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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업무 효율화 외치는 보험업계, ‘고용불안’ 딜레마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9-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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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업무 효율화 외치는 보험업계, ‘고용불안’ 딜레마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업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은 매년 반복되는 관용어였지만, 올해의 전망은 정말로 심상치 않다. 주요 보험사의 작년 연결기준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전년대비 크나큰 실적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역시 최근 발표한 '보험산업 중장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보사 수입보험료는 2022년까지 연평균 1.7%, 신계약보험료는 9.5% 감소할 것"이라며 "손보사도 2022년까지 수입보험료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성장포화에 접어든 보험업계가 이제 ‘역성장’을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업계의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먹거리가 바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인슈어테크 혁명’이다. 생·손보협회를 포함한 주요 보험 유관기관장들은 물론 금융위 등의 감독당국, 각 보험사 CEO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디지털 혁신’이라는 한 목소리를 냈다. 사실상 전통적인 영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 보험 시장 트랜드인 디지털 혁신으로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회사 크기를 막론하고, 모두가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적극 도입해 시간과 비용 등의 노력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상품 개발이나 언더라이팅 등 지급심사 과정에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업무 효율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디지털 시스템 적용 정도에 따라 현재 보험사 관리비용은 10%에서 최대 39%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은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등 인슈어테크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관리비용의 50%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업무 효율화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인력에 대한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보험업계는 다가오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자’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일부 보험사는 영업지점을 축소하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의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촉된 설계사나 직원 노조와의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은 보험사들도 여럿 있었다.

국내 보험사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예전 같으면 3~4명이 하루종일 달라붙어서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금세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굳이 인력을 많이 뽑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를 통해 해당 공약의 적극적 실천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물론 고용보험 의무화의 수혜자가 돼야 할 설계사들 역시 해당 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제도가 시행되면 보험사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면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능률 설계사들을 해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약 41만 명 규모의 보험설계사들이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 436억 원에 달할 것이며 4대 보험에 모두 가입하면 연 6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IFRS17에 대비해 생존을 위한 자본 확충에 여념이 없는 보험사들에게 이런 뜻밖의 비용 지출이 달가울 리 없다. 따라서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 범위가 적용되는 ‘면적’을 줄이기 위해 저능률 설계사를 해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15년 경력의 대형 보험사 전속 설계사 A씨는 “우리처럼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새로 들어온 설계사들은 이 바닥에 자리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고 운을 떼며, “고용보험을 의무화해 저능률 설계사들을 쳐내게 되면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기가 더 힘들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가 예정된 미증유의 위기를 이겨낼 고육지책으로 긴축경영을 토대로 하는 ‘업무 효율화’를 택한 것은 합당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것은 회사만이 아니라 그 안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지만, 직원이 없으면 회사도 성립할 수 없다. 노사가 무작정 각을 세우고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심하지 않으면 코앞에 닥친 보험업계의 시린 겨울바람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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