두루두루 알려지기에 부가적인 이득도 꽤 괜찮다.

자극에 의한 관심이 메시지에 대한 공감은 아니야

우리 사회는 이미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하다. 뉴스도 그렇고 드라마 주제도 그렇고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각종 콘텐츠도 그렇다. 자극적이어야 대중의 관심을 받고 기억되며 지속적인 소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편승하듯 이제는 공식적인 석상에서 공인의 말까지도 자극적인 표현이 앞선다.

자극적인 말을 통해 기억되는 일을 피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우선, 그러한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 혹은 자기진영의 논리에만 비추어서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확신하게 되면 이 정도 자극적인 표현쯤은 해줘야 성에 찬다. 상대는 그런 말 들어도 싸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제3자가 봤을 때, 이는 공감의식 떨어지는 메시지다. 어려운 처치에 있는 대상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 없이 남의 입장은 배려하지 못하는 미숙한 말이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박수 받을지 모르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더 멀어진다.

물론 이런 이유뿐이라면 너무 계몽적이다. 사회가 어지러우니 나부터라도 자극적이지 않고 점잖은 말을 하라는 고리타분한 훈계는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극적인 말을 함으로써 남들에게 기억되는 것을 기피해야 할 진짜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중에게 기억될 정도로 자극적인 말을 하면 메시지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는다.

때문에 정작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온데 간데 사라진다. 상처 주는 말, 날카로운 말로서 있는 힘껏 자극적인 표현을 뿜어내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그런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다.

자극적인 말에 열광하는 일부 부류들의 반응에 취해서 서서히 나의 이미지가 변하고 굳어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불쾌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자극적인 말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대에게 메시지를 강하게 각인시켜 내 말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싸움 닭 같은 이미지만 상대의 기억에 남긴다면 어떤가. 진정 그것을 원하는가.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기억에 남는 말을 하기 위한 기술 한 가지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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