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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나는 단체 채팅방의 민폐 인물일까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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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8-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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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은 참 여러모로 편리하다. 문자로 언제 어디서든 일대일 대화가 가능하고 사진이나 동영상도 교환할 수 있다. 뜻을 함께 하는 여러 사람들이 만든 하나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궁무진한 대화가 이뤄진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간단히 투표창을 만들어 참여자들의 의견을 손쉽게 모은다. 비록 단체 채팅 방이지만 특정인의 문자에 답장도 건넬 수 있다.

게다가 와이파이 환경이라면 데이터 전송 통신비도 공짜다. 여태까지 자료 공유와 대화가 이토록 편리하게 이루어졌던 기술이 없다.

단체 채팅방, 공적인 공간일까 사적인 공간일까

이러다 보니 요즘은 채팅앱 하나 정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서너 명이 만나는 약속을 정할 때도 대뜸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약속시간과 장소를 논한다. 만남의 뒷풀이도 단체 채팅방에서 이어진다.

휴대전화로 찍었던 사진을 올리고 즐거웠던 모임의 소회를 각자 채팅방에 털어놓으며 활발하게 이야기한다. 인간관계의 끈이 문자로써 계속 이어지며 그 외연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인간관계의 목적과 특성에 따른 채팅앱은 수도 없이 생성되고 지워지면서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내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 속 채팅앱이 있을 때와 없었던 때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인간관계는 더 촘촘하고 두터워졌다. 사회 참여를 활발히 하고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챙겨야 하는 단체 채팅방 수도 늘어난다.

하지만 채팅앱이 보편화된 지금, 한 번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채팅방은 공적인 공간일까 사적인 공간일까. 이토록 유용한 채팅앱이 문득문득 부담이었던 적은 없었나.

단 둘이 대화를 나누는 채팅방이 아니고서야, 단체 채팅방은 공공장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내가 하는 말을 채팅방 구성원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말하고 싶고 그 중 누군가는 듣고 싶어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아무 얘기 안 듣고 좀 조용히 있고 싶은 바람이 있다.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아무나 붙잡고 “내 얘기 좀 들어보세요” 하며 말을 걸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 비단 낯선 사람뿐 아니라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과 있을 때 역시 앞 뒤 상황 가리지 않고 불쑥 아무 때나 내 얘기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남들은 불편해하는, 나만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진 않은가

단체 채팅방은 필연적인 공간이다. 애초부터 목적을 가지고 결속력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곳이다. 그러다 보니 내 맘대로 채팅방에서 나가버릴 수도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이라면 모든 사람의 말에 일일이 대꾸 하는 것이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만 입 꾹 닫고 모른 척 하자니 뭔지 모르게 좀 민망하다. 구성원의 수가 많은 채팅방일수록 초단위로 무섭게 올라오는 메시지 알림 숫자는 더 빨리 늘어난다.

한 마디 한 마디 미처 다 읽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채팅앱이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순기능이 크다는 건 인정하지만, 채팅앱이 초래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함은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다.

휴식을 얻기 기대했던 사적인 인간관계가 채팅앱으로 매개되면서 도리어 나의 휴식 시간을 앗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채팅앱 속의 단체 채팅방은 엄연히 공공장소임을 기억해야 한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있지 않으며 내 앞에 실존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가상의 공간이긴 하지만 두 명 이상이 모여 있는 일종의 작은 사회다. 이를 잊고, 단체 채팅방에서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유형이 있다.

대표적으로, 자기한테만 관심 있는 사안을 끝도 없이 올려대는 사람이다. 자기가 먹은 음식,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가 구매한 물건, 자기가 방문한 장소, 심지어 자신의 신체 일부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다른 사람은 관심도 없는데 나 혼자 좋다고 메시지 폭탄을 던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난감하다. 무시하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대꾸하자니 성가시다.

다음은, 실없는 유머와 온갖 잡동사니 인터넷 유머를 주구장창 꺼내 놓는 사람이다. 지인들끼리의 대화방이니 나름 분위기 좀 띄우고 재미난 얘기 해보겠다는 의도는 가상하다.

하지만 단체 채팅방을 마치 자신의 유머 실습실인양 활용하는 지나친 실험정신도 민폐가 된다.

마지막은, 둘이서만 얘기해도 될 사안을 두고 여러 사람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실컷 수다를 나누는 경우다. 어쩌다 그럴 수는 있겠지만 자주 반복되면 무례함이 될 수 있다.

실제 상황에서는 어떤가. 대여섯 명 함께 모여 앉은 자리에서 단 둘이서만 오래도록 얘기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둘은 다른 곳으로 슬며시 나가서 대화를 나누는 게 보통이다.

위에 나열한 사례들이 단체 채팅앱을 지나치게 민감하고 중대하게 받아들인 반응이라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많아지는 단체 채팅앱 속에서 나부터 좀 자제하는 언행을 하지 않으면 결국 피곤해지는 건 나다.

내 인간관계가 돈독한 것도 좋지만 남에게는 일상 속 고요함도 필요하다. 나는 말하고 싶지만 남은 듣기 싫을 수도 있다. 우리가 공공의 장소에서 남을 상대로 내 멋대로 떠들고 내 얘기만 늘어놓지 않음을 상기하자.

단지 대화를 나누는 양상이 디지털 기술을 빌어 이뤄질 뿐 단체 채팅방은 여전히 사회적 소통 공간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단체 채팅방 속 민폐 유형이 되고 있지 않은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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