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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의 선제적 대응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3-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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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EC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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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도입하기로 했다.

ECB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여름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이어가겠다던 가이던스를 '연말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큰 방향은 예상됐으나 글로벌 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데서 보듯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도비시하게 나왔다.

새로운 TLTRO는 만기 2년으로 9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대폭 낮췄다. 내년은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0년 전망치는 기존 1.5%를 유지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6%에서 1.2%로, 2020년은 1.7%에서 1.5%로 각각 낮췄다. 2021년도는 1.8%에서 1.6%로 하향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를 볼 때 상당한 통화정책 부양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필요시 모든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 유로존 성장전망 리스크가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 도비시해진 ECB와 속락한 글로벌 금리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6.11bp 급락한 0.0634%로 내려갔다. 정책 기대감에 이틀간 독일 금리가 10bp 넘게 빠진 것이다.

분트채 금리 0.06%대는 2016년 10월 25일(0.0279%) 이후 가장 낮다. 유로존 경기 악화와 통화정책 기대감에 금리가 2년 4개월 남짓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이탈리아 국채10년물 금리는 9.15bp 급락한 3.1006%, 영국 길트채 수익률은 5.42bp 빠진 1.1700%로 내려갔다. 프랑스 금리는 8.9.bp 떨어진 0.4214%, 스페인 금리는 6.07bp 내린 1.0529%로 하락했다.
ECB 재료로 유럽 내 안전자산선호가 한층 탄력을 받자 미국채 금리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채 금리는 4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95bp 떨어진 2.6402%, 국채30년물은 4.75bp 내린 3.0254%를 나타냈다. 국채2년물은 5.3bp 하락한 2.4672%, 국채5년물은 5.55bp 빠진 2.4453%를 기록했다.

■ 완화적 정책에도 주가가 빠진 이유는

ECB가 도비시한 모습을 강화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이는 정책에 대한 기대 기반영 측면과 함께 '예상보다' 더 경기가 안 좋다는 점에 포커싱했기 때문이다.

간밤 독일 DAX30은 0.6%, 프랑스 CAC40은 0.39%, 영국FTSE100 지수는 0.53% 하락했다. 유로스톡스50은 0.48%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유로존이 비둘기적 면모를 강화했으나 완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 경기 악화 쪽에 보다 무게를 둔 것이다.

완화적 스탠스 강화, 경기 우려 등으로 유로/달러는 1.09% 급락한 1.1186달러를 기록했다. ECB 이벤트 영향으로 국내 달러/원 환율은 1130원대 중반으로 속등했다.

이승준 신금투 연구원은 "ECB가 예상보다 도비시하게 나온 것은 양적완화가 종료된 지 3개월이 채 안된 시점임에도 선제적 조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연구원은 "작년 6월 테이퍼링 및 양적완화 종료와 함께 발표했던 선제적 안내의 수정은 ECB의 정책 기조의 후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면서 "ECB의 완화적 통화정책 대응 기대감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온 금융시장은 전일 정책 변화보다 경기 부진에 보다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 ECB가 다시 빼든 카드, TLTRO

자료=신금투

자료=신금투



ECB는 선별적 장기자금공급조작(Targeted 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 TLTRO)을 통해 은행에 대출을 재개한다.

이 프로그램은 유로지역 은행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민간 대출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2014년 처음 도입됐다.

TLTRO는 시중은행에 대한 ECB의 저금리 대출이며, 은행들은 이를 통해 기준금리 이하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기업과 가계 대출의 30%까지 신청 가능), 저금리 환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완충하면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수 있었다. 대출금리는 차입 당시의 기준금리 수준을 적용하는 만큼 사실상 제로다.

경기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커지면서 ECB가 은행의 대출 여건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ECB는 지난 2014년 9월~2016년 6월에 1차, 2016년 6월~2017년 3월에 2차 TLTRO를 시행한 바 있다.

3차 TLTRO는 올해 9월부터 시작해 내년 3월 종료된다. 만기는 4년이었던 2차 TLTRO보다 축소된 2년이며 대출 조건은 기존과 동일하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우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는 진단도 보인다.

박성우 DB금투 연구원은 "올해 6월이 되면 현재의 2차 TLTRO 대출잔액 7,200억 유로 중 절반 이상인 3,800억 유로 규모의 대출 만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온다"면서 "잔여만기가 1년 미만인 대출자금의 증가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을 하락시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추가 TLTRO 도입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 금리인상 지연과 TRTRO 재도입..정책 의미와 영향력은

ECB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9월부터 TLTRO를 실시하는 만큼 경기 둔화에 1차 방어선이 쳐진 셈이다.

박성우 연구원은 "과거 1차 및 2차 TLTRO 실시 당시 민간부문 대출은 대체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다만 해당 시점은 QE 도입 시기와 맞물려 있었다는 점, 1차 TLTRO 당시 대출액은 기존 LTRO의 차환에 상당 부분 사용돼 대출잔액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TLTRO와 대출 증가와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럼에도 현재 TLTRO 대출잔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은행의 신용경색 우려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치가 정책적으로 ECB의 큰 방향 선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의 이번 조치가 기존 통화정책 정상화 일정을 전면적으로 중단한다는 측면 외에 새로운 통화완화 기조로의 전환을 시사한다"면서 "또 유로존 경기의 보다 뚜렷해진 하강 압력에 대응하는 조치임을 감안할 때 유로화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압력이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럽의 출구전략 지연을 커다란 정책 선회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보인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을 두고 ECB가 출구전략에서 정책을 유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3차 TLTRO에 적용되는 금리는 각 시행에 있어서 기준금리에 연동되고, 만기도 기존의 절반인 2년이다. 따라서 3차 TLTRO가 출구전략이라는 큰 틀과 반대되는 것은 아니며, 출구전략에 있어서 발생할 정책 단절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롤오버 지원 정책으로 보는 것이 맞는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 ECB의 선제적 대응, 금리 하락과 유로화 약세는 이어질까

이번 ECB 회의는 금리인상 가이던스 변경, TLTRO 시행, 성장률과 물가 전망 하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ECB의 저금리 공언으로 유동성 불안이 대두됐던 이탈리아 금리가 급락하는 모습 등도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 스탠스를 감안할 때 저금리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정책 효과가 제한될 여지를 감안해야 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3월보다 4월에 구체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변경이 나올 것이란 예측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ECB의 대응은 선제적"이라며 "다만 경기가 추가로 둔화될 경우 추가로 기대할 정책이 없다는 점은 우려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2019년 유로존 성장률 1.2%를 전망할 때 금리인상 지연과 TLTRO 시행을 감안했다. 즉 기대됐던 조치들이 3월에 모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로 대응할 정책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ECB의 올해 성장률 전망 1.1%는 잠재성장률(1.3~1.5%) 수준보다 낮아 2분기 후에도 경기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0%로 떨어질 수도 있고, 이 때 ECB는 대응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간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던 일시적 요인, 적극적인 정책대응 등으로 하반기 회복세 등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도 많다.

오 연구원도 "2018년 하반기부터 나타난 독일 자동차 생산 차질 등 유로지역 경기부진 요인 가운데 일시적 요인들이 회복되면서 2분기 이후 소폭의 경기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달러/원 환율이 작년 10월, 11월에 보였던 1130원대 중반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ECB의 변화에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일단 달러 강세에 주가 등 위험자산들의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은행의 한 딜러는 "유럽 경기 부진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맞물려 유로화 약세는 당분간 불가피한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도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로존이 디플레 우려에선 한발짝 비켜나 있는 상황이고 가격변수에 최근 경기부진도 많이 반영돼 있어서 금리와 유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지 여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2014~2016년에서와 같은 디플레이션 우려에서는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2016년까지의 빠른 금리 하락세는 유럽의 국채 순발행 규모를 뛰어넘는 자산매입 프로그램과 금리 인하의 조합이 맞물린 결과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지금의 ECB의 정책 완화 스탠스를 두고 금리와 유로화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단기적으로 유로화 약세에 무게를 둘 수 있지만, 좀 길게 보면 오히려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부진한 경기와 유럽중앙은행의 부양적 스탠스를 감안하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환경은 보다 강화됐다"면서 "하지만 유로화가 추가로 낙폭을 확대하기보다 보합권에서 당분간 등락을 보이다 소폭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불확실성이나 이탈리아의 재정 우려 등은 유로존 경기에 부담인 것은 분명하나 유로존의 내수가 우려보다 양호하다. ECB의 부양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등을 감안하면 유로존 경기가 침체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한 현 유로화 약세도 일부 되돌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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