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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식대여 중단했지만…기울어진 ‘공매도 운동장’ 해결 미지수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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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0-23 15:04 최종수정 : 2018-10-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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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 신사옥 전경.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 신사옥 전경.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국민연금이 공매도의 종잣돈으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주식대여를 중단한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악성 공매도 세력을 키우고 결국 노후자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성토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주식대여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빌려주는 주식 비중이 42%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빠진다고 해서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 시장에 유의한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3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내 주식대여 신규거래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대여된 주식의 경우에는 “차입기관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하여 올해 연말까지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연금의 대여거래가 국내 주식대여시장 및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기금운용의 수익성과 안정성 원칙 등을 살펴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123조1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300개가 넘는다.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지난 2000년 4월부터 중개기관을 거쳐 주식 및 채권 대여거래를 실행해왔다.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민연금이 체결한 국내 주식 대여 수량은 700만주, 대여금액은 24조8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대여 잔액은 5848억원, 평균 대여 기간은 42.9일이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주식대여로 약 68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 외인 공매도 비중 70%…주가하락에 개미만 '울상'

그간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으로 쓰이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해당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리면 다시 주식을 매수해 빌렸던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와는 달리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투자를 활용하기 힘들어 형평성 문제가 대두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7%(7938억원)에 그쳤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69.4%(83조4042억원)로 공매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29.9%(35조9910억원)로 집계됐다.

대규모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하락하면서 국민의 노후자금도 손실을 입는 것이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이후 공매도 세력에 시달린 대표적인 종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후 3개월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액면분할 이전 3개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인 228억원에서 53.5% 급증한 수준이다.

액면분할 후 주가는 7월 말까지 10% 넘게 주저앉으면서 손실은 액면분할로 수급개선을 기대했던 개인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인해 일본의 공적연금(GPIF)과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을 비롯해 국내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은 주식대여를 하지 않고 있다.

◇ 청원 봇물…“공매도 작전세력→국민연금 손실로”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이후 전체 국내 주식대여시장에서 국민연금 비중이 1.8%에 불과하다며 공매도 피해가 크지 않다고 해명해왔다. 작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대여 규모는 월말 평균잔고 기준 4480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대여시장(66조4040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8%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23일 2시 59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국민연금의 주식대차를 폐지하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9만7980명의 동의를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매도제도개선을 위한 주주연대, 희망나눔 주주연대 등은 “주식시장이 활성화되고 주가가 올라야 수익률이 제고되는 국민연금이 주가가 내려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매도 세력의 돈줄을 자처하는지 국민들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국민연금을 믿고 노후를 맡길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정 종목에서 작전세력이 공매도를 악용해 주가를 떨어트리고, 국민연금은 로스컷(Loss-Cut·손절매) 규정에 따라 주식을 매도해 공매도 세력은 수익을, 연금은 손실을 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글은 100여 건에 이른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희망나눔주주연대 의뢰로 지난 22일 전국 성인 남녀 1042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6.1%가 국민연금의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응답 비율은 13.1%에 불과했다.

또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공매도 제도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자는67.1%에 달했다. 이 제도에 따른 피해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보다는 개인 투자자에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응답률이 73.1%에 달했다.

◇ 외인, 주식대여 물량 비중 42%…연기금은 0.6%

이번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은 최근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주식대여로 얻는 연 400억원대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란을 벗어나기로 한 셈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만으로는 공매도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1/2~10/23)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대차 거래 체결 규모는 총 78조1695만주다. 이중 외국인이 대차해 준 주식 수는 총 33조3223만주로 전체의 42.63%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국내 증권사 22조6614만주(28.99%), 자산운용사 7조2760만주(9.31%), 은행 2조4108만주(3.08%)순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빌려준 주식 수는 4458만 주로 전체 대여자의 0.57%에 불과하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배당사고가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의 효과를 낸 이후 공매도를 둘러싼 연이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원천 폐지하는 대신 공매도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닫기최종구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간 참여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도 자신의 투자전략에 따라 좀 더 원활하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이 없을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위는 최근 공매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하고 공매도 규제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공매도 포지션 보유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행위를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처벌하는 내용과 일반 투자자가 참여한 유상증자에 대한 공매도 거래자 참여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위법 공매도에 대한 징역과 벌금 등의 형벌 부과와 부당이득의 1.5배까지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 근거가 담길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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