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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맨 ‘영욕’이 남긴 교훈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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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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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곽호룡 기자

▲사진: 곽호룡 기자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화려한 시절이 있었다. 체어맨은 이름같이 최고급 대형차 시장을 주도했다.

쌍용차는 그동안 승용차를 만든 경험이 없었다. 초기 무쏘 엔진을 공급했던 벤츠와 다시 손잡았다. 쌍용차는 벤츠 E클래스의 W124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응집해 체어맨을 세상에 내놨다. ‘VIP를 위한 최고급 승용차’라는 캐치프라이즈에 걸맞게 국내에서 드물었던 40% 옵셋 충돌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안전을 위한 각종 첨단 장비가 탑재했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방한 때 의전차로 선택됐을 때 가장 통쾌하지 않았을까. 내로라 하는 대기업 경쟁차량을 압도했다. 왕조(다이너스티) 항공모함 이름(엔터프라이즈)을 내건 현대차와 기아차 입장에서는 배 꽤나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몰락은 진행되고 있었다. 쌍용차 부채는 그전부터 쌓이고 있었다. 그래도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자동차 개발을 밀어 붙였다.

체어맨은 깜짝 놀랄 판매량에도 시장 상황은 최악이었다. 97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다. 벤츠와 초기 계약 때문에 해외 판로도 막힌 상태였다.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2년 뒤 에쿠스를 출시했다. 체어맨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차량개선이 지속됐다. 쌍용차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2005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이듬해부터 대규모 정리해고를 시작했다. 전체 36% 해당하는 2600여명이 대상에 올랐다. 브랜드 이미지도 치명상을 입었다. 겨우 명맥을 이어오던 체어맨은 지난해 말 생산이 중단됐다.

티볼리가 망해가던 쌍용차를 살렸다. 소형SUV인 티볼리는 외형으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티볼리가 출시됐을 때 국내에서 소형SUV라는 말조차 생소했다.

티볼리는 보이지 않는 시장 수요를 꿰뚫었다. 가격과 용도에서 경차로는 아쉽고 SUV는 과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심리를 간파했다. 경쟁사들도 앞다퉈 소형SUV 모델을 내놨지만 티볼리는 여전히 경쟁력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달 쌍용차 해고 노동자 119명이 10여년 갈등을 뒤로 하고 전원 복직됐다. 문제가 완전히 봉합된 것은 아니다. 회사의 경영정상화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다. 부채 해결을 위해 공장가동률을 끌어올려 흑자전환이 필요하다.

영욕의 시절을 함께 보낸 체어맨에게서 해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재무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사업확장은 비극을 맞았다. 비극은 기업 차원을 넘어 개인과 사회로 이어졌다.

승용차 기술이 전무했던 쌍용차는 체어맨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측면도 분명 있다. 티볼리 출시로 날카로운 시장 전략을 보여주기도 했다. 쌍용차는 앞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해 ‘SUV 명가 재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내수 3위를 지키며 부활의 신호탄도 쐈다. 쌍용이 다시 한 번 ‘장인정신’을 보여줄지 기대해 본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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