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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가온 2020년대와 1%대 성장률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5-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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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17년 6월 12일. 한 서울대 교수가 한국경제 비관론을 열심히 설파했다.

제1회 서울대 경제정책포럼이 열리던 이 날 이 학교의 김세직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는 성장률 추락 지속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잠재적 위기가 현재화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대략 1990년대 중반부터 5년에 1%p씩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 교수가 이런 주장을 펼 당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와 부동산 부양 효과로 경기가 좋아지던 때였다.

하지만 김 교수는 경기가 '반짝하고 그칠' 상황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중에 장기(잠재)성장률이 1%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당시 이같은 주장은 상당히 급진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한국경제의 당국자들이 20년간 이름만 달리해 반복하던 단기 대증요법적 경기부양, 예컨대 부동산 부양으로 경기를 띄우던 과정을 반복하면서 한국 경제의 체력이 크게 소모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저금리와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반복돼 한국경제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으며, 머지 않은 시기에 경제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경제가 어려운 데는 대외 요인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 추락하는 성장률..생산성 떨어지면서 성장률 계속 낮아져

자료=권규호 이코노미스트 분석

자료=권규호 이코노미스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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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2%대 초중반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낮아진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3% 성장률도 성에 차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행 등에서 최근까지 얘기해온 2%대 후반의 잠재성장률도 과대평가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이 적지 않다.

지난 19990년대 국내 경제의 성장률은 평균 7%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엔 4%대 중반으로 성장세가 급하게 축소됐다.

이후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성장률은 3% 수준로 떨어졌다. 가파른 성장률 추락이었다.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인자는 노동과 자본, 그리고 생산성(총요소생산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사람과 자본, 그리고 기술이 기여하는 부분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 둔화 흐름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그 속도는 상당히 빠른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우울한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권규호 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경제 성장에 물적자본과 총요소생산성이 기여하는 정도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향후 인구(취업자)가 성장률에 미칠 악영향이 예비돼 있는 가운데 일단 '지금 살고 있는' 2010년엔 취업자 쪽에서 성장률을 갉아 먹은 악영향이 크지 않았다.

그의 분석을 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취업자가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는 0.8%p로 2001~2010년 시기와 같았다.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감소로 돌아서는 상황이지만, 경제활동참가가 늘어나면서 인구 쪽에선 악영향이 확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 부분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자본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축소된 가운데 생산성 둔화가 두드러진 게 특징이었다.

특히 기술, 제도, 자원배분 등을 합쳐 경제의 '효율성'을 가늠하게 해 주는 '총요소생산성'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1.6%p에 달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0.7%p 정도로 대폭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의 가파른 둔화를 통해 예상할 수 있지만,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온다.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는 물적자본의 축적에 의한 생산성 향상, 총요소생산성의 증가세를 반영해 결정된다.

권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1인당 실질 부가가치는 1990년대 5%를 넘었으나 2000년대엔 3% 수준으로 떨어지고 2010년대엔 1%대 중반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온다.

■ 대외요인 탓만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은 한국경제 상황

자료=권규호 이코노미스트 분석

자료=권규호 이코노미스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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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국이 과거 성장시대엔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가파른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됐으니 수출 위주의 국가인 한국이 받은 타격도 평상시보다 컸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성장세 둔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측면이 있다.

대외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본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권규호 연구원은 "우리나라 상품수출 증가율은 2012년 이후 세계교역량 대비 빠르게 둔화됐다"면서 "이는 우리 제조업의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1~2018년 경제성장률 둔화가 일시적인 침체라기보다 추세적인 하락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경제의 둔화 '정도'가 세계 교역 둔화 등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혜택을 입었지만, 지금은 많은 분야에서 중국에 뒤쳐지면서 시장점유율을 빼앗겼다.

과거 한국과 경쟁했던 대만 경제의 몰락이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 과정에서의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됐다면서 한국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인식도 있다. 아무튼 한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대외 상황 탓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한국경제가 어려울 때 많은 사람들은 대외 환경이 문제라는 식의 언급을 당연한 것처럼 해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국 내부적인 경쟁력 상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다른 분석가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3% 전후 혹은 2%대 후반이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해왔지만, 사실 지금 이미 2%대 중반 이하로 내려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이젠 곧 2020년대..향후 성장률은 더 떨어지는 구도

경제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성장률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선진국 상황을 모방해 빠르게 성장할 때는 생산성도 돋보이지만,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혁신이 없으면 성장률이 급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인구 구조가 향후 성장률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젊은층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인구 구조가 만들어져 시간이 갈수록 '취업자' 쪽에서 성장률 둔화를 압박할 수 있다.

젊은층은 줄고 노년층이 더욱 두터워지는 인구 구조는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코앞으로 다가온 2020년대부터는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돼 한국 경제를 억압할 수 있다.

인적, 물적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 답은 한 가지, 생산성 향상 밖에 없다. 한국의 인구구조 등이 성장에 부정적인 쪽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어서 해결책은 기술 혁신 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고 하는 것 역시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권규호 연구원은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2010년대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경우 2020년대 국내 경제성장률은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전제할 경우 연평균 2%대 초중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현재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추정해왔던 한은이 이 수치를 더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대 한국 성장률이 1%대 후반으로 떨어진다는 전망은 결국 경제활동인구 감소 영향이 자본생산성을 앞도한다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면 2020년대 후반엔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낮아지는 성장률 흐름에 대해 정부가 조바심을 내고 정책적 실패가 계속 곁들여질 경우 한국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억지로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체력 이상'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재정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금은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때"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일률적인 노동시간 단축 등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의 경쟁력 제고 없는 정부 주도의 성장은 향후 국가 재정만 망가뜨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지만, 이 주장을 믿기 어렵다. 앞으로 1%대 성장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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