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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문자로 싸우면 안 되는 이유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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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5-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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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요즘 사람들은 말보다 글로 하는 소통을 더 부담 없게 생각한다.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용건을 말하기보다는 문자를 보낸다. 각종 공지사항도 문자로 전한다.

카카오톡을 비롯해 각종 메신저 하나쯤 휴대폰에 깔려 있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단체 채팅방에서 회의를 하고 비밀 채팅방에서 중요한 안건을 논한다.

하지만 문자로 인한 공해도 만만치 않다. 이메일로 들어오는 스팸메일보다 스팸문자가 더 활성화됐고, 밤낮 가리지 않고 띵띵 울리는 알림 소리는 온전한 휴식시간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가히, 문자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다.

문자 커뮤니케이션, 왜 조심해야 할까

활발한 문자 커뮤니케이션 도중에 우리는 종종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한 말을 상대가 오해하고 기분이 상하거나 심하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아니면 내가 말하고자 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나중에 낭패를 보는 일도 생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언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자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채 마치 상대와 말을 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을 수행해서다.

따라서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문자 커뮤니케이션은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비언어적 단서(non-verbal cue)’가 발생되기 어렵고 전달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때는 굳이 말로 하나하나 설명 하지 않아도 상대의 기분이나 의도를 단번에 눈치 챌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가령, 상대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내 말에 수긍한다는 의도다. 미소 띤 입가를 보이면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반대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젓는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표현이다.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고, 강한 눈빛으로 말없이 쏘아보는 일도 있으며, 아예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바닥만 바라보며 대꾸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진행된다면 그 때는 여러 설명 없어도 상대가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슬픈 사건을 마주한 상대가 위로의 말 대신 눈물을 뚝뚝 흘린다면 그 역시 여러 마디 말보다 몇 배 위안이 된다. 바로 이런 것들이 비언어적 단서다.

이 외에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비언어적 단서들도 있다. 우리가 “왜”라는 말을 할 때 말의 톤에 따라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왜애~~” 하면서 콧소리 섞어 장난기 있게 말하면 친근함의 표현이자 기분 좋은 상황이다.

“왜↘’ 하고 딱 잘라 말하면 귀찮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는 뜻이다. “왜애↗” 하고 앞을 강하게 발음하며 끝을 짧게 올리면 뜻밖의 상황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문자로 싸우면 안 되는 이유

문자는 받는 입장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우리가 잘 의식하지는 않지만 사실 비언어적 단서의 의미 전달력은 상당하다. 대화 상황에서 말이 담당하는 의미 전달력은 30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비언어적 단서가 담당하는 의미 전달력의 비중은 70퍼센트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의사소통에서 이토록 중요한 비언어적 단서가 문자를 통해서는 잘 전해지지 않는다. 문자만으로는 얼굴 표정을 보여줄 수 없거니와 소리의 톤이나 억양이나 크기도 전하지 못한다.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어떤 메시지를 읽었을 때, 우리는 정말 그 속에 담긴 글쓴이의 뜻을 백퍼센트 오해 없이 이해한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 메시지를 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 속에 담긴 또 다른 의미를 콕 짚어낼 수 있겠는가.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이게 바로 문자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는 각종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 ‘-.-‘, ‘ㅠ.ㅠ’같은 심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풍부한 비언어적 단서를 제공하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러니 문자를 보냈을 때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작 민감한 얘기는 문자보다는 얼굴을 보고 하는 편이 낫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면 안 되는 사안일수록 그렇다. 나의 진심이 더 잘 전달되기 위해서라면 여러 번 고민하고 보내는 문자보다 직접 말로 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때로는 효율적이다. 내가 나누고자 한 애초의 의미를 변질됨 없이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난감한 일은 또 있다. 나는 좋은 뜻으로 혹은 농담으로 가볍게 전송한 문자를 상대가 고깝게 받아들이는 일도 생긴다. 문자를 대하는 상대의 반응이 까칠할 때, 내 입장에서는 뭐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느냐고,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하면서 나도 기분이 상한다.

이때도 만일 내가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나의 표정이나 제스처, 그리고 적절한 목소리 톤과 더불어 풍부한 비언어적 단서를 곁들이며 내 뜻을 전달했다면 오히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 됐을지 모른다. 의미를 보완하는 비언어적 단서가 완전히 배제된 상황이기 때문에 맥락이 빈곤한 메시지가 돼버렸다. 맥락이 빈곤하면 오해를 부른다.

문자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소통의 달인이 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내 입장에서 글을 쓰지 말고 철저하게 상대의 입장에서 글을 쓰면 된다. 앞뒤맥락을 모두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상대도 나만큼 상황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면서 그도 나만큼 전후 사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 ‘뭐 이런 것까지 설명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부연설명을 곁들여야 함을 명심하도록 하자.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도 생략하면 안 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꼭 밝혀야 한다. 문장의 주체나 대상이 내 머릿속에만 있다면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상대가 그것을 잘 알아챌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문자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과도한 정보가 빈약한 정보보다 낫다.

우리는 점점 사람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소통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기술이 세상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중이다.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 문자만으로도 비언어적 단서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문자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네덜란드 행복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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