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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나이 들면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해요”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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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6-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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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평소에 사람을 한번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예외로 둔다. 첫 통화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첫 만남 상대의 목소리를 들은 뒤에는 여지없이 나도 모르게 판단이 선다.

그리고 그 판단이 대개는 맞는 편이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처럼 나이 몇 살을 넘겨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나이 들수록 목소리에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를 근거로 한 선호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나름의 과학적인 근거는 있다.

지문처럼 사람마다 타고난 목소리 저마다 달라

목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인 성대의 구조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우리 목에는 갑상연골과 환상연골이 위치한 후두가 있다. 성대는 바로 그 후두 안쪽에 보호되고 있는 발성기관이다.

양쪽에 얇은 막으로 이루어진 성대는 호흡을 할 때는 이완되어 있지만, 소리를 낼 때는 얇은 막이 빠르게 부딪히고 그 파열하는 힘으로 소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노래를 하거나 말을 할 때 아니면 악을 쓸 때도 성대 막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동반된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어떤 특정한 소리는 바로 이 성대 막의 움직임으로 인해 생성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 막의 움직임을 거쳐 나온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다르고 심지어 지문의 모습이 다 다른 것 같이 성대의 모양새도 사람마다 다르다. 성대의 생김새에 따라 사람의 목소리,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목소리의 특징이 정해진다.

얇은 목소리, 허스키한 목소리, 굵은 목소리, 높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는 성대의 모습이 결정한다. 성대의 모습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기 때문에 사람의 목소리도 타고난다.

제아무리 후천적으로 바꾸려 노력해보아도 타고난 나의 목소리는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럼 목소리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말하며 한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목소리 안 좋다고 성격도 안 좋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야 한단 말인가? 얼굴은 성형수술이라도 할 수 있지만 성대는 수술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절망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럽게도, 타고난 목소리는 바뀌지 않지만 살아가며 목소리의 톤이나 분위기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아니, 필연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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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도 노화… 삶의 궤적이 쌓이는 나의 목소리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으나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사람의 목소리에서도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목소리 노화의 원인은 성대기관의 노화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의 신체 기관은 느슨해지고 기능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성대의 탄력이나 회복력 등은 세월이 지날수록, 성대를 사용할수록 점차 약해진다.

성대의 모습과 기능이 미세하게 늙어가며 변화하는 결과는 목소리에 그대로 반영된다. 나이 들어갈수록 내 목소리가 예전같이 맑고 생기발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혹은 오랜만에 만난 사람 목소리가 전과 달리 굵어져 있고 둔탁한 느낌이 나는 것도 바로 성대의 노화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는다. 삶의 궤적이 얼굴에 드러나듯, 삶의 말투와 언어가 성대에 반영되고 그것이 곧 목소리에 투영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즐거운 말을 하며 살아온 사람은 성대에 그런 흔적이 남는다.

세월이 흐르며 성대는 비록 노화되지만 성대에 남겨진 세월의 자국은 지속되며 그 사람의 목소리에 드러난다. 목소리가 좀 예쁘지 않았던 사람도 긍정적인 말 기운이 성대에 흔적으로 쌓이다 보면 궁극적으로는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툭 하면 남을 비난하고 성을 내며 짜증 섞인 말을 뱉어왔던 사람의 성대는 그러한 말투의 자국이 성대에 깊게 남는다.

그렇게 노화되는 성대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그 목소리에는 짜증과 화가 배어버려 어느 순간 흉측한 목소리로 변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뻔한 얘기 같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나이가 들면 자신의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지 않은가.

삶의 궤적이 대놓고 목소리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에게서 풍겨지는 느낌은 바로 말의 역사가 쌓아온 성대의 변화 때문이다.

늘 남을 속이면서 살아왔던 사람의 말 속에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아부하며 살아왔던 사람과 말 하다 보면 어느새 비굴함이 감지될 것이다.

호통치고 군림하며 살아온 사람의 말 속에서는 겸손한 느낌을 찾아볼 수 없으며 애교가 많았던 사람의 말에서는 귀여움이 묻어 나온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사람의 말 속에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그가 근래 들어 사랑의 감정이 담긴 언어를 많이 사용했고 그 말의 습관이 성대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얼굴표정만큼이나 성대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조금은 인식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표정은 눈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저런 치장이나 화장 혹은 시술과 수술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

그러나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상대의 귀를 통해 나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전한다.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강렬한 인상이다.

게다가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느낌 좋게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시점의 목소리는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나이 들면 목소리에 책임을 져야 해요”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네덜란드 행복육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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