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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중 무역분쟁의 지렛대 '화웨이'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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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화웨이 홈페이지, 안전을 위해 화웨이를 선택하는 홍보 문구

자료=화웨이 홈페이지, 안전을 위해 화웨이를 선택하는 홍보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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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재개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거래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등을 겨냥해 미국 기업 보안을 침해할 만한 외산 통신장비 사용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곧이어 상무부도 화웨이와 그 계열사 68곳을 미국 기업 기술 구매를 어렵게 하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미국 기업들의 거래 중단 의사가 전해졌다. 특히 구글이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발표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화웨이는 이런 사태에 대비해 나름대로의 준비를 해왔다고 큰소리 치면서 항전 의지를 다졌다.

■ 재개되는 미국의 공격..다시 화웨이 조준

미국시간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의 미국 판매를 제한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중 양국이 관세 보복전을 펼치는 등 무역분쟁이 재차 격화하는 와중에 나온 소식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기업 보안을 침해할 만한 외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막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특정 국가나 기업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며 해외의 적(a foreign adversary)이 보유하거나 지시 혹은 통제 하는 기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미 기업들의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논의해왔다.

백악관 발표 이후 미 상무부는 화웨이를 미국 기업 기술 구매를 어렵게 하는 '엔터티 리스트'에 편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술 발전의 '상징 기업'과도 같은 화웨이에 대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면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경계감은 다시 커졌다.

■ 중국과 화웨이의 항전 의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를 금지하자 중국도 발끈했다.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보복할 뜻을 시사했다.

우선 화웨이 금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국은 구금 중이던 캐나다인 2명을 공식 기소하는 등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미국의 위협에 가만히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미국 기업 차별 등으로 미국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채권 최대 보유국 중국이 미국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국채 매도 카드를 본격 꺼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월 20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미국채를 팔아 치워 보유량을 2년 만에 최소로 줄이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대규모 매도에 나서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미중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거론되는 시나리오지만, 중국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화웨이 자체적으로는 의연한 반응을 내놓았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겸 창립자는 18일 미국 제재에 따른 매출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선전 본사에서 행한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매출증가가 둔화할 수도 있지만 소폭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런 회장은 "우리는 어떠한 위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 화웨이는 ZTE와는 달리 미국 요구에 따라 경영방식을 바꾸거나 모니터링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퀄컴 제품 등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이 같은 사태에 미리부터 대비해왔기 때문"이라며 화웨이 반도체 자회사인 히실리콘테크놀로지는 공급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대안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국에서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더라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강한 항전의지를 다졌다.

이후 미국시간 20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에 90일짜리 임시 거래면허를 발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많이 거론됐던 조치였다. 기존 네트워크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경우 화웨이에 대한 미국 업체의 부품 공급을 한시적으로나마 제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라..구글 등 미국기업들 참전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 구글은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중국 화웨이와의 일부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구글이 화웨이와 오픈 소스 라이센스 제품을 제외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나 구글 서비스와 관련한 화웨이에 대한 기술 지원이나 협력 제공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명령 이후 미국 기업들이 일제히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또 인텔, 퀄컴, 브로드컴, 자이링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에 주요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공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를 이어나갔다.

5세대 이동통신 관련 최강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 차단 가능성에 5G망 구축 작업 자체가 지연되고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각종 IT 기기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공세는 중국과 미국이 5G 시대를 앞두고 벌이는 패권 다툼 성격도 있다.

■ 화웨이 제재, 스마트폰 섹트에 지각변동 가능성..삼성 반사익도 주시

지난 19일 구글이 화웨이를 상대로 안드로이드 서비스 차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스마트폰 생태계에 일 지각변동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화웨이 신제품에 한해 구글 서비스가 장착되지 않으면 화웨이의 제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향후 화웨이 스마트폰이 유럽과 중남미 시장에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화웨이 2019년 예상 판매량 2억 4천만대 중 약 7500만대에 해당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전체 시장의 위축 속에 해외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 등의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의 경우 2019년 예상 판매량 1억 8천만대 중 약 3000만대에 해당하는 중국 시장의 위축이 예상되며, 일부는 화웨이와 경쟁하는 유럽에서 만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미국 기업들만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향후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기업인 ARM, TSMC, 소니 등으로 동참 기업이 확대될수 있는가도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라고 밝혔다.

한투증권의 조철희 연구원은 "구글의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면 향후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의 49%를 차지한 수출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지난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2.06억대 중 아시아가 61%(중국 51%), 유럽 22%, 남미 85, 북미 0.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가 대비를 해 왔다고 밝혔지만, 추가 제재 시 상당히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원은 "화웨이가 자체 OS를 개발해 왔지만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구글 OS 및 애플 iOS 생태계 경쟁력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면서 "부품 재고량을 늘려 미국의 제재를 예방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향후 퀄컴, 인텔이 칩 공급을 중단하면 자체 AP 및 모뎀칩으로만 스마트폰을 제작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TSMC(화웨이 자회사 HiSilicon이 AP 위탁 생산)와의 원활한 생산 계약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품수급 제한 정책이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구글 서비스 이용 제한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의 합산 출하량은 5800만대이고 화웨이는 HuaweiP(light 제외), Mate 시리즈의 합산 출하량이 3400만대다. 사실상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시장을 두 업체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수혜를 예상했다.

■ 화웨이 이슈, 여러 산업과 기업에 영향 줄 수 있는 재료

화웨이를 기운데 놓고 벌이는 미중 갈등은 기술 분야 주가 등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일 미국 나스닥이 1.5% 가량 급락해 다른 지수보다 크게 빠진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 등의 반사익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날 삼성전자는 3% 이상 오르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구글이 향후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의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고 퀄컴, 인텔 등도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알려지면서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유종우 한투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상당부분을 미국 반도체업체가 공급하고 있어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경우 화웨이는 스마트폰 제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영향으로 화웨이 스마트폰의 판매가 부진할 경우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의 반사 이익이 있을 수 있어서 반도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중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디스플레이 업체도 화웨이와의 거래 관계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각 산업이나 기업의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승우 유지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 거래제한은 통신장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거래에 적용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모바일 인프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서비스 등 전방위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화웨이의 급부상으로 타격을 입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점유율 회복의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이슈"라며 "반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서플라이 체인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화웨이 사태가 남겨놓은 여전한 불확실성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의 관점도 다양하다. 미중이 완전히 판을 깨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전격 합의를 하기도 쉽지 않아 협상이 연장전 이후 재연장전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공세가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기 위한 강공으로 보는 시각도 엿보인다. 예컨대 중국이 입는 타격이 예상보다 크다면 중국이 미국에 좀더 숙이고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중국의 피해가 견딜만 한 것이라면 대치 상황이 오래갈 수도 있다. 또 양국 모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기업 측면에서도 애플과 화웨이에겐 악재, 삼성전자에겐 호재라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산업 전체의 수요 둔화와 연결될 가능성도 고려는 해야 할 듯하다.

이런 가운데 향후 화웨이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시기나 규모 등도 불확실하다. 지난해 ZTE 사태를 감안할 때 화웨이 사태가 다시 한번 극적 반전을 맞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다시 입장 조율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 통신업체 ZTE를 제재한 뒤 준(準) 항복선언을 받고 이를 풀어주기도 했다. ZTE는 미국의 제재에서 벗어나는 조건으로 10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이사진을 교체해야 했다.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전세계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트럼프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화웨이 지렛대를 다시 이용하고 있다. 여전히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 중국은 또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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