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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허인 행장의 리더십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9-01-08 22:21 최종수정 : 2019-01-09 09:40

▲ 김의석 금융부장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극적 타결을 기대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19년 만에 파업에 들어갔다. 8일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었던 1차 파업이 마무리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사흘간 2차 파업 등 다섯 차례나 총파업이 예고돼 있어서다. 총파업이 예정대로 실행된다면 고객은 물론 은행 역시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총파업은 노조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라는 위협이다.

이번 노조 요구는 금융권 현실을 도외시한 측면이 강하다.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의 근거로 지난해 달성한 최대 순이익 규모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노사가 괄목할 만한 영업력을 발휘해 기록적인 흑자를 낸 것이 아니다. 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냈다는 점에서 은행 노조 측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은행 수익을 나눠야 한다면 노조보다는 오히려 3000만명에 이르는 고객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고객을 볼모로 파업을 벌인 것이니 비난을 면키 어렵다. 페이밴드의 적용 대상 확대도 내부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승진하지 못해도 재직 기간에 따라 연봉을 많이 받는 호봉제를 유지하는 한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KB국민은행과 경쟁하는 국내 주요 은행들이 페이밴드를 도입한 것도 치열한 금융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8일 노조 파업으로 허인 은행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일단 귀족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 다니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협상을 주도하지 못해 고객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은행 노조 파업은 단순한 '성과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년간 쌓인 노동조합의 불만과 존재감 없는 허인 은행장의 리더십 부족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 허인 은행장은 시중은행장 가운데 첫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강성’으로 꼽히는 은행 노조와 관계가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우리는 한배를 탄 공동 운명체”라고 강조 했지만, 정작 KB국민은행 노사 관계는 허인 은행장 취임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KB국민은행 임단협에서 쟁점이 된 안건들이 19년만의 총파업에 이를 정도로 절체 절명한 쟁점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 노사는 협상을 앞두고 배수진을 쳤다. 사측은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은행장 이하 임원진 전원 사표 등과 같은 무리수를 두었고, 노조는 사전협상에 나선 류제강 수석부위원장이 요구조건 모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위원장이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극한 대립은 결국 양측의 '불만 누적'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평가다. 그래서인지 은행 안팎에서 허인 은행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19년만의 총파업은 노조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결국 허인 은행장이 총파업을 철회할만한 '명분'조차 노조에게 쥐어주지 못한 게 사실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총파업을 두고 KB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투표에는 찬성률이 95%를 훌쩍 넘겼다고 한다.

과거 윤종규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했던 시절에 노조와 임단협 과정에서 매년 마찰을 빚긴 했지만 결국 한발씩 양보하며 타결안을 만들어냈다. 임금피크제 적용 후 5년간 급여를 265%로 조정한 2017년 임단협이 대표적이다. 은행은 250%, 노조는 300%를 제시했다가 서로 절충한 것이다. 2016년 3000명 중 불과 80여명이 승진했던 2차 정규직도 임단협 타결 후인 지난해엔 승진자 수가 크게 늘었다.

때문에 이번 노조 파업 사태도 노조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는 허인 은행장의 소통 리더십이 어떻게 발동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더군다나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의 감정싸움은 길면 길어질수록 비난받을 여지는 더 커진다는 알 것이다. 은행 노사가 모두 한발씩 양보해 빠른 시일 내 사태를 마무리하고, 고객을 위한 '영업 현장'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인 은행장은 고객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국민’ 은행다운 지혜를 내놓길 기대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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